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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보험범죄 차단, 법과 제도가 나서야 할 때/김선정 동국대 법학과 교수

[기고] 보험범죄 차단, 법과 제도가 나서야 할 때/김선정 동국대 법학과 교수

입력 2022-06-20 20:34
업데이트 2022-06-21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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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정 동국대 법학과 교수
김선정 동국대 법학과 교수
돈 때문에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 침탈당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얼마 전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경기 가평 용소계곡 사건뿐만 아니다. 보험범죄는 우리 사회의 가장 흔한 범죄 중 하나가 됐다.

형법과 보험업법만으로는 당해 낼 수 없어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을 만들어 시행에 들어간 지 6년이 다 돼 간다. 당시에도 10여년의 진통 끝에 가까스로 만든 법이었다. 그 과정에서 특별법에 걸맞은 내용을 다 담아내지 못한 게 사실이다. 실제로 법 시행 후에도 보험범죄는 가파르게 증가해 왔다. 보험사기방지특별법에 가장 불만이 적은 부류는 보험 사기 범죄자라는 자조적인 평가도 나온다.

두 가지 시사하는 바가 있다. 첫째로 단순히 법만으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금전 만능주의 같은 큰 장애가 버티고 있어서다. 둘째로 그렇기에 더욱 법이라도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역설적이게도 해당 법의 결함은 범죄자들이 알아차리기 전에 이미 입법자들이 자인했다. 법 시행 두 달 만에 첫 개정안이 제출되더니 지난달까지 14건의 개정안이 발의됐다.

보험사기특별법이 보험범죄 근절이라는 제 역할을 할 수 있으려면 우선 범죄의 결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심리적 강제가 명확해야 한다. 범인이 잡힐 확률은 일반적으로 100%보다 적다. 만일 그 확률이 50%라면 기대처벌비용은 피해액의 절반에 그치게 된다. 잡힐 확률과 기소될 확률, 다시 유죄판결을 받을 확률을 어림잡아 보면 범죄자로서는 낙인과 수치심보다 범죄의 결과로 얻는 경제적 기대이익이 크다고 믿게 된다. 특별법은 재설계를 통해 사회를 방어해야 한다.

법 개정이 보험회사의 이윤을 증가시킨다는 시각도 바뀌어야 한다. 살해 같은 반인륜 범죄와 방화 같은 사회적 손실을 막는 일은 보험회사만을 위한 일일 수 없다. 선량한 보험 가입자의 돈이 범죄자에게 약탈당하는 현실 때문에 미국 47개주와 컬럼비아구도 유사한 입법에 나섰다.

유죄판결이 민사상 책임으로 이어지지 않는 문제도 출구를 찾아야 한다. 예컨대 소송촉진특례법상 유죄판결 시 형사배상명령 제도의 발상을 진전시켜 볼 수도 있다. 법 체계상 어렵다면 상법에서 사기계약을 무효 또는 해지하도록 해 부당이득이 범죄자의 수중에 남아 있지 못하도록 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밖에도 범죄를 부추기는 기관이나 시설, 그 구성원, 보험 관련 업무 종사자에 대해서는 보다 강한 실질적 제재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무엇보다도 신속한 법 개정이 필요하다. 시의적절해야 좋은 법이다. 선량한 보험 계약자의 보험료가 반인륜적 범죄자의 쾌락을 뒷바라지하는 상황이 되지 않도록 하루빨리 조치를 취해야 할 때다.
2022-06-21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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