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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반러 횃불 시위’를 이스라엘이 비난한 까닭

우크라이나 ‘반러 횃불 시위’를 이스라엘이 비난한 까닭

이정수 기자
이정수 기자
입력 2022-01-03 17:49
업데이트 2022-01-03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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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운동가 스테판 반데라 생일에 반러 집회
나치 부역 전력에 반대파에선 전범 낙인 인물
이스라엘, 반유대주의 비난… 러 매체는 이용

우크라이나 민족운동 지도자인 스테판 반데라 탄생 113주년을 맞아 지난 1일(현지시간) 수도 키예프에서 우익 민족주의자들이 횃불 행렬을 벌이고 있다. 키예프 AF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민족운동 지도자인 스테판 반데라 탄생 113주년을 맞아 지난 1일(현지시간) 수도 키예프에서 우익 민족주의자들이 횃불 행렬을 벌이고 있다. 키예프 AFP 연합뉴스
최근 우크라이나 내 반러시아 정서가 고조된 가운데 새해 첫날 우익 민족주의자들이 수도 한복판에서 나치에 부역한 급진파 민족 운동가의 생일을 기념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스라엘은 이에 항의했고, 러시아 관영 매체들은 이를 다시 이용했다.

2일(현지시간)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 RT 등에 따르면 전날 밤 키예프에서는 2차 세계대전 전후로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자 조직’(OUN)을 이끈 스테판 반데라를 기리는 ‘횃불 행렬’이 벌어졌다. 집회에 참가한 약 3500명(현지 경찰 추산)의 시민들은 반데라의 초상화를 들고 “반데라, 와서 질서를 회복하라”며 행진했다. “영광”, “우리 땅” 등을 외치는 소리도 이어졌다. 시내 중심가를 가로지른 행렬은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마무리됐다.

키예프 주재 이스라엘 대사관은 이날 성명에서 “나치 이데올로기를 지지한 이들을 미화하려는 시도는 우크라이나 홀로코스트 희생자들에 대한 기억을 더럽히는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정부는 행렬 도중 발생한 반유대주의 징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 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우익 민족주의자들이 스테판 반데라의 초상화를 들고 행진하고 있다. 키예프 타스 연합뉴스
지난 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우익 민족주의자들이 스테판 반데라의 초상화를 들고 행진하고 있다. 키예프 타스 연합뉴스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진 ‘러시아 타도’ 시위를 이스라엘이 비난하고 나선 것은 반데라에 대한 상반된 평가 때문이다.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시절 우크라이나 거주 지역인 갈리치아·로도메리아 왕국에서 태어난 반데라는 왕국이 독립해 수립된 서우크라이나 인민공화국이 폴란드에 재합병당하자 민족주의 활동에 뛰어들었고, 1929년 리비우에서 무장조직 OUN 창설을 주도했다. 1939년 폴란드를 침공한 나치의 반폴란드·반소련 정책에 동조하면서 반공 무장투쟁을 지속했는데, 이 과정에서 OUN의 폴란드인·유대인 학살이 자행됐다.

2차 대전 종전 후엔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지원을 받아 반소련 투쟁을 주도했으나, 1959년 소련 국가보안위원회(KGB) 요원에게 암살됐다. 현대 우크라이나에서는 주로 반러시아 성향의 극우 진영에서 우크라이나 민족주의를 위해 투쟁한 인물로 추앙받는 반면, 반대 성향의 사람들로부터는 전쟁범죄자로 비판받는다.

지난 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자 조직’(OUN) 지도자 스테판 반데라 탄생 113주년을 기념해 열린 횃불 집회에는 경찰 추산 약 3500명의 시민이 참여했다. 키예프 EPA 연합뉴스
지난 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자 조직’(OUN) 지도자 스테판 반데라 탄생 113주년을 기념해 열린 횃불 집회에는 경찰 추산 약 3500명의 시민이 참여했다. 키예프 EPA 연합뉴스
러시아 관영 매체들은 새해 첫날 키예프에서 벌어진 횃불 시위를 ‘네오 나치’ 시위로 표현하는 한편 이스라엘 대사관이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자들을 비난한 점에 초점을 맞춰 보도했다. 최근 우크라이나를 둘러싸고 러시아와 미국·나토(북대서양조양기구)가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럽의 반나치 정서를 자극해 우크라이나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덧씌우려는 시도로 읽힌다.

이와 관련 이스라엘 영자지 예루살렘포스트는 이날 홈페이지에 게재한 기사에서 “지난 주말 우크라이나 네오 나치 행진에 반대하는 이스라엘(대사관)의 트윗이 실제 전쟁을 앞두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설전에 이용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스라엘 외무부는 이번 성명은 “원칙적인 입장”이었다며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긴장 관계와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이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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