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이슈] 대학가 日극우단체 자금 유입 공방

[클릭이슈] 대학가 日극우단체 자금 유입 공방

입력 2005-06-02 00:00
수정 2005-06-02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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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카와 료이치(笹川良一).1899년 오사카생. 양조업자의 아들로 태어나 22살 때 물려받은 유산으로 우익단체 ‘국방사’ 결성.1931년 국수대중당 총재에 선출된 뒤에는 당원들에게 이탈리아 독재자 무솔리니의 제복을 입혔을 정도로 파시즘을 추종. 만주 항일유격대 소탕과 가미카제 특공대 창설에 깊숙이 관여. 패전 뒤에는 도쿄재판에 회부돼 A급 전범으로 사형을 선고 받지만 투옥 3년 만인 1948년, 감옥에서 나와 사업가로 변신하는 데 성공.

1951년부터 경정사업을 시작해 막대한 부를 축적한 사사카와는 ‘도박재벌’의 이미지를 벗기 위해 자선사업과 함께 사사카와 재단(95년 사망후 일본재단으로 개명)을 설립한다. 그는 1970년 150t짜리 병원선 1척을 한국에 기증한 데 이어 1975년에는 한국나병연구원 건립자금으로 1억 2000만엔(당시 2억원)을 전달한다.

●일본재단의 돈을 둘러싼 해석 두고 치열한 공방

이런 사연을 갖고 있는 일본재단의 돈이 연세대와 고려대에 흘러들었다는 사실이 최근 부각되면서 해당 대학의 구성원들 사이에 공방전이 벌어지고 있다. 비록 공익법인이긴 해도 전범과 관련된 재단의 돈을 학문 연구에 사용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과 사사카와 개인이 아닌 공익법인으로부터 받은 돈이기 때문에 투명하게 쓴다면 문제없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일본재단의 돈이 연세대에 처음 들어온 것은 1995년. 연세대는 당시 재단의 기금을 출연받아 학교법인 아래에 ‘한·일협력 연구기금’을 뒀다. 같은해 12월4일 알렌관에서는 ‘한·일협력 연구기금 전달 조인식’을 기념하는 행사도 열었다. 당시 일본재단의 기금을 끌어오는 데 적극적으로 나섰던 송자 연세대 전 총장은 “한·일 국교 정상화 30주년을 맞아 양국 상호 이해 증진에 기여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사사카와의 셋째아들로 일본재단의 이사장인 사사카와 요오헤이는 이날 윤동주의 ‘서시’를 낭송하며 “일제의 박해에 쓰러진 그의 학문과 정신을 이 기금을 통해 이어가겠다.”고 밝혔다.‘한·일협력 연구기금’ 10억엔(당시 환율기준 75억원)이 일본재단의 돈이라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연세대는 심각한 학내 갈등을 겪는다. 교수평의회와 총학생회는 전범의 기금을 받을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학교 구성원들의 반대에 부딪힌 연세대는 결국 1996년 6월 ‘한·일협력 연구기금’을 독립적인 재단법인 ‘아시아 연구기금’으로 탈바꿈시킨다. 일본재단의 돈과 외부 지원을 합해 총 1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한 아시아 연구기금은 여기서 나오는 이자 수입 등으로 해마다 3억∼8억원 정도를 교수들에게 연구비로 지급해 왔다.

●일본재단, 연구비 지원 제안 잇따라

연세대에 일본재단의 자금이 유입되기 훨씬 전인 1988년 고려대에도 이 재단의 자금으로 장학금이 조성됐다. 사사카와 생전에 장학금을 유치한 고려대는 그의 이름을 따 ‘사사카와 영-리더(Young-Leader)’라는 장학금을 설치하고 1억 2950만엔을 받았다. 이 기금의 이자는 2003년까지도 고려대 대학원생들에게 지급됐다. 고려대의 한 교수는 “1980년대 말부터 일본재단이 한국의 유명대학 교수에게 전화를 일일이 걸어 연구비를 지원하겠다는 제안을 해와 실제 일부 교수가 그 돈을 받기도 했다.”고 전했다.

아시아연구기금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유석춘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일본재단의 기금은 전범인 사사카와 료이치 한 사람의 돈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유 교수는 “일본재단은 경정사업을 하는 하나의 공익법인일 뿐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로또나 마사회 같은 개념으로 이해해야 한다.”면서 “지금까지 아시아연구기금은 동아시아 경제, 사회, 문화 전반의 연구를 하는 데 사용해 왔다.”고 말했다. 반면 연세대 교수협의회 대표 최종철 교수(영문과)는 모든 기금에는 돈을 주는 단체의 의도가 있다고 반박한다. 일본재단의 핵심 운영진이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의 구성원들로 일제 식민지배를 미화해 왔기 때문에 이들의 돈을 받아 연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일본재단의 자금을 받은 단체와 대학들은 지금이라도 사죄하고 기금을 모두 되돌려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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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연 김준석기자 belle@seoul.co.kr
2005-06-02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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