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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파 터너와 모네의 아련한 하늘, 산업혁명 대기를 포착한 것”

“인상파 터너와 모네의 아련한 하늘, 산업혁명 대기를 포착한 것”

임병선 기자
입력 2023-02-01 10:03
업데이트 2023-02-01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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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 멘데스 감독의 영화 ‘007 스카이폴’의 한 장면. 제임스 본드(다니엘 크레이그)가 런던의 내셔널갤러리에 앉아 있다가 젊은 정보원 Q(벤 위쇼)와 접선하는데 둘이 보고 있는 작품이 윌리엄 터너의 ‘전함 테메레르, 해체를 위해 정박지로 끌려가는’(The Fighting Temeraire, tugged to her last Berth to be broken up, 1838)이다. Q는 과거의 영광을 상징하던 커다란 배가 끌려가는 모습에 멜랑코리를 느낀다며 본드를 비아냥거리는데 본드는 젊음이 꼭 혁신을 상징하는 것은 아니라고 답한다.
샘 멘데스 감독의 영화 ‘007 스카이폴’의 한 장면. 제임스 본드(다니엘 크레이그)가 런던의 내셔널갤러리에 앉아 있다가 젊은 정보원 Q(벤 위쇼)와 접선하는데 둘이 보고 있는 작품이 윌리엄 터너의 ‘전함 테메레르, 해체를 위해 정박지로 끌려가는’(The Fighting Temeraire, tugged to her last Berth to be broken up, 1838)이다. Q는 과거의 영광을 상징하던 커다란 배가 끌려가는 모습에 멜랑코리를 느낀다며 본드를 비아냥거리는데 본드는 젊음이 꼭 혁신을 상징하는 것은 아니라고 답한다.
시시각각 변하는 빛과 색을 화폭에 담고자 했던 인상주의 작품의 특색인 몽롱한 하늘이 실은 산업혁명으로 오염된 유럽의 대기를 표현한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31일(현지시간)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소르본대 기상학연구소의 애나 올브라이트와 피터 하이버스 하버드대 지구행성학 교수가 인상파 화가인 윌리엄 터너와 클로드 모네의 그림에 나타난 화풍과 색상 변화를 공기오염과 연결해 분석한 연구 결과가 실려 눈길을 끈다. 연구진은 터너가 1796∼1850년 그린 작품 60점과 모네가 1864∼1901년 그린 작품 38점을 분석한 결과 당시 유럽의 대기 오염이 심해지면서 두 화가의 작품도 점점 흐릿해졌다고 결론 내렸다.

영국 출신 터너(1775∼1851년)와 프랑스 화가 모네(1840∼1926년)는 서유럽에서 산업혁명이 한창이던 시기에 활동했다. 석탄을 연료로 태우는 공장들이 이산화황 등 오염물질을 뿜어냈고 대기에는 미세입자인 에어로졸이 가득했다. 에어로졸은 태양에서 오는 방사선을 흡수하고 분산하는데 방사선이 분산되면 먼 곳에 있는 물체 간 명암과 색의 차이가 줄어들면서 물체 간 경계를 분별하기 어렵게 만든다.

에어로졸은 또 눈으로 볼 수 있는 가시광선을 흩어지게 만들어 낮에 색조와 빛을 더 강렬하게 만든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연구진은 터너와 모네의 그림에서 묘사한 사물의 윤곽이 배경과 비교해 얼마나 뚜렷한지 수학모델을 활용해 분석했고, 대기에 이산화황 농도가 증가함에 따라 사물의 윤곽도 더 흐릿해졌다고 밝혔다. 이런 변화의 약 61%가 이산화황 농도 증가와 비례했다고 측정했다.

또 세월이 흐르면서 작품이 더 강한 하얀 색조를 띠게 됐는데 역시 대기 오염 증가와 관련 있었다고 결론 내렸다.

연구진이 그림 속 풍경의 가시성을 측정한 결과 터너가 1830년 전에 그린 작품에서는 가시성이 평균 25㎞였지만 1830년 이후 평균 10㎞로 줄어들었다. 모네도 초기 작품의 가시성은 평균 24㎞였는데 이후 작품에서는 1㎞로 떨어졌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제임스 휘슬러, 귀스타브 카유보트, 카미유 피사로, 베르트 모리조 등 다른 인상파 화가 넷의 작품 18점을 분석했을 때도 비슷한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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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드 모네의 대표작 ‘수련 연못’
클로드 모네의 대표작 ‘수련 연못’
연구진은 “더 흐릿한 윤곽과 더 하얀 색조로 바뀐 화풍은 대기의 에어로졸 농도 증가로 예상되는 시각적 변화와 일치한다”며 “이런 결과는 터너와 모네의 작품이 산업혁명 당시 대기 환경 변화를 포착했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모네가 대기 오염에 영감을 얻었다는 사실을 다른 자료들을 통해서도 확인하려 했다고 밝혔다. 모네는 1900년 3월 4일 아내에게 보낸 편지에 “런던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은 안개”라며 “잠에서 깨어나 단 한 조각의 안개도 없는 것을 보고 겁이 났다. 몸을 가눌 수 없었고 이제 내 작품은 모두 끝장났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곧 불이 들어왔고 연기와 연무가 돌아왔다”고 적은 일도 하나의 보강 증거가 됐다.
임병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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