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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곰돌이 푸가 살인마로, 영화 ‘피와 꿀‘ 홍콩·마카오 상영 취소

착한 곰돌이 푸가 살인마로, 영화 ‘피와 꿀‘ 홍콩·마카오 상영 취소

임병선 기자
입력 2023-03-22 06:09
업데이트 2023-03-22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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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돌이 푸: 피와 꿀’ 미국 개봉 포스터.
‘곰돌이 푸: 피와 꿀’ 미국 개봉 포스터.
영국 공포영화 ‘곰돌이 푸: 피와 꿀’이 홍콩과 마카오에서 상영되지 않을 것이라고 배급사가 밝혔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홍콩의 영화 상영 취소를 가장 먼저 보도한 것은 로이터 통신이었다. 이 영화를 홍콩에서 23일 개봉하려고 23개 상영관 계약을 마쳤던 무비매틱은 21일 상영관들이 영화를 상영하지 못한다고 돌변하는 바람에 상영을 포기했다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공지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BBC는 이 영화의 홍콩 배급사 VⅡ 필라스 엔터테인먼트와 홍콩 정부가 해당 사안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의에 답을 거절하고 있다고 전했다.

라이 프레이크워터필드 감독은 로이터에 “뭔가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며 “(홍콩)극장들은 상영에 동의해놓고 모두 개별적으로 하룻밤 새 같은 결정을 내렸다. 이는 우연이 아닐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들은 기술적 이유를 주장하지만 기술적 이유는 없다”며 “이 영화는 전 세계 4000여개 스크린에서 상영됐다. 홍콩의 30여개 스크린에서만 문제를 제기했다”고 덧붙였다.

로이터는 중국 당국이 2013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곰돌이 푸 캐릭터를 시 주석에, 호랑이 티거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 빗대 일부 누리꾼들이 밈(meme) 풍자놀이를 하자 해당 캐릭터를 검열 대상으로 삼은 적이 있다고 전했다. 그 뒤 푸의 이미지를 시 주석 체제에 반대하는 상징으로 이용하는 움직임까지 있었다.

곰돌이 푸는 영국 작가 AA 밀른이 1926년 출판한 동화에 등장시킨 캐릭터로 원래 이름은 ‘위니 더 푸’(Winnie-the-Pooh)다. 디즈니 저작권은 첫 사용된 지 95년 뒤에 만료돼 지난해 첫 날부터 누구나 자유롭게 이 캐릭터를 자유롭게 쓸 수 있다. 해서 공포 장르로 비튼 실사 영화 ‘곰돌이 푸: 피와 꿀’이 세상에 나오게 됐다.

푸와 피글렛이 인간 크리스토퍼 로빈에게 버림받은 후 인간을 무자비하게 잡아먹는 사나운 곰과 돼지로 변한다는 내용을 전한다. 누리꾼들은 “실사영화로 푸를 볼 수 있다니 매우 기대된다”는 반응과 “어린 시절 푸를 보고 자란 사람으로서 순진한 푸를 살인마로 만드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등의 엇갈린 반응을 내놓고 있다. “아이들에게 정신적으로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며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프레이크워터필드 감독은 “푸와 피글렛이 차츰 동물 본연의 야생적 모습으로 변해가는 것을 그린다”며 “영화가 무섭지만 한편으로 푸가 차에 올라타는 장면 등 재미있는 장면도 있다”고 해명했다.

홍콩에서는 2021년 ‘국가안보의 이익에 반하는 것으로 간주하는’ 영화의 상영을 금지할 수 있도록 하는 조례 개정안이 통과됐다. 이에 따라 당국은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행동을 지지하거나 미화한다고 판단할 경우 이미 상영 허가를 받은 영화라도 허가를 취소하고 상영을 금지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 홍콩 국제영화제에서 두 편의 영화가 당국의 허가를 받지 못해 상영되지 못했다.

로이터는 ‘곰돌이 푸: 피와 꿀’의 상영 취소가 홍콩 당국이 이날 개막한 아시아 최대 아트페어(미술장터)인 ‘아트 바젤 홍콩’을 통해 문화적 허브로서의 이미지를 홍보하려는 가운데 이뤄졌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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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곰돌이 푸: 피와 꿀’의 한 장면.
영화 ‘곰돌이 푸: 피와 꿀’의 한 장면.
한편 ‘곰돌이 푸: 피와 꿀’에는 티거가 나오지 않는데 미국 연예매체 스크린랜트에 따르면 지난해 푸와 피글렛의 저작권은 만료됐지만 티거를 포함한 다른 캐릭터는 아직 만료되지 않아 티거를 살인마로 만들 수 없었다.

티거의 저작권은 내년에 만료되고 2편을 제작해 내년에 개봉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2편에서는 티거를 만날 수도 있다.

미국에서 지난달, 영국에서 이달 개봉했는데 국내에서는 다음달 개봉한다. 로튼토마토 평점 4%에 그쳐 신통찮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흥행 성적은 그야말로 대박이다. 개봉한 지 얼마 안돼 2편 제작이 결정된 것도 워낙 흥행 성적이 기대치를 훌쩍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임병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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