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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킹 원작 가운데 가장 무서울지 모르는 ‘부기맨’ 6일 개봉

스티븐 킹 원작 가운데 가장 무서울지 모르는 ‘부기맨’ 6일 개봉

임병선 기자
입력 2023-06-03 05:01
업데이트 2023-06-03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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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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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킹의 원작을 스크린에 옮긴 것 중 가장 무서운 작품이 될지 모르는 ‘부기맨’(롭 새비지 연출)이 6일 국내에서 개봉한다. 미국 등에서는 지난 1일(현지시간) 공개됐다.

‘캐리’를 시작으로 ‘샤이닝’, ‘쇼생크 탈출’, ‘스탠드 바이 미’, ‘그린 마일’, ‘미져리’, ‘미스트’, ‘그것’ 등등 100편이 넘는 영화의 원작을 쓴 킹을 어린 시절부터 숭앙했다고 털어놓는 제작진이 1973년 ‘카발리어 매거진’을 통해 처음 공개됐고 1978년 단편집 ‘나이트 시프트’에 실린 이 작품을 끄집어냈다. 무려 50년 뒤에 작품을 소환한 이유가 궁금했는데 역시나 인간의 내면 깊숙이 또아리를 튼 두려움의 실체를 파고들겠다는 것이었다.

새비지 감독은 “어린 시절 킹의 소설을 읽고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 잠들려고 누워도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표면 아래에 있는 무언의 어둠이 나에게 정말 깊이 다가왔다”고 털어놓았다. 온택트 화상 미팅을 소재로 팬데믹 현실을 생동감 있게 담아낸 공포 영화 ‘호스트: 접속금지’(2020)로 로튼토마토 신선도 100%를 유지한 감각과 안정적인 연출력으로 주목 받았다.

새비지는 제작배급 시사 도중 너무 큰 비명이 터진 뒤 주변 사람들과 수다를 떠는 통에 정작 다음 얘기를 놓쳤다는 지적을 받고 재편집해 45초 분량으로 다시 편집했어야 했다고 잡지 엠파이어 인터뷰를 통해 털어놓았다.

각본을 맡은 스콧 벡은 “킹의 단편소설들은 매우 낯익지만 특히 부기맨은 오랫동안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콰이어트 플레이스’ 각본을 썼던 벡은 브라이언 우즈와 함께 원작을 중심에 두고 ‘한 환자가 정신과 의사에게 털어놓는 이야기가 의사의 삶에서 현실로 나타나기 시작하고, 그의 딸들에까지 일어난다면 어떨까?’ 생각하며 다듬었다고 했다. ‘블랙 스완’의 마크 헤이만이 스토리 라인을 더하고 캐릭터들을 정교하게 다듬어냈다.

제작을 맡은 댄 레빈은 “내 인생에 가장 충격적인 소설이었다. 그 뒤로 몇 년이나 옷장을 두려워했다. 그것이 킹 작품의 묘미”라고, 공동제작자 숀 레비는 “우리는 다양한 스토리를 좋아하지만, 두려움의 위험과 깊이가 합쳐진 거대한 아이디어가 든 이야기를 더 좋아한다. 거장이 쓴 이 이야기는 사건과 주제 면에서 매우 풍성하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은 공포 스릴러 팬덤을 만든 ‘기묘한 이야기’ 제작자들이다.

‘부기맨’은 벽장 속에 사는 괴물로, 정해진 모양 없이 아이들의 공포를 통해 형상화되는 존재다. 늦은 밤, 벽장을 열어두고 침대에 누우면 벽장 속 어둠이 깊은 동굴처럼 보이는데, 이런 원초적인 공포가 ‘부기맨’ 괴담으로 발전한다.

‘고스트 버스터즈’와 ‘심슨 가족’, ‘크리스마스의 악몽’, ‘가디언즈’ 등에서 이를 모티프로 발전시킨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것은 물론이다. 그런데 그 원조를 이제야 제대로 스크린에 옮긴 셈이다.

엄마를 잃은 가족들이 각자 하나의 섬처럼 지낸다. 혼자서 슬픔을 감당하고 대화를 나누지도, 상대의 경험을 알아주지 않는다. 이런 상황이 가족의 슬픔과 혼란을 먹고 사는 ‘부기맨’을 만들어낸다는 설정이다.

집이란 한정된 공간이 주는 미스터리와 공포를 극대화하기 위해 ‘나이브스 아웃’의 제레미 우드워드가 프로덕션 디자이너로 합세했다. 보통 공포영화들은 빅토리아 건축 양식을 사용했지만, 이 작품은 더욱 복잡하고 다층적인 느낌을 준다. 심리치료사 윌 하퍼의 사무실은 그의 단절된 감정을 나타내기 위해 차가운 색온도를 사용했다. 엄마의 작업실은 밝은 컬러에 햇볕이 잘 들어오는 공간으로 여전히 모두가 그리워하는 존재라는 인상을 안긴다. 소여의 방은 알록달록하고 ‘부기맨’의 잠입을 표현하기 위해 빛에 많은 신경을 썼다.

