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라면 50년-모디슈머가 재창조하는 시대] 짜파구리·골빔면 등 SNS 타고 대중 인기 폭발…제품 마케팅에도 활용

[커버스토리-라면 50년-모디슈머가 재창조하는 시대] 짜파구리·골빔면 등 SNS 타고 대중 인기 폭발…제품 마케팅에도 활용

입력 2013-08-31 00:00
업데이트 2013-08-31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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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라면 끓이기 비법 하나 없는 대한민국 국민이 어디 있으랴. 하지만 맛의 반복을 탈피하기 위해 준 작은 변화와 흔한 재료의 융복합이 라면시장의 새로운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한 사람은 별로 없었을 것이다.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 ‘골빔면’(골뱅이+비빔면), ‘스팸뽀글이’(라면+스팸) 등 근래 한국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모디슈머(modisumer) 조리법’를 두고 하는 말이다. 라면 업계에서는 올해 상반기 라면시장의 최고 주역이 모디슈머라는 데 이견이 없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모디슈머는 영단어 ‘모디파이’(modify·변경하다)와 ‘컨슈머’(consumer·소비자)를 합성한 단어로, 정해진 조리법에서 벗어나 자신의 기호에 맞게 새로운 조리법을 만드는 것을 선호하는 소비 계층을 뜻한다. 특히 올 상반기에 이런 모디슈머들의 일부 조리법은 자기 집 식탁을 벗어나 대중의 폭발적인 인기까지 얻었다.

자기만의 조리법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라면도 융복합(컨버전스) 시대를 맞고 있다. 사진은 짜파구리 및 원재료들.
자기만의 조리법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라면도 융복합(컨버전스) 시대를 맞고 있다. 사진은 짜파구리 및 원재료들.


자기만의 조리법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라면도 융복합(컨버전스) 시대를 맞고 있다. 사진은 골빔면 및 원재료들.
자기만의 조리법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라면도 융복합(컨버전스) 시대를 맞고 있다. 사진은 골빔면 및 원재료들.


자기만의 조리법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라면도 융복합(컨버전스) 시대를 맞고 있다. 사진은 스팸뽀글 및 원재료들.
자기만의 조리법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라면도 융복합(컨버전스) 시대를 맞고 있다. 사진은 스팸뽀글 및 원재료들.


그 대표 격인 짜파구리는 원재료인 짜파게티와 너구리, 두 제품의 매출까지 극적으로 끌어올렸다. 시장조사기관 AC닐슨에 따르면 두 제품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1300억원가량으로, 이는 짜파구리 열풍이 없었던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2%나 증가한 수치다. 짜파게티는 누적 매출 725억원을 기록해 출시 이후 처음으로 2위 브랜드로 올라섰다. 농심 관계자는 “올 상반기 월 매출 100억원을 넘겨 본 제품은 신라면, 짜파게티, 너구리, 안성탕면뿐”이라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퍼진 짜파구리 조리법의 인기가 제품 판매와 직결됐다”고 분석했다.

여름철 인기 제품인 ‘팔도비빔면’의 변신도 심상치 않았다. 비빔면에 야채나 열무김치 등을 넣는 고전 조리법을 넘어 다양한 시도가 온라인을 통해 확산됐다. 그중 비빔면과 골뱅이를 조합한 골빔면, 통조림 참치와 채소를 곁들인 ‘참빔면’ 등은 식사뿐 아니라 거뜬한 술안주로도 인정받으며 비빔면의 소비 영역을 넓혔다. 군대 방식으로 라면 봉지에 그대로 물을 부어 먹는 ‘뽀글이 라면’에 스팸을 넣은 스팸뽀글이도 맛과 함께 재미와 추억이 어우러지며 사랑을 받았다.

모디슈머 조리법이 뜨면서 업체들은 발 빠르게 모디슈머 마케팅에 나서기도 했다. 업체들은 블로그 등에 직접 개발한 조리법을 차례로 공개하고 관련 이벤트도 진행한다. 농심은 조만간 안성탕면 포장 패키지에 소비자들이 응모한 조리법을 그대로 인쇄해 판매할 계획이다. 팔도는 블로그와 페이스북 등 SNS를 활용해 조리법 응모 이벤트를 진행한다. 팔도 관계자는 “새로운 모디슈머 메뉴들이 꾸준히 개발되고 있는 만큼 그 인기는 하반기까지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라면 업계 입장에서는 모디슈머 제품의 인기가 마냥 반가운 것만은 아니다. 이런 인기는 사실 ‘양날의 칼’과 같은 면도 있다. 모디슈머 조리법에 활용되는 제품이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 판매량과 역사를 가진 클래식 제품이라는 점 때문이다. 꾸준히 사랑을 받아 온 제품이 새로운 조리법을 통해 다양한 매력을 갖게 되면서 상대적으로 신제품이 설 자리가 좁아졌다. 너구리는 이미 출시한 지 31년, 짜파게티는 30년, 팔도비빔면은 29년이나 됐다.

신제품의 부진은 라면 업계의 오랜 고민 중 하나다. 대형마트 판매 상위에 이름을 올린 신라면, 안성탕면, 삼양라면 등의 베스트셀러 제품은 예외 없이 출시 30년이 넘은 스테디셀러이기도 하다. ‘신제품의 반란’이라면 2011년 10월부터 급부상했던 하얀 국물 라면의 인기를 들 수 있지만 이 역시도 지난해 초부터 시들해져 ‘반짝 열풍’에 지나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팔도 ‘꼬꼬면’, 삼양 ‘나가사키 짬뽕’, 오뚜기 ‘기스면’ 등 하얀 국물 라면 3종의 매출액은 2011년 12월 300억원까지 올랐으나 이듬해 6월에는 60억원대로 내려앉았다.

프리미엄 라면 열풍도 마찬가지다. 2011년 8월 출시 당시 관심을 모았던 ‘신라면 블랙’은 맛과 별개로 고가 논란 속에 판매가 중단됐다. 신라면블랙은 지난해 10월 판매가 재개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소비자들이 과거부터 먹던 라면 맛과 소비 패턴에 워낙 익숙해져 있다”며 “업체들은 다양한 맛의 신제품을 개발하고 있지만 입맛의 보수성, 관성적인 소비 형태를 바꾸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2013-08-31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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