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현지시간) 이란 파르스주 농촌마을 데즈가에서 ‘세상에서 가장 더러운 남자’로 불리던 ‘아모 하지’(하지 아저씨)가 94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이란 국영통신사 IRNA 자료사진
‘아모 하지’(하지 아저씨)라 불리던 노인은 23일 이란 남부 파르스주(州) 농촌마을 데즈가에서 94세를 일기로 숨을 거뒀다. 이웃들 권유로 몸을 씻은 지 불과 몇 달 만이었다.
숨진 노인은 몸에 물과 비누가 닿으면 죽는다고 믿으며 지난 67년간 단 한 번도 씻지 않았다. 죽은 고슴도치를 익히지 않고 먹거나, 동물 배설물을 태워 담배처럼 피우며 은둔 생활을 했다. 마을 사람들은 노인이 젊었을 때 얻은 마음의 상처 때문에 씻기를 거부하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23일(현지시간) 이란 파르스주 농촌마을 데즈가에서 ‘세상에서 가장 더러운 남자’로 불리던 ‘아모 하지’(하지 아저씨)가 94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이란 국영통신사 IRNA 자료사진
세상에서 가장 더러운 남자로 통하던 ‘아모 하지’(하지 아저씨)의 생전 모습-2018년 12월 28일(현지시간) 이란 남서부 파르스주 농촌마을 데즈가 외곽에 하지 아저씨가 누워 있다. 2018.12.28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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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이란 테헤란의과대학 공중보건대학교가 노인을 상대로 기생충 감염, 간염,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외 각종 질병 관련 검사를 진행한 결과 건강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당시 테헤란의과대학 기생충학과 골람레자 몰라비 박사는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도리어 강력한 면역 체계가 발달한 것”으로 봤다.
씻지 않고도 별 탈 없이 살던 노인의 인생은 그러나 세간의 관심과 함께 복잡해졌다. 노인은 과거 다큐멘터리 공개 후 언론 인터뷰에서 “너무 많이 알려져 생활이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관광객들은 노인을 찾아가 조롱하고 돌을 던지기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23일(현지시간) 이란 파르스주 농촌마을 데즈가에서 ‘세상에서 가장 더러운 남자’로 불리던 ‘아모 하지’(하지 아저씨)가 94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하지 아저씨는 67년간 단 한번 씻지 않다가 몇 달 전 목욕 후 병을 얻었다. 사진은 생전 하지 아저씨가 동물 배설물을 담배처럼 태우는 모습. 이란 국영통신사 IRNA 자료사진
하지만 노인은 목욕을 단호히 거부했다. 동네 젊은이들이 목욕시키려 했으나 도망갔고, 마을 사람들이 차에 태워 강가에 데려갔을 때도 달아났다.
그랬던 노인이 마음을 돌린 건 순전히 ‘외로움’ 때문이었다. 이웃들은 외롭다고 한탄하는 노인에게 씻지 않으면 친구를 사귈 수 없다고 조언했으며, 노인이 결국 목욕에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세상에서 가장 더러운 남자로 통하던 ‘아모 하지’(하지 아저씨)의 생전 모습-2018년 12월 28일(현지시간) 이란 남서부 파르스주 농촌마을 데즈가 외곽에 하지 아저씨가 앉아 있다. 2018.12.28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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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 아저씨 사망으로 세상에서 가장 더러운 남자 비공식 기록은 30년 넘게 목욕한 적 없다는 인도인에게 넘어가게 됐다. 인도 힌두스탄 타임스는 2009년 보도에서 “바라나시 외곽에 사는 카일라쉬 칼라우 싱이 국가가 직면한 문제를 풀기 위해 씻지 않고 산다”고 전한 바 있다. 당시 그는 “불목욕은 물로 목욕하는 것과 똑같아서, 몸속 세균과 병균을 죽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권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