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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근의 파란 코끼리] 그리고 몇 되지 않는 진짜 얼굴들/정신과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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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ㅣ 수정 : 2022-12-05 00:49 이효근의 파란 코끼리 섹션 목록 확대 축소 인쇄
이효근 정신과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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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효근 정신과의사

12월이다. 작년, 재작년과 달리 올해는 연말 모임 약속이 제법 된다. 코로나 걱정이 여전하니 여럿이 떠들썩하게 모이지는 못한다. 그저 오래 만나지 못한 가까운 이들을 소규모로 만날 뿐. 사람을 직접 대면할 일이 부쩍 늘어난 것이 연말 송년 모임뿐일까.

한동안 화상으로만 진행되던 업무상 회의와 교육들도 대부분 대면으로 다시 바뀌었다. 일반 사회에선 이미 그리된 지 꽤 오래일 텐데, 집단감염에 예민한 입원 시설이라는 근무지 특성상 이제야 대면이 활성화되고 있는 것이다. 어떤 경우엔 같은 모임을 2년 가까이 한 사이인데 직접 얼굴을 대하는 것은 처음인 사람도 있다. 이미 적잖은 이야기를 나눈 사이인데도 실물로는 처음 만나는 것이니 일견 재미있고 일견 영 어색하다. 이런 경우 만나면 약속이라도 한 듯 인사치레들이 비슷하다. 우리는 초면인가요, 구면인가요?

코로나로 인한 변화가 하나둘이 아니겠지만, 빼놓을 수 없는 것 하나가 이런 ‘비대면 만남의 일반화’가 아닐까. 예전에도 재택근무나 화상회의가 적지 않았다지만, 대다수의 직장인, 심지어 학생들까지 실물이 아닌 온라인을 통한 만남에 익숙해지게 된 것은 아무래도 코로나의 영향이다. 2년 정도 겪다 보니 처음엔 어색하던 이 온라인에 의외로 편리한 점이 많다는 것도 알게 됐다. 만남을 위해 오고 가는 수고와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잡담과 인사치레가 적어 이야기가 효율적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이런 편의 때문에 굳이 예전의 오프라인으로 돌아가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런 변화는 정신과 영역도 예외가 아니다. ‘상담은 상담자와 내담자가 같은 공간에서 서로 얼굴을 맞대고 해야 한다’는 오랜 원칙에 변화가 오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상황이 좀 나았지만, 봉쇄가 심했던 나라들의 경우엔 많은 상담이 불가피하게 온라인으로 전환됐다고 한다. 처음엔 진료 질 저하나 중도 포기가 늘 것이란 걱정이 많았다고 한다. 그런데 웬걸, 경우에 따라선 치료가 중단되는 경우가 오히려 감소했다고 한다.

그럴 법한 이야기다. 많이 달라졌다지만 아직도 정신과 치료를 시작하고 꾸준히 치료를 이어 가는 것은 다른 과 진료에 비해 쉽지 않은 일이다. 정신과에 올 때면 혹시 주변에 아는 사람이 있나 둘러보게 된다는 사람도 적지 않다. 화상 진료는 이런 부담을 아무래도 줄여 줄 테니까 예상과 달리 치료 중단이 오히려 줄어들 수도 있었던 것이다.

장점도 있다지만 나는 그래도 직접 환자와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하는 것이 더 좋다. 최상급 영상 장비의 도움을 받는다 해도 사람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진료가 더 익숙하고 효과적이라고 느끼는 것이다. 연말 모임도 마찬가지. 작년이던가. 모이지 못하는 친구들이 각자 집에서 화상 앱을 켜고 온라인 송년회를 한 적이 있다. 만나면 언제나 즐거운 친구들인데도 영 어색하기만 하던 그 기분이라니.

송년 모임 중엔 내키지 않지만 의무 참석해야 하는 모임도 있으니, 그럴 때면 차라리 코로나가 창궐하던 시절의 연말이 그립기도 하다. “아시잖아요. 저야 참석하고 싶은데, 코로나 때문에”라는 한마디면 모든 의무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으니까. 그래도 굳이 고르라면 그때보단 올해의 연말을 고르겠다.

이탈리아의 소설가 루이지 피란델로는 ‘긴 인생 여정 중 수많은 가면과 몇 되지 않는 진짜 얼굴을 만나리라는 걸 몸소 깨닫게 될 것’이라고 했다. 비록 수많은 가면들도 만나야 하는 연말이지만, 몇 되지 않는 진짜 반가운 얼굴을 만날 수 있는 기쁨을 올해는 양보하고 싶지 않다.
2022-12-05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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