한나라당 홍사덕 의원이 12일 총무직 사퇴 의사를 밝힌 데 이어 박진 대변인도 사퇴서를 제출했다.소장파 의원들의 ‘지도부 퇴진’ 요구로 불거진 당 내홍이 점점 깊어지는 형국이다.취임 이후 최대 위기를 맞은 최병렬 대표도 조만간 결단을 내릴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홍사덕 원내총무 사퇴
12일 총무직 사퇴 의사를 밝힌 한나라당 홍사덕(왼쪽) 원내총무가 이날 오전 열린 상임운영위 회의에서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최병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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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사덕 원내총무 사퇴
12일 총무직 사퇴 의사를 밝힌 한나라당 홍사덕(왼쪽) 원내총무가 이날 오전 열린 상임운영위 회의에서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최병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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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대표 `불출마’할까
최 대표는 전날 미래연대 소속 남경필 의원 등 11명이 ‘지도부는 자기희생의 결단을 내리라.’고 요구했을 때만 해도 서청원 전 대표 석방요구안 제출에 박종희 의원 등이 앞장섰던 점을 겨냥,“뭘 희생하라는 거냐.”며 한동안 불쾌한 감정을 표출했다고 한다.
그러나 최 대표는 곧바로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해 김문수 공천심사위원장,홍준표 전략기획위원장,임태희 대표비서실장 등을 여의도 한 음식점으로 불러 대응책을 논의했다는 후문이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한 인사는 “그동안 최 대표의 거취문제를 놓고 전국구 후순위,부산 출마 등 많은 것들이 거론됐지만 이제 남은 핵심은 최 대표의 총선 불출마 선언뿐”이라며 “최 대표가 스스로 아름다운 결단을 내릴 수 있도록 소장파들도 무조건 압박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한 의원은 “한달 전부터 당내외 인사들이 당의 위기타개책으로 최 대표의 총선 불출마와 재창당 등을 건의했지만 최 대표는 ‘내게 맡겨 달라.’는 말만 되풀이했다.”고 전했다.
●홍총무 “FTA 처리 지연 등 책임”
홍 총무는 서 전 대표 석방요구결의안 가결 및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처리 지연 등 원내문제에 대한 책임을 명분으로 총무직 사퇴를 선언했다.
그는 이날 상임운영위회의를 마친 뒤 기자간담회를 갖고 “지난 11일 소장파 의원들이 당 진로와 관련해 걱정어린 충고를 했는데,원내 문제를 책임져야 할 총무로서 오는 16일 FTA 비준동의안 처리까지만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고 밝혔다.이어 “이번 사태가 원내 문제로부터 빚어진 만큼 원내총무가 모든 것을 책임지는 선에서 마무리돼야 한다.”면서 “총선을 앞두고 있는 만큼 더이상 당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 대변인도 기자간담회를 갖고 “당 대변인으로서 서 전 대표의 석방동의안 가결에 대한 당의 입장을 합리화하고 당위성을 주장한 데 대해 자괴감을 갖지 않을 수 없다.”면서 “당직자로서 책임을 깊이 통감하며,백의종군하고자 한다.”고 지도부에 사퇴서를 제출했다.
정치 ‘수읽기’에 능한 홍 총무가 ‘전격 사퇴’ 카드를 꺼내 든 데는 나름대로 계산이 깔려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그는 정국지형이 바뀔 때마다 예상치 못한 승부수를 띄운 정치인으로 꼽히고 있다.
당 일각에서는 홍 총무가 탈당해 공천심사위의 무원칙한 공천작업에 반발해온 현역의원 및 정치신인 등과 ‘무소속 연대’를 결성할지 모른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한나라당이 치명타를 입을 수도 있는 가정이다.
전광삼기자 hisam@˝
2004-02-13 3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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