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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을 위해 제가 손자를 출산합니다”…54세 친모 대리임신

“딸을 위해 제가 손자를 출산합니다”…54세 친모 대리임신

신진호 기자
신진호 기자
입력 2021-11-16 17:57
업데이트 2021-11-16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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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천적으로 자궁 없는 딸 위해 대리모 나선 호주 여성

불임 딸을 위해 대리출산에 나선 54세 호주 여성
불임 딸을 위해 대리출산에 나선 54세 호주 여성 선천적으로 자궁이 없는 딸 메건 화이트(28·오른쪽)와 친모 마리 아놀드(54).
메건 화이트 제공
태어날 때부터 자궁이 없는 딸을 위해 54세 친모가 대리모 출산에 나선 사연이 호주 현지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15일(현지시간) 호주 7뉴스 등에 따르면 호주 태즈매이니아주 릴리데일 지역에 사는 마리 아놀드(54·여)는 희귀병인 마이어-로키탄스키-쿠스터-하우저(MRKH) 증후군을 앓는 딸 메건 화이트(28)를 위해 대리 출산을 결심했다.

다른 대리모 통해 임신 시도했지만 유산
불임 딸을 위해 대리출산에 나선 54세 호주 여성
불임 딸을 위해 대리출산에 나선 54세 호주 여성 선천적으로 자궁이 없는 딸 메건 화이트(28·왼쪽)를 위해 54세의 친모가 대리모로 나섰다. 오른쪽은 메건의 남편 클레이드(28).
메건 화이트 제공
메건은 17세에 MRKH 진단을 받았다. 이는 여성 4500명 중 1명꼴로 발생하는 질환으로, 정상적으로 2차 성징이 나타나지만 선천적으로 자궁 등의 일부가 결핍돼 아기를 낳을 수 없다.

메건은 사춘기 시절 다른 여자아이들과 달리 생리가 시작되지 않자 병원에서 검진을 받았고, 그 결과 MRKH 진단을 받게 됐다.

메건은 “난소는 제 기능을 하지만 임신과 출산을 할 수 없다고 들었다”라면서 “당시엔 10대였기 때문에 이를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그러나 2015년 남편 클레이드(28)를 만난 뒤 생각이 달라졌다. 가정을 갖고 부모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기 때문이다.

메건은 “고맙게도 남편이 ‘언젠가 부모가 될 수 있을 거야’라며 언제나 응원해줬다”면서 “우리 부부는 대리출산을 검토하게 됐다”고 말했다.

메건 부부가 처음부터 어머니를 대리모로 선택한 것은 아니었다.

메건 부부는 2019년 1월 대리출산 기관을 통해 캐나다에 거주하는 여성을 소개받았다. 그해 9월 캐나다로 건너가 직접 대리모를 만났고, 임신을 시도했다.

첫 번째 배아 이식은 실패했지만 두 번째엔 성공해 2019년 12월 대리모는 메건 부부의 아이를 임신했다.

그러나 출산은 또 다른 시험대에 올랐다. 태아의 신장이 충분히 발달하지 못했고, 태어난다고 해도 생존이 어렵다는 의사의 진단이 내려졌다.

결국 아이는 임신 21주 만에 유산됐다.

메건은 “모두 가슴 아파했고, 부모가 되려는 꿈은 거의 포기 상태에 이르렀다”면서 “이후 코로나19 때문에 해외여행이 불가능해져 대리출산도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폐경에 혹시나 했지만…“임신 가능하다” 소견
불임 딸을 위해 대리출산에 나선 54세 호주 여성
불임 딸을 위해 대리출산에 나선 54세 호주 여성 선천적으로 자궁이 없는 딸 메건 화이트(28·왼쪽)를 위해 54세의 친모 마리 아놀드(54)가 대리모로 나섰다. 사진은 메건이 어릴 때 모습.
메건 화이트 제공
딸의 고통스러운 과정을 지켜보던 어머니 마리는 직접 대리출산에 나설 수 있는지 가능성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이미 폐경인지라 임신이 힘들 것으로 생각했으나, 정밀검사를 받은 뒤 임신이 가능하다는 소견을 받았다.

정밀검사뿐만 아니라 여러 사례 연구, 법률 자문, 심리 평가까지 거쳐 의사들은 이러한 결론을 내렸다.

마리는 임신이 가능하다는 소견을 받은 뒤 자궁 내벽을 두텁게 하는 약을 복용하는 등 임신 준비에 들어갔다.

또 다시 험난한 과정이 반복됐다. 배아 이식이 세 차례나 실패한 것이다.

메건과 엄마 마리는 대리출산이 거의 불가능한 게 아닌지 걱정하기 시작했다.

다행스럽게도 네 번째 배아 이식 시도가 성공했고, 그 결과 마리는 현재 임신 30주차에 접어들었다.

마리는 내년 1월에 딸이 그토록 바라고 기다렸던 손자를 출산하게 된다. 분만은 자연분만이 아닌 제왕절개로 이뤄질 예정이다.

마리는 “딸이 아기를 가질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었던 것이 기억에 남는 경험”이라며 “처음 20주를 넘긴 뒤 정말 자신만만했다. 22년 전 임신했을 때와 비교하면 나이가 들었기 때문에 좀 더 피곤하지만 기분은 좋다”고 밝혔다. 매건은 “20주까지는 아기를 걱정했지만 지금은 엄마를 걱정하고 있다”며 “엄마에 대한 감사한 마음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정말 특별하다. 이런 일을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은 어머니밖에 없다”고 했다.

2019년 영국서도 친모가 손녀 대리출산
불임 딸 대신 손녀 낳은 영국의 50대 엄마
불임 딸 대신 손녀 낳은 영국의 50대 엄마
불임인 딸을 위해 친모가 대리모로 나서는 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영국에서도 지난 2019년 MRKH 증후군을 앓는 친딸을 위해 55세 여성이 대리모로 나서 손녀딸을 출산한 사례가 있다.

당시 대리모로 나선 친모 역시 자궁 상태가 양호해 대리임신이 가능하다는 소견을 받았고, 몸무게를 임신에 적합한 수준으로 줄이기 위해 식이요법과 운동을 병행해 6주 만에 체중을 38㎏이나 감량하면서 임신에 성공했다.

손녀는 건강한 상태로 태어났고, 딸은 손녀의 이름에 엄마의 이름을 붙였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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