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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해 생각 안해봤다”…‘세모녀 살해’ 김태현, “우발적” 주장

“살해 생각 안해봤다”…‘세모녀 살해’ 김태현, “우발적” 주장

김채현 기자
김채현 기자
입력 2021-09-06 20:37
업데이트 2021-09-06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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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서 스토킹하던 여성과 일가족을 살인한 혐의 등을 받고 있는 김태현이 9일 서울 도봉경찰서에서 검찰청으로 이동하는 호송차에 오르기 전 포토라인에 서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서 스토킹하던 여성과 일가족을 살인한 혐의 등을 받고 있는 김태현이 9일 서울 도봉경찰서에서 검찰청으로 이동하는 호송차에 오르기 전 포토라인에 서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원 세 모녀 살해’ 김태현, 재차 주장
“계획적인 범행이 아닌 우발적인 행동”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무참히 살해한 김태현(25)이 법정에서 피해자들을 살해한 것은 계획적인 범행이 아닌 우발적인 행동이었다는 주장을 이어갔다.

6일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오권철)는 살인·절도·특수주거침입·정보통신망침해·경범죄처벌법위반죄 등 5개 혐의로 기소된 김태현의 4차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날 김태현은 자신의 범행이 우발적이었다고 재차 주장했다.

김태현은 “제 손에는 흉기가 들려져 있었고, 흉기로 먼저 제압을 하면 다른 사람들이 쉽게 행동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처음 (집에) 들어갔을 때 오로지 위협해서 제압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지 죽여야겠다는 생각 못 해봤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 측은 김태현이 피해자 제압에 사용한 청테이프가 발견되지 않았다며 피해자를 보자마자 살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김태현은 “피해자를 제압하고 나서 청테이프를 떼서 변기에 버렸다”며 “(이로 인해) 변기가 막혀서 뚫어뻥으로 뚫었다”고 말했다.

다만 검찰 측이 급소 부위를 정확하게 공격한 것은 우발적인 살인과 거리가 멀다고 주장하자 “죄송하다”고 말했다.

검찰 측이 “계획과 다르게 피해자를 살해하게 됐다면 그 상황에서라도 모든 범행을 중단하고 도망을 가거나 자수를 하지 못했더라도 당황하는 기색을 보였어야 한다”며 “이후에도 꿋꿋이 범행을 실행한 것은 계획적이었다”고 주장했다.

김태현은 아니라며 또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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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구속된 김태현이 지난 9일 서울 도봉경찰서에서 서울북부지검으로 이동하는 호송차에 오르기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태현은 게임을 통해 알게 된 피해자를 스토킹하다가 지난달 23일 피해자와 그 가족을 모두 살해했다. 연합뉴스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구속된 김태현이 지난 9일 서울 도봉경찰서에서 서울북부지검으로 이동하는 호송차에 오르기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태현은 게임을 통해 알게 된 피해자를 스토킹하다가 지난달 23일 피해자와 그 가족을 모두 살해했다.
연합뉴스
유족 측 “세상에 다시 나오면 재범 가능성 충분”
이날 피해자 유족이 증인으로 나서 김태현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요구했다.

살해된 큰딸의 이모라고 소개한 A씨는 법정에서 “죄의 무게를 인식하지 못하는 파렴치한 인간이 반성문을 쓰고 있다”며 “세상에 다시 나오면 재범의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고는 잘못도 없고 죽을 이유도 없는 세 사람을 잔인하게 죽였다”며 “피고를 죽이고 싶고 같은 공기를 마시는 것이 한없이 불쾌하고 숨이 멎을 것 같다”는 심경을 토로했다.

또 재판부를 향해 “범인을 올바르게 심판하는 법이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며 “사회 정의가 살아 있음을 보여주고 반드시 범행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A씨는 요양원에 계시는 어머니에게는 이러한 사실을 전하지 못했다며 울먹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어머니에게는 가장 아픈 손가락이었다”며 “요양원에서도 말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하고 쓰러지실까봐 말을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후 법정을 나서면서 한 차례 몸에 중심을 잃는 등 실신한 상태로 퇴장했다.

검찰, 전자장치 부착 명령 요청 “재범 위험성 높다”
검찰은 전자장치 부착 명령을 요청하며 “보호관찰소 조사 결과 재범 위험성이 13점으로 높은 수준이며 다시 살인 범죄를 저지를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김씨가 재판부에는 반성문을 제출하면서도 자신에 관한 기사를 쓴 기자에게 협박성 편지를 보낸 점을 지적하며 “사람들이 (김씨가) 진정한 반성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겠냐”고 다그치기도 했다.

이에 김태현 측 변호인은 “동종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고 위험성평가척도가 13점으로 재범 위험성이 높으나 같은 수준인 13~29점 내에서 높은 편은 아니다”라며 “실형으로 재범을 방지하고 부착명령 청구는 기각해달라”고 요청했다.

한편 김태현은 지난 3월25일 밤 9시8분쯤 서울 노원구 중계동의 한 아파트에서는 숨진 채 발견된 세 모녀를 목 등 급소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김태현은 범행도구로 사용할 흉기 등을 훔친 뒤 피해자들 집을 찾아 귀가하는 어머니와 둘째 딸을 시작으로 자신이 스토킹한 것으로 알려진 큰 딸까지 참혹히 살해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김태현은 범행 직후엔 큰딸 휴대전화에서 자신과 주고받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대화 내용을 삭제하는 등 증거를 인멸하려 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지난 4월27일 김태현을 5개(살인·절도·특수주거침입·정보통신망침해·경범죄처벌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현재 서울 동부구치소에 수감 중이다.

재판부는 오는 13일 결심 공판을 이어가기로 하고 반대신문과 최종 진술을 진행한다고 전했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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