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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나누고 떠난 아빠… 평생 기억될 희망의 가르침

생명 나누고 떠난 아빠… 평생 기억될 희망의 가르침

오세진 기자
입력 2022-02-21 20:52
업데이트 2022-02-22 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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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너패밀리 장학회’ 장학금 수여

“부끄럽지 않은 딸 되도록 살 것”
학군군간부후보생 안가은씨 등
장기기증 뇌사자 자녀 10명 선정
학업 중단 않도록 경제적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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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는 21일 서울 서대문구 본부 사무실에서 뇌사 장기기증인 유자녀에게 장학금을 전달했다. 앞줄 왼쪽부터 시계 반대 방향으로 박현서, 문현식, 김주희, 김조엘, 김현진, 김조이(1기 대표), 서재원 순. 학군군간부후보생인 안가은씨는 기초훈련 중이라 참석하지 못했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제공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는 21일 서울 서대문구 본부 사무실에서 뇌사 장기기증인 유자녀에게 장학금을 전달했다. 앞줄 왼쪽부터 시계 반대 방향으로 박현서, 문현식, 김주희, 김조엘, 김현진, 김조이(1기 대표), 서재원 순. 학군군간부후보생인 안가은씨는 기초훈련 중이라 참석하지 못했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제공
육군 학군군간부후보생(ROTC)인 안가은(22·대학교 3학년)씨의 아버지는 2020년 4월 세상을 떠나면서 장기를 기증했다. 인테리어 업계에서 일하던 아버지는 어느 날 집에서 컴퓨터 작업을 하다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에 이송됐고 며칠 뒤 뇌사 판정을 받고 생을 마감했다. 안씨는 이후 대학 등록금과 기숙사비,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동생의 학원비 등을 감당해야 했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안정적인 직업이 필요했던 안씨가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군인의 길을 택한 이유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의 ‘도너패밀리 장학회’는 안씨와 같은 장기기증인 자녀들이 경제적 어려움 없이 학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21일 장학금을 전달했다. 올해로 3회째를 맞는 이번 장학금 수여식에는 뇌사 장기기증인 유자녀 10명 중 6명이 참석했다.

안씨는 “아버지는 평소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도와야 한다’는 말씀을 많이 하셨다”면서 “아버지께 ‘아빠에게 부끄럽지 않은 딸이 되기 위해 열심히 살고 있고 훈련도 씩씩하게 잘 이겨 내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다른 수상자인 서재원(25)씨는 간호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이다. 평소 테니스를 즐기고 독거노인을 돕는 봉사활동에도 적극적이었던 아버지가 2012년 12월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일은 서씨와 가족에게 큰 충격이었다. 서씨는 “마지막까지 장기기증을 통해 희망을 남기고 떠난 아버지의 가르침을 잊지 않겠다”면서 “저와 같은 유자녀들이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최근 5년(2016~2020년) 동안 뇌사 장기기증인 총 2465명의 평균 연령은 약 48세다. 통상 자신뿐 아니라 가족을 한창 챙기는 시기다. 장기기증운동본부 관계자는 “경제적 지원이 필수적인 자녀를 둔 연령대의 사람들이 뇌사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면서 “유가족을 돕는 장학회는 온라인 기부 포털인 네이버 해피빈의 후원금, 교회 등에서 답지한 성금, 장기를 이식받은 수혜자가 익명으로 낸 기부금을 기반 삼아 출범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오세진 기자
2022-02-22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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