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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 철거 위기 제주 첫 어린이도서관의 운명은…

강제 철거 위기 제주 첫 어린이도서관의 운명은…

강동삼 기자
강동삼 기자
입력 2022-10-26 11:37
업데이트 2022-10-26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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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최초 어린이도서관이자 작은도서관 설문대어린이도서관
시당국 공유재산 경로당 건물을 무단 사용 이유로 강제철거 통보
경로당측 “우리는 나가라고 한 적 없다... 3년은 더 사용 가능”
도서관측 “공유재산 무상 사용.대부할 수 있는 권리 보장 조례 있어“

제주 최초 어린이도서관이자 작은도서관 설문대어린이도서관은 연동 삼무공원 인근 연동경로당(아래) 2층에 자리잡고 있다.
제주 최초 어린이도서관이자 작은도서관 설문대어린이도서관은 연동 삼무공원 인근 연동경로당(아래) 2층에 자리잡고 있다.
제주 최초 어린이도서관이자 작은 도서관이 강제 철거 위기에 놓인 가운데 지역의 한 마라톤대회에서 아름다운 기부를 하면서 도서관의 운명에 대한 재조명을 받고 있다.

제주 최초 어린이도서관이자 작은 도서관인 설문대어린이도서관은 지역 주민과 활동가들이 지난 1998년 설립한 사립 도서관이다. 2000년부터 제주시 연동경로당 2층에 자리를 잡고 운영되고 있는데, 20년 이상 수천 명의 아이들과 지역 주민들이 애용하는 등 마을의 사랑방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후 지금까지 약 23년간 8700명 이상의 회원들이 이 도서관을 이용하고 있다. 심지어 2003년 국무총리상, 2008년 문화관광부 장관상, 2021년 여성가족부장관상을 수상하는 등 지역사회에서의 역할과 중요성을 꾸준히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7월 제주시가 공유재산 실태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해당 도서관이 허가를 받지 않은 채 경로당을 이용하고 있다고 봤고, 지난 5월 16일 도서관에 공유재산인 경로당의 일부를 무단으로 사용하고 있으니 8월말까지 구체적인 이전 계획을 제출하라며 통보하면서 도서관은 사실상 강제철거 위기에 놓였다.

도서관측은 행정당국의 갑작스런 철거 통보와 관련 “꼬박 꼬박 사용료를 납부했을 뿐만 아니라, 행정 공무원이 알선해 줘 이 공간을 이용하게 된 것”이라고 반박하고 “지금까지 아무 문제 없이 지내왔는데 일방적으로 비우라고 통보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토로했다.

또한 “‘제주특별자치도 공유재산 관리 조례’에도 불구하고, 사립 작은 도서관의 조성 및 운영에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공유재산을 무상으로 사용하거나 대부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조례가 있다”며 “공유재산 시설이더라도, 현재 시행되고 있는 조례에 따라 도서관을 운영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돼 있다”고 주장했다.

도서관 운명의 키를 잡고 있는 제주시측은 26일 서울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이와 관련 도서관 관련법 등을 검토 중에 있다”면서 “경로당을 이용하시는 분들이 공간이 너무 협소하다는 민원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빠른 시일내에 상생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놨다.

그러나 서울신문 취재를 종합해보면 연동 경로당 측의 입장은 제주시의 입장과는 전혀 달랐다.

이날 경로당 관계자는 “우리는 도서관 측에 나가라고 한 적 없다. 이 경로당 건물은 주민들이 십시일반 모아 건립한 다음 나중에 시에 기부채납한 것으로 사실상 경로당이 사용권을 갖고 있어 시가 이래라 저래라 왈가왈부 할 수 있는 입장이 못 된다”며 “다만 11월 7일부터 어르신들 상대로 급식을 할 예정이어서 경로당 장소가 협소해 문제 해결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8월 26일 갈등이 증폭되자 강병삼 제주시장도 설문대어린이도서관을 방문해 도서관과 경로당 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면서 양측의 상생노력을 통해 이전없이 현 위치에서 지속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현재 행정당국과 도서관, 경로당 측이 모두 조심스런 입장이어서 강제 철거문제로 시끄럽던 갈등은 잠잠해진 상태다.

일각에선 “실적 올리기에 급급한 전형적인 탁상행정이 주민 갈등만 부추겼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편 지난 23일 아름다운제주국제마라톤대회‘ 참가자들이 기부금 600만원을 제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설문대어린이도서관에 전달해 훈훈한 감동을 안겼다.
글 사진 제주 강동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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