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을 담은 건축 스케치…30년 지켜 온 빈자의 미학

영성을 담은 건축 스케치…30년 지켜 온 빈자의 미학

김정화 기자
입력 2022-03-01 17:40
수정 2022-03-02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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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스케치전 연 건축가 승효상

영성 느끼며 사는 선조 철학 고민
‘50년 지기’ 文대통령 사저 설계
책 읽는 것 좋아하는 취향 반영

“잘못 그은 선 하나, 누군가에 영향
끊임없이 공부해서 실수 없앨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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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효상 이로재 건축사사무소 대표는 최근 서울신문과 만나 “일상에서 영성의 진작을 꾀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김명국 선임기자
승효상 이로재 건축사사무소 대표는 최근 서울신문과 만나 “일상에서 영성의 진작을 꾀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김명국 선임기자
“우리 선조는 일상에서 영성을 느끼며 살았습니다. 집안엔 사당이 있고 무덤도 가까이 있었죠. 죽음을 돌아보며 삶이 경건해질 수 있었는데, 이젠 그런 공간이 없어졌습니다.”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사무실에서 만난 승효상 이로재 건축사사무소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오는 12일까지 강남구 갤러리508에서 열리는 스케치전 ‘솔스케이프’(Soulscape)는 국내를 대표하는 ‘건축가 승효상’의 정수를 엿볼 수 있는 기회다. 스케치북과 트레이싱페이퍼 등을 통해 그의 건축물이 어떤 과정으로 만들어졌는지 살필 수 있다. 스케치북 원본을 그대로 가져다 놓은 건 아니고 복사 프린트한 뒤 약간의 붓터치로 색을 입혔다.

솔스케이프, 즉 ‘영성의 풍경’은 그가 최근 고민하는 화두다. 선조들과 달리 “마치 영혼이 없는 것처럼 사는” 현대인에게 성소나 묘역을 가지 않더라도 삶을 돌아볼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는 게 건축가의 의도. 그래서인지 전시된 스케치 공간은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과 경북 칠곡 왜관 베네딕토수도원 피정센터, 경기 화성 남양성모성지 순교자 기념묘역 등 죽음이나 종교 관련 건축뿐 아니라 단독주택, 커뮤니티센터, 복합문화시설에서도 경건함이 느껴진다. 승 대표는 “건축물은 자신을 직시하고 성찰할 수 있는 공간”이라며 “건축 속에서 개인이 빛나거나, 안전하다고 느끼거나, 귀한 존재라는 걸 깨달으면 힘을 얻고 살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호화로운 건축에서 허황되고 거짓스러운 삶이 만들어지기 십상이고, 초라한 건축에서 올곧은 심성이 길러지기가 더 쉽다”는 ‘빈자의 미학’은 승 대표의 오랜 건축 철학이다. 수십년이 지난 지금도 이 철학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그는 “나에게는 진리와 같다. 지난 30년간 내 궤적은 ‘빈자의 미학’을 밝히고 확장하는 과정이었다”며 “영성의 풍경도 그 일부”라고 강조했다.

승 대표는 서울시 건축정책위원회 위원에 이어 2018년부터 3년간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도시의 건축물을 ‘개인의 것’에 머무르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인간의 완성은 밀실이 아니라 공공의 광장에 자신을 투여함으로써 이뤄지는 것’이라는 정치 철학자 한나 아렌트의 말에 꽂혔다”는 그는 짬짜미가 이뤄지던 건축 현상공모 제도를 개선해 공정하게 심사하도록 했고, 공공건축 발주 과정을 개선한 특별법 제정에도 앞장섰다. 최근엔 경남고 동기이자 50년 지기 친구인 문재인 대통령의 사저를 설계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승 대표는 “모든 설계를 나에게 맡겼다”며 “자연 속에서 함께 어우러지는 것,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취향을 반영했다”고 전했다.


이희동 서울시의원, 서울시경계선지능인 지원센터 방문… 강동구 경계선지능인 지원체계 구축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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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순이 넘어서도 여전히 활발히 활동하는 그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걸작을 만드는 건축가 중엔 70대 이상이 많다. 나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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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갤러리508에서 열리고 있는 ‘솔스케이프’에 전시된 작품 중 왜관 베네딕토수도원 피정센터 스케치. 갤러리508 제공
서울 강남구 갤러리508에서 열리고 있는 ‘솔스케이프’에 전시된 작품 중 왜관 베네딕토수도원 피정센터 스케치.
갤러리508 제공
“건축가는 타인의 삶의 형태를 조직하는 사람입니다.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해석해야 하는 만큼 오래 살수록 연륜이 쌓이죠. 내가 잘못 그은 선 하나가 누군가에게 영향을 끼친다는 걸 생각하면 여전히 두렵거든요. 앞으로도 끊임없이 공부하고, 고민하고, 실수 없는 건축을 해야죠.” 
2022-03-02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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