우드워드는 부기맨을 곰팡이에 비유하는데 “죽음과 부패를 먹고 사는 유기체지만, 이 이야기에서는 슬픔과 고통을 먹고 산다. 부패의 진행 과정을 통해 매번 더 비열해지고, 단단해지고, 불쾌해져 있다”고 설명했다. 해서 다양한 곰팡이를 곳곳에 표현했다. 폴 그래프 특수시각효과 감독은 뜻밖의 형상을 지닌 부기맨을 만들어냈다. 촬영하며 배우들의 몰입감을 끌어올리기 위해 미러볼을 사용했다고 했다.

‘헬레이저’의 일라이 본 촬영 감독은 영화 전체가 어린 시절의 기억처럼 느껴지길 원해 아나모픽 렌즈를 사용했다. 내부를 확장시켜 더욱 크고 공허한 공간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서였다.

서서히 수은주가 올라가는 이즈음, 체온을 확 끌어내리는 영화로는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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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서울신문 54기 수습 막바지였던 지난달 말, 이 영화를 시사한 두 기자의 감상평을 뒤늦게 옮긴다. 인상 비평에 치중된 점은 있지만 감상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

유규상 부기맨은 중세 영어 ‘무서운 무언가’에서 파생된 공포 그 자체를 형상화한 용어라고 한다. 영화에서 이 존재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어둠 속에서만 움직여 극 초반 공포에 대한 상상력을 자극했다.

그러나 전반적인 극의 흐름상 연결고리와 개연성이 약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먼저 희생된 가족의 생존자는 부기맨이 인류보다 훨씬 더 오래전부터 존재했다고 표현한다. 오랜 시간 심적으로 약한 인간들을 괴롭히고, 죽여온 존재라며 특징을 강조하기도 한다.

이 설정이 꼭 필요한 이유가 모호하다. 총을 여러 번 맞아도 죽지 않는 강함을 표현하려는 것인지, 지금껏 많은 희생자가 있어 왔다는 것인지 추측만 할 뿐이다. 다만, 부기맨이 불에 타 죽음을 맞이할 때 한국어를 포함해 여러 언어로 ‘살려줘’라고 외치는 장면을 위해서인가 생각이 들기는 했다.

부기맨이 인간을 죽이는 이유도 모호했다. 극의 막바지 장면인 지하실에서 부기맨은 주인공 세이디&&를 붙잡아 정기를 빼앗는 듯한 장면이 나온다. 앞서 ‘허기진 상태’라고 복선을 두기는 했지만 그렇다면 이전 희생자 가족은 왜 죽였는지 의문이다. 기운을 빼앗아 죽인 것이 아니라 ‘목을 부러뜨려’라고 표현했기 때문이다. 부기맨이 사람을 어떤 이유로 죽이는지 분명해 보이지 않았다.

빛에 대한 설정도 의문이다. 빛을 절대적으로 마주할 수 없는 것인지, 그저 싫어하는 것인지 확실해 보이지 않았다. 절대적으로 빛을 상대할 수 없다면 소여&&가 굴린 둥근 전등을 깨거나 주인공이 들고 있는 라이터 불에 달려드는 모습은 어색하게 느껴진다. 밝기가 강하면 피하고, 약하면 꺼버린다는 설정의 기준이 조금 더 명확했어야 하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극 초반의 설정을 조금 더 길게 가져갔으면 좋았을 것 같다. 어둠 속에 몸을 숨긴다는 부기맨의 실체를 너무 일찍 등장시켰다. 모습을 형상화할 수 있게 된 후의 설정과 모순된다는 생각이 공포감을 덜어냈다.

유승혁 부기맨은 미국 가정에서 어린 아이들에게 겁을 주거나 할 때 언급되는 존재다. 영화에서도 어둠 속 공포감을 극대화하는 캐릭터로 묘사됐다.

부기맨은 등장인물들의 공격이 이어지기 전까지 형체를 드러내지 않아 공포감을 더하는 상상력을 자극했다. ‘문틈 사이에 무언가 있다’는 포스터의 문구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음향도 공포의 깊이를 더하는 데 한몫 했다. 인물들이 어둠을 바라볼 때 나오는 소리는 관객의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관객인 나 역시 어둠 속에서 무언가 나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여러 차례 눈을 질끈 감곤 했다. 특히 깜빡거릴 때마다 다가오는 부기맨의 모습과 고조되는 소리는 부기맨의 모습을 자세히 알 순 없어도 무섭다는 느낌을 확실히 안겼다.

아쉬운 점도 있다. 개연성이 부족했다. 부기맨이 이 집 저 집으로 왜 이동하는지, 등장인물들에게 어떤 서사가 있는지, 부기맨이 마지막에 왜 모습을 드러내게 됐는지 온전히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부기맨을 향해 총을 쏘던 여성 역시 왜 등장했고, 결국은 어떻게 됐는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짜임새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영화에서 설명하는 다양한 요소들이 일관성 있게 연결되지 않았다.

영화가 끝나고 기억에 또렷이 남는 장면이 없다. 예를 들어 ‘주온’에서는 이불 속 귀신. ‘컨저링’에서는 ‘박수 짝짝’ 등이 있다. 부기맨은 98분 러닝타임 내내 인물들을 단순히 괴롭히기에 바빠 보였다. 공포 영화도 오로지 강하게만 가는 것이 아니라 강약 조절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작품은 공포의 높낮이를 따졌을 때 ‘강하게만’ 표현된 것이 아닌가 싶다. 지루하다는 느낌이 적잖이 들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임병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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