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세계 의사들에 한수 지도 ‘담도내시경 대가’ 문종호 교수

세계 의사들에 한수 지도 ‘담도내시경 대가’ 문종호 교수

입력 2016-01-06 09:43
업데이트 2016-01-06 09:50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순천향대 부천병원, 매년 수천명 의사 앞에서 라이브 시술 펼쳐보여


“작년 2월 독일 뒤셀도르프의 심포지엄에서 독일의 나이 지긋한 의사가 ‘50년 전에는 우리가 한국인 간호사를 가르쳤는데 이젠 우리가 배운다’며 놀라워 하더군요.”

문종호(51) 순천향대 부천병원 소화기센터 교수는 당시 유럽 소화기내과 학회의 초청을 받아 수백명의 유럽 의사들 앞에서 담도 내시경 라이브 시술을 펼쳐보였다. 그는 6일 “시술을 본 그 독일인 의사가 한국의 의료수준에 혀를 내둘렀다”고 전했다. 뒤셀도르프는 1960∼70년대 한국인 광부와 간호사들이 많이 파견됐던 곳이다.

문 교수는 지난해 1월에는 미국의 제22회 췌장 및 담도 내시경 국제심포지엄에 아시아 의사로는 최초로 공동 총괄책임자로 선임돼 심포지엄 전반을 기획하고 내시경 라이브 시술을 보여줬다. 그는 지난해에만 독일·미국·브라질·중국 등 총 8개국에 초청돼 담도 내시경 라이브 시술을 시연하는 등 2009년부터 매년 7∼9회 세계 각국의 소화기내과학회에 참석, 각국의 동료 의사들에게 내시경 라이브 시술을 한 수 지도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만 벌써 4개국 5차례 시연 초청을 받아 놓은 상태다. 학회는 수백 명에서 수천 명의 관련 분야 의사들이 참석해 최신 의료정보를 교환하고 첨단 시술법을 공유하며 토론을 벌인다. 심포지엄에서는 담관암 등 실제 환자의 담도 내시경 시술 장면이 영상으로 생중계된다. 의료진은 시술 과정을 설명하고 질문에 답한다.

완벽한 이론과 시술 능력을 갖추고 있지 못하면 시술을 성공적으로 할 수 없고, 동료 의사들의 질문에 답할 수도 없다. 당연히 학회 측은 최고 수준의 의료진을 특별 초빙해 시술 시연을 맡긴다.

문 교수는 지금까지 한 번도 실패나 시행착오 없이 완벽하게 수행, 이 분야 ‘대가’로 통한다. 그는 “시술 중 예기치 못한 여러 돌발 상황이 발생해도 즉각 대처할 정도로 시술이 완전히 몸에 배어야 한다”며 “아마 많은 사람 앞에서 떨지 않고 발표할 수 있는 재능도 좀 있는 것 같다”고 웃었다.

그가 이처럼 세계 각국의 의료진 앞에서 한국의 뛰어난 의료 수준을 선보일 수 있는 것은 피나는 연구와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문 교수는 소화기내과 가운데 담도와 췌장 분야 전문의이자 박사다. 위는 내시경으로 내부를 들여다 볼 수 있는데 담도는 지름이 6∼8㎜로 가는데다 십이지장에서 담도로 들어가는 관이 너무 급히 꺾여져 위 내시경 방법으로는 도저히 접근할 수 없다.

일본 올림푸스사가 개발한 담도 내시경이 있지만 고가이고 2∼3번밖에 못쓰는데다 2명의 의사가 함께 시술을 해야 해 실패할 확률도 높은 단점이 있다. 이런 문제를 고민하던 그는 10년 전인 2006년 담도 안을 편하고 경제적으로 들여다 볼 수 없을까 궁리하기 시작했다. 3년여의 연구 끝에 ‘담도 풍선 도관을 이용한 담도 내시경 검사’를 고안해냈다.

길이 240cm(삽입 길이 150㎝ 안팎), 지름 1.7 ㎜의 가는 관을 담관에 밀어 넣고 관 끝쪽에 달린 풍선에 바람을 넣어 부풀려 매달리게 한 뒤 이 가는 관을 따라 내시경을 삽입, 담관 안을 들여다보는 시술법이다. 문 교수는 2009년 이 방법으로 80여 차례 시술에 성공한 뒤 그 결과를 미국소화기내시경학회지에 발표했다.

당시 학회지 표지를 장식할 정도로 세계 췌장·담도 내시경학회에 큰 반향을 일으키며 ‘담도 내시경 라이브 시술 스타’로 이름을 떨치기 시작했다. 문 교수는 내시경 개발과 내시경 라이브 시술 능력을 인정받아 세계 유수의 의료기기 전문업체들로부터도 기기개발에 참여해달라는 러브콜을 받고 있다.

이미 미국 내시경 관련 기기 제조회사인 쿡 사의 기기 개발에 미국·유럽 교수와 함께 주요 자문 교수로 참여하고 있고, 역시 미국 내시경 관련 기기 제조회사인 보스톤사 아시아태평양지역 임상연구의 중책을 맡아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담도 내시경 첫 개발사인 일본 올림푸스 사로부터 최신 내시경 개발 제의를 받아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그는 한국이 세계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는 금속스텐트(일명 금속배액관)도 담관암 환자들의 시술에 더 효과적이고 편하게 쓸 수 있게 했다. 국내 3개 스텐트 제조업체가 문 교수의 스텐트를 상품화해 국내외에 판매하고 있다. 두 회사는 기기명에 문 교수의 이름 영문 이니셜 ‘M’자를 넣기도 했다.

그는 환자 치료에서 의료기기 개발에 이르기까지 활동 영역을 넓히며 세계 담도·췌장 환자들에게 희망을 불어넣고 있다. 문 교수는 “담도·췌장 분야 한국의 의료 수준은 아직 뛰어나지 않은 편”이라며 “미국·유럽·일본 다음으로 우리가 4위 수준에 도달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국민연금 개혁 당신의 선택은?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공론화위원회는 현재의 보험료율(9%), 소득대체율(40%)을 개선하는 2가지 안을 냈는데요. 당신의 생각은?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50%로 각각 인상(소득보장안)
보험료율 12%로 인상, 소득대체율 40%로 유지(재정안정안)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