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재난 시 반려동물은 지인에게 맡겨라”…‘동물 대피’ 대책 여전히 제자리

“재난 시 반려동물은 지인에게 맡겨라”…‘동물 대피’ 대책 여전히 제자리

곽소영 기자
곽소영 기자
입력 2022-09-09 16:10
업데이트 2022-09-09 18:32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반복되는 재해에도 동물 대피는 등한시
가이드라인 마련됐지만 ‘지인에게 맡겨라’
동물 동반 대피소 거의 없고 파악도 어려워
“동물 전용 대피소 등 동물 재난 대책 필요”
이미지 확대
제주 서귀포시 동일리 한 저류지에 고립됐던 소
제주 서귀포시 동일리 한 저류지에 고립됐던 소 태풍 ‘힌남노’가 몰고 온 강한 비로 빠르게 물이 차오른 저류지에 고립됐던 소가 지나가던 주민 신고로 다행히 목숨을 건진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5일 제주도 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1시 47분께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동일리의 한 저류지가 침수돼 인근에 묶여있던 소 한 마리가 고립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2022.9.5 독자 김행진 씨 제공 연합뉴스
집중호우와 태풍 등 자연 재해가 반복되고 있지만 가축이나 반려동물에 대한 대피 요령은 ‘가이드라인’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1500만명에 달하고 반려동물이 대피하지 못해 소유주 역시 발이 묶이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재해와 재난 상황에서 동물의 대피와 관련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태풍 ‘힌남노’가 제주를 강타하기 시작한 지난 4일 서귀포 대정읍에서는 저류지가 침수되면서 인근에 묶여있던 소가 코까지 물이 찼다가 구사일생으로 구조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전날 제주 한 목장에서는 소방당국이 묶여있던 소 떼의 밧줄을 잘라 구조했다.

5일에는 울산의 한 운동장에서 개 3마리가 펜스에 묶여 있다 소방에 의해 구조됐다. 실제로 농림축산식품부의 통계를 보면 지난달 수도권 비롯해 전국에 집중호우가 발생했을 때 폐사한 가축의 수는 7만 3556마리에 달한다.

반려동물이 대피할 수 없는 상황은 인명피해로 이어지기도 한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문화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반려동물을 직접 구하거나 반려동물과 떨어지지 않으려다 사람도 함께 위험해지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미지 확대
국민재난안전포털에 안내돼 있는 ‘반려동물을 위한 재난 대처법’. 정부가 공식적으로 제공하고 있는 가이드라인에도 재난 상황에서 반려동물을 대피시켜야 할 책임은 소유주의 몫에 머물러 있다. 자료: 국민재난안전포털 캡쳐
국민재난안전포털에 안내돼 있는 ‘반려동물을 위한 재난 대처법’. 정부가 공식적으로 제공하고 있는 가이드라인에도 재난 상황에서 반려동물을 대피시켜야 할 책임은 소유주의 몫에 머물러 있다.
자료: 국민재난안전포털 캡쳐
동물의 희생과 그로 인한 인명 피해가 반복되고 있지만 재해·재난 상황에서 반려동물을 대피시켜야 하는 책임은 오로지 소유주의 몫으로 머물러 있다. 국민재난안전포털에 게재된 ‘반려동물 가족을 위한 재난 대응 가이드라인’은 반려동물을 동반할 수 있는 대피소를 미리 알아본 뒤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주변 지인에게 부탁하라는 수준에 머물러있다.

‘재난 발생 시 반려동물과 함께 입장할 수 있는 집에서 가까운 대피 시설 목록을 만들어놓는다’, ‘자신의 지역 외부에 거주하는 친구나 친척들에게 비상시 자신과 반려동물이 머물 수 있는지 알아본다’, ‘재난으로 귀가하지 못할 경우 반려동물을 돌봐달라고 이웃이나 친구, 가족에게 부탁하라’ 등이다.

동물 대피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자 2023년 4월부터 시행되는 동물보호법 전부개정법률 9조에는 ‘소유자 등은 재난시 동물이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조항이 추가됐다. 그러나 동물을 안전하게 대피시켜야 한다는 최소한의 근거일 뿐 시행령 등 관련 규칙은 마련된 것이 없어 원론적인 법 수준에만 머무르고 있다.

조 대표는 “반려동물을 동반할 수 있는 대피 시설의 목록은커녕 마련된 대피 시설에 일일이 전화를 해 물어보더라도 안된다고 하는 경우가 다반사인 것이 현실”이라며 “재난 대피 시설에 동물을 불편해하는 사람이 있어 동반이 어렵다면 동물을 동반할 수 있는 대피 시설을 규정하거나 동물만 따로 대피시킬 수 있는 전용 시설을 마련하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해외의 경우 재난 시 반려동물을 대피시킬 수 있는 법과 제도를 더 철저하게 마련해두고 있다. 미국 플로리다 주는 ‘자연재해 발생시 개를 묶은 채 외부에 두는 행위’를 1급 경범죄로 처벌하는 법안이 제정돼있고 반려동물과 함께 대피하는 상황을 가정한 재난 대비 모의 훈련도 시행한다. 영국과 호주, 일본 역시 반려동물을 동반할 수 있는 대피소가 마련돼 있다. 영국은 개와 고양이 등 반려동물 외에도 소, 말 등 큰 동물, 동물원 동물, 농장 동물 등 동물의 분류에 따라 재난 대응 요령을 세부적으로 마련해두기도 했다.
곽소영 기자

많이 본 뉴스

국민연금 개혁 당신의 선택은?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공론화위원회는 현재의 보험료율(9%), 소득대체율(40%)을 개선하는 2가지 안을 냈는데요. 당신의 생각은?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50%로 각각 인상(소득보장안)
보험료율 12%로 인상, 소득대체율 40%로 유지(재정안정안)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