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직한 아버지 이어 17년째 ‘소방관 요람’ 지키는 아들

순직한 아버지 이어 17년째 ‘소방관 요람’ 지키는 아들

이범수 기자
이범수 기자
입력 2016-09-25 16:29
업데이트 2016-09-25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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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을 받는 게 부담은 됐지만, 지금은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청원경찰 추병현(41)씨는 지난 22일 열린 ‘서울 소방학교 30주년 행사’에서 감사패를 받았던 일에 대해 25일 소회를 밝혔다. 학교는 추씨가 아버지의 뒤를 이어 17년째 근무하는 점을 공로로 인정해 상패를 수여했다. 그의 아버지는 고(故) 추만철씨로 서울소방학교가 문을 연 1986년부터 1999년 9월 순직할 때까지 13년간 기능직 공무원으로 설비 업무를 했다. 추씨 부자가 서울소방학교의 30년 역사를 지켜온 셈이다.

추씨는 1999년 11월부터 정문 옆 초소에서 학교를 지키고 있다. 한 번 근무할 때마다 24시간 꼬박 학교를 지키고, 이상이 없는지 틈틈이 순찰한다. 그동안 이곳을 거쳐 간 ‘소방 꿈나무’만 어림잡아 수백명은 넘는다. 서울소방학교는 소방공무원들을 6개월간 교육하고 일선 소방서에 투입하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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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병현(오른쪽)씨가 지난 22일 서울소방학교로부터 받은 감사패를 들고 신현철 전 서울소방학교장과 함께 사진 촬영에 응하고 있다.
추병현(오른쪽)씨가 지난 22일 서울소방학교로부터 받은 감사패를 들고 신현철 전 서울소방학교장과 함께 사진 촬영에 응하고 있다.
추씨는 아버지를 떠나보낸 지 2개월 뒤인 그해 11월 청원경찰 한 자리가 비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관광가이드의 꿈을 키울 때였다. 젊은 청원경찰이 흔할 때도 아니라 망설이기도 했지만 고민 끝에 제복을 입게 됐다는 게 추씨의 말이다.

추병현씨가 자신의 근무지인 서울 소방학교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추병현씨가 자신의 근무지인 서울 소방학교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아버지가 땀 흘려 일하던 곳에서 제복을 입게 된 소감이 복잡 미묘할 듯도 하지만, 소감을 묻자 의외로 ‘감사하다’는 소박한 대답이 돌아왔다. 추씨는 “학교 운동장에 조성된 소방충혼탑에 아버지 이름이 올라가 있어 늘 주변에 아버지를 기린 조형물을 두고 있는 셈”이라면서 “생각하지 못했던 상을 받아 감사한 마음뿐”이라고 담담히 말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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