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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분유 맛 보고 일일이 지적” 미국 매체가 ‘오버’한 이유

입력: ’22-05-17 10:47  /  수정: ’22-05-17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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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 열병식 때 병사들을 배경으로 늠름하게 서 있다.
로이터 자료사진
‘최고 존엄’이 몸소 아기 분유 맛을 봤다고 미국 온라인 매체가 북한 관영언론의 보도를 인용해 전했다. 이 매체는 최고 지도자가 분유까지 시음한다고 관영매체들이 자랑하는 것은 괴이쩍다면서 미국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분유 대란을 조롱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이 매체는 풀이했는데 지나치게 확대 해석한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북한 매체들을 모니터링하고 옮겨주는, 서울에 본사를 둔 KCNA 워치(Watch)를 통해 북한 선전매체 ‘조선의소리’의 우리말 기사를 영어로 옮겼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사실 이 일은 지난해 9월 15일 있었던 일이며 북녘의 모든 주민이 보는 노동신문에 지난달 2일 실렸던 내용이다. 당시 국내 언론에도 소개됐다.

김 위원장은 문제의 날 새벽 4시쯤 평양의 고위 관리에게 두 차례 전화를 걸어 “방금 평양시에서 시험 생산한 젖가루(분유)를 풀어 맛봤는데 우유의 고유한 맛과 색이 잘 살아나지 않는다”고 미흡한 점을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미 생산한 젖가루가 남아 있으면 그것을 가지고 식료 공업 부문을 비롯한 해당 부문 일꾼들이 왜 그런 부족점이 나타나는가 하는 것을 연구해 보도록 하라”며 “평양시당위원회 집행위원들도 그 젖가루를 풀어 마셔보게 하라”고 지시했다.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는 새벽 4시20분쯤 다시 전화를 걸어 “우유의 맛과 색깔, 풀림도를 다시 검토해보고 그 원인이 무엇인가 찾아 보고하라”고 명령했다.

김 위원장이 새벽에 전화를 걸어 지시하는 것은 그 때만이 아니다. 그는 같은 해 11월에도 한밤중 간부들에게 세 차례 전화를 걸어 실무 작업 태도 등을 문제 삼고 지적했다.

여하튼 평양시는 지난해 6월 김 위원장의 분유 제조 지시에 따라 한달여에 걸쳐 생산설비를 갖춰 시제품을 만들어 노동당에 보낸 상태였다. 그런데 어머니처럼 자애로운 최고 지도자가 직접 맛을 보고 새벽 4시에 전화를 걸어 개선 사항을 일일이 지적한 것이었다. 신문은 전화를 받은 간부가 “밀물처럼 차오르는 격정에 눈앞이 흐려졌다”고 털어놓았다고 전했다.

그런데 미국 매체는 김 위원장의 분유 시음 기사를 뒤늦게 주목했을까? 분유 공급 부족으로 젊은 부모들의 걱정을 낳고 있는 미국 사회를 조롱하기 위한 것이라고 나름 해석했다. 인사이더의 제인 리들리 기자가 이런 분석을 내놓았다.

미국의 분유 공급 부족이 대란이라 불릴 정도로 우려를 낳는 것은 맞다. 미국에서 판매하는분유의 절반 이상을 생산한 애보트 제품을 먹은 신생아 둘이 박테리아 감염으로 사망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지난 3월부터 텍사스주 공장의 가동을 중단했다. 다른 업체들도 공급망 교란으로 원료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데다 코로나19 여파로 노동력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여기에 애보트 등의 리콜 조치까지 겹쳐졌다.

다행히 이날 애보트와 식품의약국(FDA)이 공장을 재가동하기로 합의하긴 했지만 생산이 재개돼도 분유가 매장 진열대에 나오려면 6∼8주가 걸릴 것으로 예상돼 분유 대란은 상당 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이 문제는 정치권으로도 번져 그렉 애보트(공화당) 텍사스주 지사는 분유가 이주민센터에 우선 공급되고 있다는 캇 캐맥 하원의원의 페이스북 동영상을 공유하며 조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인 아기를 제치고 이주자 아기부터 챙긴다고 비난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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