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태어날 때부터, 프로페셔널

태어날 때부터, 프로페셔널

명희진 기자
명희진 기자
입력 2022-05-01 20:00
업데이트 2022-05-02 01:06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맞춤형 이동수단 ‘PBV’ 시장

운전자 아닌 ‘목적’ 위한 구조
전동화로 공간 자유로워진 덕분
기아, 쿠팡과 전용 공장도 계획
GM, 배송용 ‘제보’ 페덱스 납품
도요타 셔틀 전용 ‘e팔레트’ 선봬

이미지 확대
기아가 브랜드 처음으로 선보인 PBV ‘니로 플러스’의 택시 전용 모델. 이달부터 사전예약을 시작한다. 기아 제공
기아가 브랜드 처음으로 선보인 PBV ‘니로 플러스’의 택시 전용 모델. 이달부터 사전예약을 시작한다.
기아 제공
“‘탈것’이란 하얀 도화지에 그림을 그려라.”

움직이는 꽃집도, 카페도, 택시·택배 맞춤차도 될 수 있다. ‘운전자’ 중심의 자동차 공간이 ‘사용 목적’을 위한 맞춤형 구조로 재정의되고 있다. 최근 본격적으로 시장이 열리기 시작한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 이른바 맞춤형 이동수단 얘기다.
이미지 확대
‘니로 플러스’는 1세대 니로 대비 전고와 전장을 늘리고 루프 라인을 높여 1열과 2열 헤드룸을 추가 확보하는 등 공간 활용성을 높였다.  기아 제공
‘니로 플러스’는 1세대 니로 대비 전고와 전장을 늘리고 루프 라인을 높여 1열과 2열 헤드룸을 추가 확보하는 등 공간 활용성을 높였다.
기아 제공
성장 가능성은 큰데 아직 이렇다 할 주요 사업자가 없다 보니 새로 생긴 ‘틈새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완성차 브랜드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1일 업계 등에 따르면 글로벌 PBV 시장은 연평균 33%씩 성장해 2025년에는 130만대, 2030년에는 700만대 규모까지 커질 것으로 추정된다. 물류·여객 등에 주로 활용되는 경상용차(LCV·중량 3.5t 미만 중소형 상용차) 수요가 자연스럽게 전기차를 기반으로 한 친환경 PBV 시장으로 옮겨 가게 될 것이란 설명이다. 2030년에는 PBV가 글로벌 신차 판매량의 약 25%를 차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PBV 개념의 등장은 전동화에 따른 자동차 공간 자유도가 높아진 영향이 크다. 전기차는 내연기관 자동차의 파워트레인 가운데 엔진, 변속기, 트랜스퍼 케이스, 추진 축, 연료·배기 라인 등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실내 공간 구성이 가능하다. 전기차 배터리 전력의 외부 활용성도 차의 공간 개념을 바꾸고 있다. 전기차 구동 배터리의 용량은 일반적인 가정집에서 수일간 사용하는 전력량으로 내연기관차와 달리 차량 내외부에서의 각종 전기·전자기기 사용에 제약이 없다.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비대면 전자상거래와 소상공인 물류서비스가 활발해지는 등 배달 산업이 급격하게 성장한 것도 PBV의 등장을 재촉하고 있다. 실제 PBV 활용 분야 가운데 가장 주목도가 높은 분야는 유통·물류 분야다. 이커머스 거래가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구조 변경이 자유로운 택배 맞춤용 PBV에 대한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
이미지 확대
물류기업 페덱스의 배송 업무에 투입되고 있는 GM의 PBV ‘제보600’. GM은 올해 10월부터 짧고 잦은 도심 단거리 운행에 적합한 중형 PBV ‘제보410’의 대량생산에 들어간다. GM 제공
