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오염수 괴담’을 대하는 방법/유창선 정치평론가

[열린세상] ‘오염수 괴담’을 대하는 방법/유창선 정치평론가

입력 2023-07-05 00:53
수정 2023-07-05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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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염수 방류 ‘찬성’이 정부 입장일 순 없어
국민 불안과 반대여론 감안 ‘우려’ 기조를
방류는 日이 하는데 우리끼리 싸워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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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선 정치평론가
유창선 정치평론가
2008년 광우병 집회 때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촛불을 들고 미국산 소고기 수입 반대를 외쳤다. 미친 소가 쓰러지는 장면을 TV에서 봤기에 미국산 소고기를 먹으면 사람도 미치는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게 식당과 마트에서 미국 소고기를 사 먹는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이제는 광우병 공포를 말하는 사람을 주변에서 찾아볼 수가 없다. 그래서 미국 소고기를 먹을 때면 15년 전 모습이 떠올라 스스로 민망해질 때가 있다.

사실 그때 나는 광우병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전문가라는 학자들과 언론이 주는 공포에 겁이 났을 뿐이다. 솔직히 말하면 당시 내가 싫어하던 이명박 정부를 코너로 몰아가고 싶은 생각도 컸다. 사람에게서 광우병이 발병할 가능성이 실제로 얼마나 되는가는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보고서가 공표됐고 일본의 방류는 이제 시간문제가 됐다. 그런데 방류를 앞두고 천일염이 ‘사재기’로 품귀 현상을 빚고 가격도 급등했다고 한다. 삼중수소수는 햇빛을 받으면 증발하기 때문에 소금에 남지 않는다는 전문가들의 설명이 있지만, ‘핵폐수’라는 정치인들의 말 앞에서 불안해하는 국민들이 많다는 얘기다.

이것이 ‘괴담’인지 아닌지를 단언할 전문적 식견을 나는 갖고 있지 못하다. ‘광우병 괴담’에 속았다고 해서 ‘오염수 괴담’이라고 예단하기도 어렵다. 다만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전혀 처리되지 않은 오염수가 하루 300톤씩 방류됐지만 우리 해역에서는 전혀 측정되지 않은 사실은 알고 있다. IAEA의 판단은 신봉할 만한 것이냐는 질문도 할 수는 있겠지만, 그들의 객관성을 부정할 만한 구체적인 근거도 없다. 일본 정부가 바다에 방류하기로 한 것은 불편하지만, 그렇다고 ‘함께 쓰는 우물에 독극물 풀어 넣는 것’이라는 주장에는 좀처럼 동의가 되지 않는다.

여당 의원들은 국민 불안을 해소하겠다며 횟집을 도는 ‘먹방 회식’을 하고 있고, 야당 의원들은 결사 저지하겠다며 ‘단식 농성’을 하고 있다. 아직 오염수 방류를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회를 먹고 수족관 물을 마시는 연출은 우습다. 예정된 신념에 따라 단식까지 하는 것은 분노만 자극하는 정치로 비쳐진다. 우리 정치의 수준은 15년 전 그대로라는 자괴감이 든다.

그러나 극단적 선동들이 있다고 해서 ‘괴담’ 비판만 하는 것이 정부의 모습일 수는 없다. “현재의 방류 방식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판단돼 확정된 것”이라는 얘기는 우리 정부 당국자가 할 말은 아니다. 공포심만 자극하는 야당들의 주장이 과도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우리 정부가 일본 정부의 대변자처럼 비쳐지는 것도 부적절한 일이다. 정부는 우리 국민의 편에 서서 혹시라도 있을 수 있는 위험성을 조사하고 검증하며 대책을 마련하는 위치에 서야 한다.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라면 일본과 다시 낯을 붉히는 상황도 감수하겠다는 생각을 갖는 것이 정부의 책임이다.

일본의 오염수 방류에 대해 정부는 아직까지 찬반의 공식 입장을 내놓은 것이 없다. 오염수 방류가 과학적 견지에서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 한들 국민들의 불안과 우려를 조장하는 것은 사실이다. 오염수 방류에 대해 우리 국민의 84%가 반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있듯이 일본의 선택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감정은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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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연히 존재하는 국민감정을 과학이라는 이름을 내세워 무시할 일은 아니다. 오염수 방류에 대한 대한민국 정부의 입장은 ‘찬성’이 아닌 ‘우려’의 기조가 되는 것이 옳다. ‘괴담’을 물리치는 데는 정부가 국민 건강을 위해 투명한 자세로 책임을 다하는 모습만큼 좋은 방법이 없다. 방류는 일본이 하는데 우리끼리 싸우는 광경은 정상적이지 않다.
2023-07-05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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