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혜리 선임기자의 미술관 건축기행] 예술이 오고가는 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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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8-20 00:00
수정 2014-08-20 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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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된 기차역’ 함부르거반호프

요즘 회화, 조각, 설치, 미디어 등 장르를 불문하고 현대미술의 최신 동향을 가장 빨리 접할 수 있는 곳으로 베를린을 꼽는다. 전쟁과 분단으로 인해 수십년간 침잠했던 베를린이 그간의 공백을 순식간에 만회하고 세계 현대미술의 메카로 급부상할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는 다양한 예술의 흐름을 소화하는 전시공간이 풍부하다는 점이다. 함부르거반호프 현대미술관은 현대 미술계에서 베를린의 위상을 끌어올린 국제적 명소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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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의 또 다른 국제적 명소로 주목받고 있는 함부르거반호프 미술관의 중앙전시홀. 과거 기차역의 구조를 그대로 살렸다.
베를린의 또 다른 국제적 명소로 주목받고 있는 함부르거반호프 미술관의 중앙전시홀. 과거 기차역의 구조를 그대로 살렸다.
1847년 후기 르네상스양식으로 지어진 3층 규모의 건물 함부르거반호프는 이름 그대로 함부르크기차역이었다. 1880년대 말까지 함부르크와 베를린을 오가던 기차가 머물던 역은 2차 대전 이전까지 교통박물관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하지만 2차 대전 때 일부가 파괴되고 바로 옆으로 장벽이 설치되면서 수십년 동안 폐허로 방치됐다. 그러던 중 베를린탄생 750주년을 맞은 1987년 베를린시에서 일부를 복구해 ‘베를린으로의 여행’이라는 전시를 열었고 이어 이듬해엔 스위스의 큐레이터 헤럴드 제먼이 ‘무시간’이라는 현대미술 전시를 기획했다. 대규모의 폐허공간이 현대미술과 이루는 조화는 세간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고 새로운 쓰임새를 발견한 베를린의회는 함부르거반호프를 공식적인 현대미술관으로 사용하기로 1989년 합의했다. 통일과 함께 미술관 개축작업이 탄력을 받아 7년간의 긴 공사 끝에 1996년 지금의 미술관으로 개관했다.

개축작업을 맡은 건축가 요제프 파울 클라이후에스는 기존 역사의 철골구조를 그대로 살려 거대한 중앙전시실로 만들고 양옆 동서쪽으로는 창고 건물을 날개처럼 연결해 전시장 및 수장고를 설치했다. 국립미술관의 소장품 가운데 1960년대 이후 작품들이 이전해 왔고 수준 높은 현대미술 작품들을 소장한 개인 컬렉터 에리히 막스가 장기 대여 형식으로 자신의 소장품을 내놓았다. 요제프 보이스, 사이 톰블리, 로버트 라우션버그, 앤디 워홀, 엔조 쿠치, 제프 쿤스, 브루스 나우먼 등 아방가르드, 미니멀리즘, 미국 포스트모던, 독일 신표현주의, 신야수파 등 주요 미술운동의 대가들의 작품을 총망라했다. 여기에 베를린 국립미술관에서 대여한 백남준, 존 케이지, 게르하르트 리히터 등이 가세해 21세기를 향한 새로운 현대미술 명소로 단번에 떠올랐다.

함부르거반호프의 브리타 슈미츠 오베르쿠스토딘 수석 큐레이터는 “신국립미술관이 있기는 하지만 늘어나는 소장품과 새롭고 실험적인 현대미술을 소화하기엔 역부족이었는데 함부르거반호프가 개관하면서 최신 미술계의 흐름을 보여 주는 전시장으로서 그 역할을 훌륭하게 해 내고 있다”면서 “과거에 여행객들을 실어날랐던 기차역이었던 것처럼 끝없이 변화하는 ‘바로 지금의 예술’이 오고 가는 곳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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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tus@seoul.co.kr

2014-08-2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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