물류기업 페덱스의 배송 업무에 투입되고 있는 GM의 PBV ‘제보600’. GM은 올해 10월부터 짧고 잦은 도심 단거리 운행에 적합한 중형 PBV ‘제보410’의 대량생산에 들어간다.
GM 제공
이미 글로벌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완성차 업체와 물류기업 간의 협업이 진행되고 있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물류기업 페덱스에 사내 벤처 브라이트드롭이 제작한 배송용 경량 전기차 PBV ‘제보600’(옛 EV600) 500대를 납품했고 최근에는 2000대 규모의 우선 생산 계약을 추가로 진행했다. GM은 유통기업 월마트에도 ‘제보600’, ‘제보 410’(EV410) 등 5000대를 투입한다.
이미지 확대
도요타의 자율주행수송차 ‘e팔레트’의 도쿄올림픽 콘셉트. 실제 제품은 도쿄올림픽과 패럴림픽 선수촌 내부 이동수단으로 사용됐다. 도요타 홈페이지 캡처
도요타의 자율주행수송차 ‘e팔레트’의 도쿄올림픽 콘셉트. 실제 제품은 도쿄올림픽과 패럴림픽 선수촌 내부 이동수단으로 사용됐다.
도요타 홈페이지 캡처
일본에서는 도요타가 지난해 도쿄 올림픽에서 전동 경사로를 활용해 휠체어를 탄 승객도 편하게 타고 내릴 수 있는 셔틀 전용 PBV ‘e팔레트’를 선보였다. 도요타는 ‘e팔레트’ 콘셉트를 확장해 ‘미래 모빌리티 서비스 플랫폼’을 구축해 나가겠다는 구상이다. 이미 이 플랫폼에는 아마존, 피자헛, 우버 테크놀로지, 마쓰다 등 다수의 글로벌 기업이 파트너사로 참여하고 있다.
이미지 확대
기아가 지난 2월 내연기관 차량을 개조해 출시한 ‘레이 1인승 밴’. 이동식 점포, 레저 등 다용도로 쓸 수 있도록 적재 공간을 늘린 것이 특징이다. 기아 제공
기아가 지난 2월 내연기관 차량을 개조해 출시한 ‘레이 1인승 밴’. 이동식 점포, 레저 등 다용도로 쓸 수 있도록 적재 공간을 늘린 것이 특징이다.
기아 제공
국내에서는 기아가 적극적이다. 기아는 지난달 중순 이커머스 기업 쿠팡과 손잡고 쿠팡 비즈니스에 최적화된 PBV를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2025년까지 스케이트보드 플랫폼을 적용해 적재 효율을 높이고 안전 장치를 탑재한 쿠팡 전용 PBV를 선보이고 이와 연계한 서비스 제공을 통해 유통·물류 업계의 배송 환경 혁신까지 이끌겠다는 포부다. 25년 만에 경기도 화성에 PBV 전용 공장도 짓는다.

기아는 최근 1세대 ‘니로EV’를 기반으로 한 파생 PBV 모델 ‘니로 플러스’ 택시 전용 모델 등도 선보였다. 전고와 전장은 1세대 대비 각각 80㎜, 10㎜ 늘리고 승객이 탑승하는 2열 시트는 기존 니로 대비 28㎜ 늘어난 942㎜의 레그룸을 확보했다. 승객 운송을 위한 목적을 뚜렷하게 투영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초기 단계지만 자율주행 기능이 완벽하게 갖춰지면 인공지능(AI) 최적 경로 설정, 군집 주행 기능 등을 바탕으로 교통과 물류 산업에 혁신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면서 “배달, 셔틀, 택시뿐만 아니라 식당, 카페, 호텔, 병원, 이동식 오피스텔 등 다양한 공간으로 진화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명희진 기자
2022-05-02 20면

많이 본 뉴스

국민연금 개혁 당신의 선택은?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공론화위원회는 현재의 보험료율(9%), 소득대체율(40%)을 개선하는 2가지 안을 냈는데요. 당신의 생각은?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50%로 각각 인상(소득보장안)
보험료율 12%로 인상, 소득대체율 40%로 유지(재정안정안)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