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수돗물’ 가이드라인 만든다

‘맛있는 수돗물’ 가이드라인 만든다

박은호 기자
입력 2005-10-17 00:00
수정 2005-10-17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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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정책 가운데 수돗물만큼 공급자(정부·지방자치단체)와 수요자(일반 가정)간 평가가 엇갈리는 경우는 드물 듯하다.“안심하고 드셔도 됩니다.”란 홍보가 줄기차게 이어지고 있지만, 수돗물에 대한 불신의 눈길은 여전히 거둬지지 않고 있어서다.

최근 국회 일각에서 ‘약일 수도, 독일 수도 있는’ 불소(F)를 수돗물에 사실상 강제적으로 투입하려는 법 개정안을 마련(서울신문 9월12일자 22면 참조)한 이후 수돗물을 둘러싼 논란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소비자 입맛 끄는 수돗물 돼야”

이런 가운데 정부의 수돗물 수질정책이 조심스럽게 방향전환을 모색하고 있어 주목된다. 수돗물의 안전성만 강조해서는 더이상 ‘말발’이 먹혀들지 않을 것으로 판단,‘품질 향상’으로 소비자의 입맛에 맞춰 보겠다는 것이 요지다. 환경부가 요즘 준비하고 있는 ‘맛있는 수돗물 프로젝트’가 그것인데, 떨어질대로 떨어진 수돗물의 매력을 되살리겠다는 취지가 담겨 있다.‘맛있는 물’ 프로젝트는 말그대로 수돗물의 맛 향상이 목표다.

그렇다면 어떤 물이 맛있는 물일까. 일본 후생성과 몇몇 대학에서는 수십년 전부터 맛있는 물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 온 끝에 몇가지 기준을 마련한 적이 있는데,‘아무런 맛도, 냄새도 나지 않아야 하고, 섭씨 8∼14도의 수온 및 중성이나 약산성을 띠어야 한다.’고 돼있다.

칼슘·마그네슘 등 미네랄 성분이 적정하게 포함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었다.

환경부와 한국수자원공사는 최근 이런 일본의 ‘맛있는 물 지수’ 기준을 적용해 우리나라 4대강 수계 30개 광역정수장의 물맛을 재는 흥미로운 실험을 해보기도 했다.

한강수계의 경우 10개 정수장 물 가운데 ‘지수상으로’ 맛있는 물로 평가받은 곳은 3곳이었고, 금강·섬진강수계는 9곳중 2곳, 낙동강북부수계는 4곳중 2곳, 낙동강남부수계는 7곳중 4곳이란 결과가 나왔다. 실험결과에만 비추면 ‘낙동강 남부수계 정수장의 물이 가장 맛있다.’는 결론이 나온 것이다.

그러나 환경부는 이런 결과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여 활용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일본에서 ‘맛있는 물 지수’가 1985년 개발되긴 했지만 현재는 이 지수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기 때문”(수도정책과 최문규 사무관)이다.“건강하고 맛있는 물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선 앞으로 추가적인 연구가 더 필요하다.”는 단서도 달았다.

수돗물이 가장 맛있다?

환경부는 이같은 수돗물 성분분석보다는 소비자들의 ‘물맛 평가’에 더 큰 의미를 두고 있다.

지난달 한국상하수도협회와 서울YWCA는 서울시민 2000여명을 상대로 정수장물과 수도꼭지에서 받은 수돗물, 정수기로 거른 수돗물, 생수(먹는샘물) 등 4가지 종류의 물맛을 평가토록 한 시음행사를 열었다. 참가자들은 시음대상 물이 어떤 종류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품평을 내놓았는데,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수도꼭지 수돗물을 마신 응답자의 59%가 ‘맛있다.’는 답변을 내놓은 반면 정수장 물(2종류)은 46%와 47%, 생수(2종류)는 42%와 50%, 정수기수돗물은 49%가 맛있는 물이라고 평가한 것(그래프 맨위).

서울YWCA 조주은 소비자환경부 차장은 “수돗물의 물맛이 다른 물에 비해 더 맛이 좋거나 적어도 별 차이가 없다고 느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시음행사와는 별도로 진행된 설문조사에서 ‘평소 마시는 수돗물이 맛있다.’는 응답(8%)과는 딴판이었는데, 수돗물에 대한 막연한 불신이 크다는 증거다.

이런 현상은 설문조사의 다른 항목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수돗물 안전성이 검증됐더라도 정수기나 생수를 사용하겠다.”는 응답이 44%인 반면 ‘수돗물을 그냥 마시겠다.’는 비율은 31%에 그쳤다. 심지어 ‘검사결과를 믿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응답도 25%에 달했다.

“내년부터 가이드라인 시행”

환경부가 수돗물의 안전성 홍보에 치중하는 대신 ‘맛있는 수돗물’ 만들기로 방향을 전환키로 한 것은 이런 까닭에서다.

최문규 사무관은 “삶의 질이 예전보다 향상되면서 수돗물에 대한 국민들의 판단기준이 변화하고 있다.”면서 “지금까지는 수질기준 만족 등 위생·안전성 여부가 주된 관건이었지만 갈수록 불쾌한 맛과 냄새 제거 등 맛있는 물에 대한 욕구가 커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부는 지난 6월부터 ‘맛있는 물 가이드라인’ 작성을 위한 포럼을 6차례 개최,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왔다. 지난 5일엔 한국상하수도학회 주최로 공청회도 열었는데, 일반 시민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 결과 등을 모두 반영해 ‘아무런 맛도, 냄새도 나지 않는 물’을 맛있는 물의 기준으로 잠정 설정한 상태다.

이를 위해 불쾌한 맛을 내는 염소냄새 제거를 위해 수돗물에 포함된 잔류염소 함유량을 안전성에 문제가 없는 한 최대한 떨어뜨리겠다는 입장이다. 수도꼭지 수돗물에서 ℓ당 0.2㎎ 이상의 염소가 포함되도록 한 현행 수도법의 개정도 고려 중이다.

흙냄새나 곰팡이 냄새 등을 유발하는 미생물 제거를 위해 별도의 수질기준 항목을 만드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최 사무관은 “미국이나 일본 등은 수돗물 정수장 등에 강제적으로 적용되는 수질기준 이외에 별도의 ‘2차 수질기준’을 마련해 권고기준으로 운영하고 있다.”면서 “‘맛있는 물 가이드라인’을 연내 확정해 이르면 내년부터 시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가이드라인은 일단은 각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시행하도록 맡길 계획이지만, 일반 주민들로 구성된 패널을 운영해 수돗물의 맛을 평가토록 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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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호기자 unopark@seoul.co.kr
2005-10-17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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