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줄 새는 국가 R&D예산] 평가위원과 ‘연줄’이 연구과제 선정 좌우

[줄줄 새는 국가 R&D예산] 평가위원과 ‘연줄’이 연구과제 선정 좌우

강혜승 기자
입력 2005-12-13 00:00
수정 2005-1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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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R&D 연구비만한 ‘눈먼 돈’도 없죠.” 국가 R&D 사업에 대해 좀 안다는 관계기관 공무원들은 가장 쉬운 ‘눈먼 돈’으로 R&D 예산을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대학연구비 횡령 또는 유용비리가 단순히 집행기관인 대학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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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과제 선정과정에서부터 ‘짜고 치는 고스톱’이다. 소관 부처에서 기획과정을 거쳐 연구과제 제안요청서 공고를 하게 되면, 접수된 계획서를 부처 산하의 관리기관에서 선정하게 되는데 과정에 있어서 투명성이나 공정성과는 거리가 멀다. 국가청렴위원회 조사관 A씨는 12일 “국내 기술분야 권위자가 한정돼 있다 보니 관리기관 평가위원들과의 인맥이 상당히 작용한다.”면서 “연구과제를 따기 위해 대학 등에서 관리기관에 줄을 대려고 혈안이 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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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부처에서 R&D사업을 기획할 때 자문역으로 참여했던 담당자가 연구자로 선정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일례로 지난 2001년부터 3년간 산자부의 R&D 기획과정에 참여했던 연구자가 공모에 선정된 비율은 무려 96%에 달한다. 이미 개발된 기술과 비슷한 연구과제를 이름만 바꿔 내도 선정되는 경우가 다반사여서 중복개발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그릇된 ‘온정주의’로 인해 관리시스템도 전무하다. 감사원의 감사관 B씨는 “각 관리기관에는 사후정산팀이 있어 연구개발비가 제대로 쓰였는지를 점검하도록 돼 있는데, 영수증만 있으면 된다는 식으로 형식적인 조사만 하니 연구비 유용비리가 터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영수증 내역만 확인해도 부당집행 사실을 알 수 있는데 단순조사조차 안 한다는 것이다. 사후평가도 유명무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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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예산이 지원된 만큼 연구결과를 평가해, 성과가 없을 경우 제재조치가 따라야 하는데 기관평가는 그야말로 형식적이다. 심할 경우 연구당사자가 자신의 연구결과를 평가하기도 한다.2003년 당시 국무조정실 소속이었던 기초기술연구회는 위탁연구를 맡고 있던 S대학의 H 교수를 평가위원으로 위촉했다가 감사에 적발되기도 했다.R&D 관리실태 감사를 담당했던 감사관 C씨는 “평가기관에서 이해관계자에게 평가를 맡기는 사례가 많고,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 보니 수치상으로는 외국에 비해 우리나라의 R&D 성공률이 높게 나온다.”며 “하지만 정작 상용화되는 기술은 거의 전무하다.”고 꼬집었다.

강혜승기자 1fineday@seoul.co.kr
2005-12-13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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