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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다 ‘문어발 빚투’로 위기… 中, 질서 있는 파산 유도할 듯

헝다 ‘문어발 빚투’로 위기… 中, 질서 있는 파산 유도할 듯

류지영 기자
류지영 기자
입력 2021-09-22 21:58
업데이트 2021-09-23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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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부동산 재벌은 어쩌다 수렁에 빠졌나

1997년 창업, 빨리 짓고 빨리 팔아 급성장
호황 믿고 확장했다가 규제 강화에 발목
환구시보 “대마불사 바라지 말라” 일갈
파산 땐 3연임 앞둔 시진핑에게도 타격
직접 지원 대신 채무 조정·청산 이끌 듯
완공 못 한 채 자물쇠 채운 헝다 건설현장
완공 못 한 채 자물쇠 채운 헝다 건설현장 중국 3대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그룹의 파산 가능성에 초미의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지난 16일 허난성 뤄양에 조성되고 있는 헝다의 주거단지 ‘에버그란데 오아시스’ 아파트 건물이 미완공 상태로 방치돼 있다.
뤄양 로이터 연합뉴스
중국 대표 부동산 기업인 헝다(에버그란데) 그룹의 파산이 임박하면서 중국에서도 ‘대마불사’ 신화가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 정부가 부동산 업계에 본때를 보이고자 헝다 사태에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과 ‘헝다 파산으로 미증유의 금융위기가 우려되는 만큼 결국 정부가 나설 것’이라는 반론이 맞서고 있다.

22일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헝다그룹의 총자산은 2조 3000억 위안(약 420조원)에 달하지만 지난 20일 은행 대출 이자조차 납입하지 못할 만큼 주머니가 비어 있다. 1년 안에 갚아야 할 돈이 2400억 위안이나 되지만 현재 회사의 현금 보유액은 868억 위안에 불과하다.

1997년 광둥성 광저우에서 문을 연 헝다는 대출로 땅을 산 뒤 집을 빨리 지어 빨리 팔아 치우는 ‘속도전’에 성공해 중국 내 1~2위를 다투는 부동산 기업이 됐다. 그런데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전기차와 보험, 관광, 생수 등의 분야로 진출하더니 프로축구 구단까지 인수한 것이 화근이 됐다. 그룹의 핵심인 아파트 건설 시장이 영원히 성장할 것으로 보고 차입 경영의 무서움을 간과한 것이다.

창업자 쉬자인 회장은 2017년 미국 경제매체 포브스가 선정한 ‘중국 최고 부자’에 뽑혔다. 헝다의 전성기는 여기까지였다. 2018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집은 투기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부동산 규제를 대폭 강화하자 위기가 시작됐다. 지난해 초 코로나19가 퍼지자 일부 아파트와 빌딩 등을 30% 할인해 내놓을 만큼 자금난이 심해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같은 해 8월 정부가 부동산 업계의 부채 한도 축소를 골자로 하는 3대 ‘레드라인’을 제시하면서 ‘빚투기업’인 헝다의 돈줄은 더욱 빠르게 말라 갔다.

헝다의 향후 전망은 엇갈린다. 중국 내 매파의 속내를 반영한다고 평가받는 환구시보의 후시진 총편집인은 지난 16일 “대마불사의 요행을 바라지 말라”고 일갈했다. 신용평가사 S&P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헝다는 파산을 피할 수 없다. 중국 정부가 어떠한 직접 지원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헝다가 파산해 주택 시장이 붕괴되면 안 그래도 취약한 중국 금융 시스템이 마비될 수 있다. 집권 3연임을 원하는 시 주석에게 큰 악재다. 이 때문에 중국 정부가 ‘질서 있는 파산’을 이끌 것이라는 전망도 힘을 얻는다. 직접 지원은 피하되 시간을 벌어 채무를 조정하고 청산이나 회생절차를 마련하는 식이다. CNBC방송은 “중국 정부는 헝다 사태가 시장 전반으로 번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 가만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베이징 류지영 특파원 superryu@seoul.co.kr
2021-09-23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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