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수능] “시험감독없으면 집중 더 잘돼요”

[위기의 수능] “시험감독없으면 집중 더 잘돼요”

입력 2004-11-29 00:00
수정 2004-11-29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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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인 27일 오전 11시. 경남 밀양시 밀성여중 2학년 2반 학생들은 2학기 2차시험을 치르고 있었다. 하지만 교실에는 다른 학교와 달리 감독교사가 보이지 않았다. 이유를 묻자 박은빈(14) 양은 “무감독시험이 우리 학교 전통”이라며 자랑스러워했다.“부정행위가 정말 없느냐.”고 물었더니 이미나래 양은 “커닝하면 친구들이 믿어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조민지 양은 “마음의 유혹은 있지만 인격으로 인정받고 싶다.”고 거들었다.

수능부정 사건으로 교육현장이 얼룩지고 있는 가운데 올해로 27년째 ‘무감독시험’을 치르고 있는 밀성여중의 모습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밀성여중의 무감독시험은 1978년 시작됐다.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학교생활을 해나가고, 양심을 실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당시 안윤환(작고) 교무주임의 제안에 따른 것이었다. 하지만 3∼4차례 무감독시험이 이루어지면서 커닝을 하는 바람에 자녀의 석차가 떨어졌다는 일부 학부모의 항의로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무감독시험이 되살아난 것은 1980년 4월. 훗날 밀양 세종고 교장으로 교직생활을 마무리한 당시 정수성(62) 교무주임은 일부 학부모의 우려를 무릅쓰고 “인성교육의 핵심인 양심실천에 큰 도움이 된다.”며 무감독시험을 적극 추진했다. 시험 하루 전 ‘참된 행복과 기쁨은 양심을 지킬 때 느낄 수 있다.’는 ‘양심의 소리’를 교내 방송으로 내보내고, 시험 직전에는 ‘서로 믿자, 양심껏 치르자, 전통으로 삼자, 자랑으로 삼자’는 ‘양심의 신조’를 제창하게 했다. 시험을 마치면 시험 분위기와 양심 실천, 인격 수양, 무감독 시험의 전망 등의 항목으로 설문조사도 했다. 학생들은 올해 설문조사에서 88%가 ‘무감독시험이 좋다.’,98%가 ‘양심을 실천했다.’,93%가 ‘시험 분위기가 좋았다.’고 응답했다.1980년 첫 설문조사의 37.9%,86.3%,52.2%보다 훨씬 높아진 것이다. 무감독시험이 인격수양에 영향을 준다는 응답도 최근에는 89%나 됐다.

1학년 이정희(13) 양은 “처음에는 친구들이 커닝을 하거나 시험 분위기가 소란스러울까 걱정했다.”면서 “지금은 감독선생님이 없어서 오히려 마음 편하게 집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밀성여중을 2년 남짓 다니다 다른 학교로 전학갔다는 J고 1년 손예진(16)양은 “밀성 친구들은 매점에서 거스름돈을 더 받으면 돌려주었지만 다른 학교 친구들은 그냥 가져간다.”면서 “무감독시험을 치른 애들이 더 양심적”이라고 지적했다.

밀양 박지윤기자 jypark@seoul.co.kr

2004-11-29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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