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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한 사랑,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것”

“지극한 사랑,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것”

하종훈 기자
하종훈 기자
입력 2021-09-07 21:52
업데이트 2021-09-08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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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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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작가가 7일 온라인 간담회에서 5년 만에 내놓은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를 두고 “제주4·3사건에 대한 이야기이자 지극한 사랑에 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학동네 제공
한강 작가가 7일 온라인 간담회에서 5년 만에 내놓은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를 두고 “제주4·3사건에 대한 이야기이자 지극한 사랑에 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학동네 제공
“(5·18 민주화운동을 다룬) ‘소년이 온다’(2014)를 쓸 때는 악몽을 꾸면서 죽음의 깊이가 제 안으로 들어오는 경험을 했다면, 이번에는 저 자신이 죽음에서 삶으로 건너오는 경험을 했어요. 결국 이 소설이 저를 구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2016년 ‘채식주의자’로 부커상(국제부문)을 받은 한강(51) 작가가 5년 만에 신작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문학동네)로 독자들에게 돌아왔다. 작가는 7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이 소설을 쓰면서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것은 사랑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소설가인 주인공 경하는 손가락 절단 사고를 당한 친구 인선으로부터 인선의 제주 집에 가서 혼자 남은 새를 구해 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폭설 속 천신만고 끝에 도착한 인선의 집에서 경하는 70년 전 제주 4·3사건 민간인 학살과 얽힌 인선의 가족사를 마주한다. 학살로 언니와 둘만 남겨진 인선 어머니 정심은 오빠의 행적을 찾는 일에 수십년을 바치며 끝내 사람과 삶에 대한 믿음을 놓치 않는다. 작가는 “경하와 인선이 맺어진 실과 인선의 어머니 정심과 이어진 실, 정심이 죽은 사람들과 이어져 있는 실이 전류가 통하는 걸 상상했다”며 “제목의 의미는 작별하지 않겠다는 각오로 사랑이든 애도든 끝까지 끌어안고 가겠다는 결의”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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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하지 않는다’ 책 표지. 문학동네 제공
‘작별하지 않는다’ 책 표지.
문학동네 제공
‘작별하지 않는다’는 작가가 2014년 6월 ‘소년이 온다’를 쓰고 난 뒤 꾼 꿈이 모티브가 됐다. 눈 내리는 벌판에 통나무가 잔뜩 있고, 뒤에 무덤들이 있는데 “이런 데 오랫동안 무덤이 방치돼 있었구나” 하고 생각하는 사이 밀물이 몰려들면서 잠에서 깨게 된다. 작가는 꿈을 기록했지만, 이를 바로 소설로 옮기진 못했다. 그러다 예전 제주에 3개월 정도 살 때 그 집 할머니와 함께 동네를 걷다 4·3사건의 비극에 대해 들은 기억이 떠올랐다. 그는 “어떤 모티브와 장면이 떠오른 뒤에 시간이 흘러 ‘아 이게 이런 거였구나’라고 느끼는 각성의 순간이 있다”며 “이 꿈을 갖고 4·3사건에 대해 쓸 계획이 없었는데, 결국 쓰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 소설은 4·3사건을 그린 소설이자, 죽음에서 삶으로 건너가는 소설, 지극한 사랑에 대한 소설 모두에 해당되지만 그중 하나를 고른다면 지극한 사랑에 대한 소설이라고 말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랑’이라는 것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삶을 동시에 살게 하는 것”이라며 “등장인물들의 마음이 그런 간절한 상태라고 생각했고, 그런 상태에 닿기 위해 노력한 소설”이라고 부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글을 쓰면서 우리의 삶이 이렇게 고립된 것인가 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는 작가는 “개인적 삶에 갇히지 않고 결국은 그 밖으로 뻗어 나가서 닿고 싶어 하는 마음이 이 소설을 쓰는 데 영향을 준 것 같다”며 “이 소설을 쓰면서는 저 자신이 죽음에서 삶으로 건너오는 경험을 했기 때문에 제 다음 소설은 이와는 다른 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2021-09-08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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