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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팽으로 돌아온 조성진…클래식 ‘벽’ 허물고 자연과 물아일체

쇼팽으로 돌아온 조성진…클래식 ‘벽’ 허물고 자연과 물아일체

하종훈 기자
하종훈 기자
입력 2022-09-01 17:16
업데이트 2022-09-01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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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노천극장서 ‘조성진 그리고 쇼팽’
벌레 등 열악한 환경에도 차분하고 열정적
7000여 관객 몰입, 성숙한 태도 돋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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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1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열린 ‘조성진 그리고 쇼팽’ 공연에 운집한 청중 7000여명이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연주에 몰입했다.  크레디아 제공
지난 31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열린 ‘조성진 그리고 쇼팽’ 공연에 운집한 청중 7000여명이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연주에 몰입했다.
크레디아 제공
고대 그리스에서 처음 선보인 반원형의 원형극장은 투표장으로 쓰였던 과거가 보여 주듯 관객과 무대 위 연주자의 위계가 동등해지는 민주주의 가치관의 총체다. 여름의 종식을 알리는 8월 마지막 밤 쇼팽으로 돌아온 스타 피아니스트 조성진(28)의 야외무대는 고답적으로만 보이던 클래식 음악이 벽을 허물고 자연과 어우러져 7000여 대중의 가슴속으로 들어온 감동의 도가니였다.

지난달 31일 저녁 서울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열린 ‘조성진 그리고 쇼팽’은 조성진이 대표 레퍼토리인 쇼팽 음악을 들려준다는 점에서 시작부터 열기가 뜨거웠다. 좁은 출입구로 인파가 몰리며 공연은 예정보다 17분 늦게 시작됐다. 객석은 7000여 관객으로 발 디딜 틈 없었고 유료 온라인 생중계를 본 관객도 5000여명에 이르렀다. 애초 지난해 열릴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로 연기됐다 1년 만에 성사된 공연이다.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클라리네티스트 김한이 31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풀랑크 ‘클라리넷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연주을 마치고 관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크레디아 제공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클라리네티스트 김한이 31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풀랑크 ‘클라리넷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연주을 마치고 관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크레디아 제공
협연자인 클라리네티스트 김한과 함께 입장한 조성진이 건반 위에 떨어진 날벌레들을 손수건으로 털어내자 객석에선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내 1부에서 프랑시스 풀랑크의 ‘클라리넷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조지 거슈윈의 ‘프렐류드’ 1번으로 경쾌한 재즈 감성을 보여 주자 관객들은 숨을 죽이며 몰입했다. 이어 조성진은 앙상블 ‘크레메라타 발티카’ 단원 22명과의 협연으로 쇼팽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선보였다. 그가 국내 관객들을 위해 쇼팽 협주곡 2번을 연주한 것은 전날 세종 예술의전당 무대를 포함해 올해가 처음이다. 녹턴(야상곡) 풍의 느린 2악장은 특유의 서정적이며 담백한 타건으로 사랑에 대한 쇼팽의 감성이 전해오는 듯했다. 간간이 벌레가 건반 위에 날아들기도 했지만, 열정적이면서 차분한 선율은 오히려 거리낌 없는 집중력을 돋보이게 했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31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앙상블 ‘크레메라타 발티카와 쇼팽 피아노 협주곡을 연주하고 있다. 크레디아 제공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31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앙상블 ‘크레메라타 발티카와 쇼팽 피아노 협주곡을 연주하고 있다.
크레디아 제공
조성진이 2부에서 2015년 쇼팽 콩쿠르 우승 당시 결선에서 연주했던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연주하자 관객들의 몰입도는 절정에 달했다. 지휘자 없이 크레메라타 발티카 단원들과 진행한 공연이라 조성진은 간간이 목을 힘있게 젖히거나 눈짓으로 호흡했고, 얼굴엔 구슬땀이 맺히기도 했다. 평온하고 구슬픈 2악장을 거쳐 생기 있고 힘찬 3악장을 마치자 관객들은 환호와 기립 박수로 화답했다. 앙코르곡으로 준비한 드뷔시의 ‘베르가마스크 모음곡’ 3번 ‘달빛’의 익숙한 선율이 시작되자 관객들은 다시 탄성을 내질렀다. 푸른 숲에 둘러싸인 풀벌레 소리와 어우러진 달빛이 선선한 초가을 밤의 정취를 돋웠다.

계단 형태 노천극장 석조 좌석은 장시간 앉아 있기 불편했고 대형 야외 공연이라 다소 산만한 분위기를 예상했지만, 관객들은 실내 클래식 콘서트홀에서처럼 연주에 집중했다. 조성진이라는 스타 피아니스트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신뢰, 공감대를 보는 듯했다.



하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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