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으며 곱씹는 굴곡진 두 인생, 쓰디쓴 삶에서 배어나온 단맛

웃으며 곱씹는 굴곡진 두 인생, 쓰디쓴 삶에서 배어나온 단맛

입력 2023-01-01 17:32
수정 2023-01-02 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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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 평 - 성종완·송한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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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곡 부문 심사위원인 성종완(왼쪽) 연출가, 송한샘 쇼노트 부사장이 응모작들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홍윤기 기자
희곡 부문 심사위원인 성종완(왼쪽) 연출가, 송한샘 쇼노트 부사장이 응모작들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홍윤기 기자
희곡 부문 당선작은 ‘식빵을 사러 가는 소년’이다. 서로의 관계가 불분명한 두 인물 ‘소년’과 ‘아저씨’의 파편적인 대화가 전부인 이 희곡은 사실 처음 읽었을 때엔 유력한 당선작으로 주목하지 않았다. 장면의 연결이 거칠고, 지문 또한 인물의 행동 묘사가 아닌 심리 묘사에 집중하고 있어 언뜻 희곡 쓰기에 서툰 작가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작품의 수를 추린 뒤, 다른 희곡들과 견주어 다시 읽었을 때 ‘식빵을 사러 가는 소년’은 새로이 변주되고 확장되어 다양한 ‘맛’을 느끼게 해 주었고, 이는 실제 무대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고조시켰다. 이야기의 주체가 누구인지-소년인지 아저씨인지, 묘사된 상황들이 무엇인지- 꿈인지 현실인지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작가는 빵의 맛이 ‘맵고, 짜고, 시고, 달다’는 은유를 통해 우리 인생의 굴곡진 면면을 드러내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으려 애쓴다. 자신들의 비참한 일상을 담담하게 고백하는 두 인물의 대화는 시리도록 아프지만, 결코 상투적인 감상에 빠지지 않는다. 문학적 사유는 깊고, 삶에 대한 고민은 치열하며, 시선은 따듯하고 섬세하다.

부디 이 작품을 통해 많은 관객(독자)들과 작가 본인에게 인생의 단맛이 느껴지길 바라며, 당선작으로 결정했다.

마지막까지 고민했던 다른 작품은 ‘예상 이별’과 ‘소녀의 방’이다. ‘예상 이별’은 사랑과 이별, 관계에 대한 사유를 수학과 철학의 명제들을 빌려와 아주 간결하고 위트 있게 풀어낸다. 무엇보다 극적 재미가 충만하고, 논리적이며, 결말도 깔끔하다. ‘소녀의 방’은 부조리극의 전통을 현대적 감수성으로 계승한다. 관계에 대한 동시대적 고민을 풀어내면서, 쉽고 간결한 은유와 함축적인 무대 언어들을 활용한 수작이다.

당선된 작가에겐 축하를, 마지막까지 심사위원들을 고민케 한 작가들에겐 위로와 격려를 건넨다.
2023-01-02 3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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