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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천연가스 대금 루블화 결제 압박…속내는

푸틴, 천연가스 대금 루블화 결제 압박…속내는

강민혜 기자
입력 2022-04-01 16:31
업데이트 2022-04-01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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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 등 보도

푸틴 대통령, 루블화 결제 대통령령 서명
“러 은행에 가스대금 결제용 계좌 개설하라”
미국 보이스 오브 아메리카 홈페이지 캡처. 2022.04.01
미국 보이스 오브 아메리카 홈페이지 캡처. 2022.04.01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유럽에 판매하는 천연가스 대금을 자국 통화 루블로 결제받는 방안을 제도화했다.

독일·이탈리아·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은 루블화 결제 요구를 두고 계약 위반·협박이라며 반발했다.

● 푸틴, 본격 경제 전쟁 돌입
가스 구매 대금 루블화 결제 대통령령 서명

러시아 크렘린궁은 푸틴 대통령이 31일(현지시간) ‘비우호국’ 구매자들이 이달 1일부터 러시아 가스 구매 대금을 러시아 통화인 루블화로 결제하도록 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항공산업 발전을 위한 회의서 이렇게 전하며 “러시아에 비우호적인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 은행에 가스대금 결제를 위한 계좌를 개설해야 한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비우호국 출신 구매자들이 새로운 결제 조건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현 가스 공급 계약은 중단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러시아는 합의된 규모와 가격에 따라 가스공급을 계속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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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디폴트’ 우려
러시아 ‘디폴트’ 우려 러시아의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1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루블화를 정리하고 있다.
오는 16일 러시아는 달러화 표시 국채 2개에 대해 1억1700만달러 상당의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지급하지 않으면 30일의 유예기간을 거쳐 디폴트에 빠진다.
2022.3.1 뉴스1
● “계약 위반이다” 유럽 국가들 반발
서방 국가의 제재 시행에 맞서 러시아가 지정한 ‘비우호국’에는 미국·영국·27개 유럽연합(EU) 회원국 등이 포함된다. 우리나라도 러시아 비우호국으로 지정됐다.

가스 의존도가 가장 높은 독일의 올라프 숄츠 총리는 “앞으로도 유로·달러화로 계속 결제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독일 가스 수입량의 55%는 러시아산이다.

숄츠 총리는 이러한 방침을 최근 푸틴 대통령과 통화에서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로베르트 하벡 독일 경제장관은 이날 프랑스 재무장관과 공동기자회견에서 유럽국가들에 러시아 가스대금을 루블화로 결제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는 계약위반·협박이라고 지적했다.

하벡 장관은 “계약은 존중돼야 한다”라며 “우리는 푸틴 대통령에 의해 협박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호를 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가스 수입의 40%를 러시아에 의존한 이탈리아의 마리오 드라기 총리도 “계약을 위반하지 않고는 지불 통화를 바꾸기 어렵다”고 일축했다.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경제장관은 기자회견에서 “계약은 계약이다”라며 루블화 결제 요구가 계약 위반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루블화 결제 요구를 보도하는 미국 CNBC 방송 화면. CNBC 유튜브. 2022.04.01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루블화 결제 요구를 보도하는 미국 CNBC 방송 화면. CNBC 유튜브. 2022.04.01
● 우크라 침공에 따른 루블화 가치 급락

푸틴 대통령의 강경한 조치 배경으로는 루블화 가치 급락이 지목된다.

루블화 환율은 지난해 유로당 85루블(약 1253원) 정도였으나 러시아 침공으로 유로당 110루블(약 1621원)까지 올랐다.

러시아 중앙은행이 개입해 루블을 사들여 유로당 94루블(약 1385원) 정도로 가치를 떠받치고 있지만 지속 가능한 대책이 아니다. 

상황을 고려하면 가스값 결제에 루블화 사용을 압박하는 것은 자국 경제를 보호하려는 대책으로 읽힌다.

제프리 쇼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선임 연구원은 미국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현금 결제대금의 동결을 막으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러시아 은행에 현금이 직접 전달되도록 의무화한 조치다”라고 설명했다.

에스워 프라사드 미국 코넬대 교수는도 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루블화 결제 압박은 통화가치 지지뿐만 아니라 유럽국 등이 러시아에 외화를 주고 루블을 사들임으로써 제재를 스스로 위반하도록 강압하는 조치다”라고 지적했다.

프라사드 교수는 “푸틴이 자신이 조건을 정할 수 있다는 점을 내보이고 러시아 천연가스 수출에 의존하는 국가를 자기 뜻을 따르도록 강요하려는 것으로 관측된다”고 분석했다.

잭 샤플스 영국 옥스퍼드대 에너지학연구소 연구원은 프랑스 로이터 통신에 “러시아 은행 가스프롬방크를 가스 대금의 주요 수령자로 만들어 이 은행을 제재에서 보호하려고 방패를 세운 것”이라고 분석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루블화 결제 요구를 보도하는 미국 CNBC 방송 화면. CNBC 유튜브. 2022.04.01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루블화 결제 요구를 보도하는 미국 CNBC 방송 화면. CNBC 유튜브. 2022.04.01
강민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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