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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욕망은 지도를 바꿨다”…이 작가가 간척지 찾은 이유

“인간의 욕망은 지도를 바꿨다”…이 작가가 간척지 찾은 이유

김정화 기자
입력 2022-05-27 15:43
업데이트 2022-05-27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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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렬 개인전 6월 5일까지 성곡미술관

박형렬 ‘포획된 자연_돌#4’. 성곡미술관 제공
박형렬 ‘포획된 자연_돌#4’. 성곡미술관 제공
커다란 바위 틈에 랩으로 싼 듯한 거대한 바위가 있다. 앙상한 나무를 실로 꽁꽁 동여매 양쪽에서 끌어당기는 모습은 어떤가. 마치 바위를, 나무를 포장해 가져가기라도 하겠다는 걸까.

서울 종로구 성곡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박형렬 작가의 개인전 ‘땅, 사람, 관계탐구’의 한 장면이다. 박형렬 작가는 퍼포먼스를 기반으로 사진, 영상 작업을 해왔다. 10년에 걸친 작업을 통해 그는 오늘날 땅을 잠식한 개발과 자본의 논리를 성찰하게 한다.

특히 이번 전시는 난개발이라는 인간의 욕망으로 인해 찢기고 상처 난 땅을 위로하고자 한다. 서해안 간척지 현장에서 이뤄진 퍼포먼스를 기반으로 했다. 왜 간척지였을까. 이에 대해 작가는 “한평이라도 땅을 늘리겠다는 욕망이 투영된 공간이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이곳에서 땅을 지배적, 수직적으로 바라보는 인간의 사고가 드러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박형렬 ‘형상 연구_땅#75-2(북위 37°11’34.2, 동경 126°39’37.3의 돌의 균열으로부터)’. 성곡미술관 제공
박형렬 ‘형상 연구_땅#75-2(북위 37°11’34.2, 동경 126°39’37.3의 돌의 균열으로부터)’. 성곡미술관 제공
박형렬 ‘포획된 자연_나무#4’. 성곡미술관 제공
박형렬 ‘포획된 자연_나무#4’. 성곡미술관 제공
스스로 ‘별 볼 일 없는 땅’이라고 명명한 곳을 찾아다니는 게 작업의 시작이다. 인간의 욕망 탓에 지도마저 바꿔버린 간척지, 아무도 찾지 않지만 개발을 앞둔 수도권의 땅, 이제는 사라져 기록으로만 남은 산과 들…. 박 작가는 “도시에서 태어나 그 안에 살면서 자연스럽게 도시와 자연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며 “소유할 수 없는 자연에 집착하는 사람들 때문에 발생하는 풍경의 이질적 모습에 집중한다”고 말했다.

비닐, 실, 아크릴 등 인공적 생산물로 자연을 포획하고자 하는 시도를 설치 작업으로 표현한 ‘포획된 자연’ 시리즈, 누구도 관심 갖지 않는 돌의 균열을 인간의 신체로 재구성한 ‘형상 연구’ 시리즈 등의 사진 작업들은 인간의 욕망을 은유적으로 폭로한다.

이번 개인전은 1998년부터 시작한 ‘성곡 내일의 작가상’ 53번째 전시다. 6월 5일까지.

김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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