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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감 찾던 소년, 친밀감 원한 소녀… 범죄에 휩쓸렸다

존재감 찾던 소년, 친밀감 원한 소녀… 범죄에 휩쓸렸다

진선민, 이근아, 김정화 기자
입력 2020-11-05 22:42
업데이트 2020-11-06 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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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범-죄의 기록] <2> 젠더 관점에서 본 그들의 삶

※ 서울신문의 ‘소년범-죄의 기록’ 기획기사는 소년범들의 이야기를 풀어낸 [인터랙티브형 기사]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래 링크를 클릭하거나 URL에 복사해 붙여 넣어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seoul.co.kr/SpecialEdition/youngOffen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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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범 인터뷰에서 뽑아낸 핵심 단어들의 관계와 맥락을 알기 위해 ‘네트워크 분석’ 지도를 그렸다. 핵심 단어(원 안) 및 연관어(원 둘레)가 각각의 군집을 이루고, 군집 간 화살표는 선후관계다. 소년들은 생각 없이→친구들과 놀다가→비행을 저지르고, 소녀들이 지향하는 인간관계는 친구로 귀결된다. 그래픽 이다현 기자 okong@seoul.co.kr
소년범 인터뷰에서 뽑아낸 핵심 단어들의 관계와 맥락을 알기 위해 ‘네트워크 분석’ 지도를 그렸다. 핵심 단어(원 안) 및 연관어(원 둘레)가 각각의 군집을 이루고, 군집 간 화살표는 선후관계다. 소년들은 생각 없이→친구들과 놀다가→비행을 저지르고, 소녀들이 지향하는 인간관계는 친구로 귀결된다.
그래픽 이다현 기자 okong@seoul.co.kr
소년은 힘·돈으로 또래 사이 우열 정해
약육강식 최약자 소녀는 성매매 미끼로
전문가 “성별 따른 대책으로 비행 예방”

82.5% 대 17.5%. 2018년 검거된 소년 범죄자의 성비다. 전체 6만 2120명 중 남자가 5만 1241명으로 절대다수를 차지한다. 여자 소년범은 남자의 5분의1 수준인 1만 879명이었다.

성별은 소년범이 비행과 범죄에 휩쓸리는 과정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이다. 서울신문이 6개월에 걸쳐 만난 79명의 소년범은 성별에 따라 범행에 이르게 된 계기가 달랐다. 소년 대부분은 또래 그룹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받으려고 비행을 저질렀지만 소녀들은 친밀함을 갈구하다 뒤틀린 관계를 맺고 범죄의 늪에 빠졌다.

성별에 따른 소년범의 특성을 확인하고자 소년과 소녀의 내면을 파헤쳤다. 소년범을 젠더의 관점에서 분석하는 언론의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5월부터 10월까지 15명의 남자 소년범과 12명의 여자 소년범을 대상으로 개별 심층인터뷰와 포커스그룹인터뷰(FGI)를 진행하고, 이들의 말 속에 숨은 심리·환경 등 차이를 분석했다.

성(性)은 정글 같은 소년범의 세계에서 위계를 좌우했다. 소년들은 힘과 돈으로 또래 사이의 우열을 정했고, 소녀의 성은 범죄의 미끼로 이용됐다. 가출한 10대가 돈을 벌기 위해 흔히 택하는 조건만남 사기(성매수남을 부른 뒤 돈만 빼앗는 것) 같은 범죄를 저지를 때 소년들은 “성매수 아저씨로부터 지켜 주겠다”며 소녀들을 끌어들였다. 이를 모방해 소녀가 더 어린 소녀를 꾀어 비슷한 범죄를 저질렀다.

소녀들의 세계는 성매매 경험을 기준으로 강자와 약자가 나뉘었다. 폭행·사기를 저지른 소녀들은 성매매를 했던 소녀들을 하대하고 차별했다. 타의로 성범죄에 가담한 소녀들은 약육강식이 지배하는 소년범 생태계의 최약자였다.

성별이 소년범죄의 모든 것을 결정하는 건 아니다. 다만 범죄의 갈림길에 선 아이가 유혹을 이겨 내도록 돕는 실마리가 될 수는 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가정의 역할 부재가 끼치는 영향이 소년보다 소녀에게 훨씬 더 크다”면서 “성별 차이를 이해하고, 이에 따른 대책을 마련해야 비행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진선민 기자 jsm@seoul.co.kr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본 기획기사와 인터랙티브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2020-11-06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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