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20년 주둔 끝났다” 공식 선언
자국민 모두 구출 못하고 떠나는 美
30일(현지시간) 밤 11시 59분 마지막 C17 수송기가 카불 국제공항을 이륙하면서 미국이 ‘31일 아프가니스탄 철군 완료’ 목표를 하루 먼저 달성했지만, 100명가량의 자국민은 현지에 남겨졌다. 마지막 한 명을 구출할 때까지 미군은 카불 현지에 있을 것이라는 약속은 공수표가 됐다. 미국 내에서는 정보·작전·정책·구출 모든 면에서 종합적 실패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카불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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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됐다 철수한 킴벌리 헤르난데즈(오른쪽) 일병이 30일(현지시간) 워싱턴 근처 덜레스 국제공항에 도착해 버스를 타는 아프간 피란 소녀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워싱턴DC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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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의 카불 장악 이후 17일간 최대 규모의 공수작전을 벌이며 자국민과 협력자 등에 대한 대피 작전을 펼쳐 온 미국은 마지막까지 숨 가쁜 일정을 진행했다.
미 국방부는 이날 오전까지도 “임무의 마지막에 도달하고 있다”고 두루뭉술하게 발표했으나, 결국 예정 시한인 31일보다 하루 앞당겨 철군 종료를 발표했다. 철군 마무리 시점은 철저히 보안이 유지됐다. 케네스 매켄지 미 중부사령관은 대피 작전에서 탈레반이 이착륙장 보안 등을 지원해 도움이 됐으며, 이들에게도 철군 시점을 알리지 않았다고 했다.
탈레반은 즉각 텅 빈 공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완전한 독립을 얻었다”고 선언했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대변인은 “미국뿐 아니라 세계와 좋은 관계를 맺고 싶다”며 “모두와의 외교 관계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탈레반 간부인 아나스 하나키는 트위터에 “우리는 다시 역사를 만들었다. 미국과 나토의 20년 점령이 오늘 밤 끝났다”고 했고 또 다른 탈레반 대원은 “우리의 희생이 빛을 봤다”고 주장했다.
미군의 마지막 수송기가 아프간 수도를 떠난 30일 밤 11시 59분을 기점으로 아프간의 ‘완전한 독립’을 선언한 탈레반이 쏜 축포의 섬광이 밤하늘을 가르고 있다.
카불 AFP 연합뉴스
카불 AFP 연합뉴스
서방에 협력했다는 이유로 위협받는 현지 의사 등 의료인, 기자와 카메라맨 등 언론인들도 각종 국제단체와 유엔에 호소하고 있다. 이들은 탈레반 치하의 미래에 무슨 일이 생길지 알 수 없다며 자신의 생명은 물론 가족, 재산에 대한 위협이 커지는 상황을 고려해 달라고 밝혔다.
카불 시내의 은행 앞에는 현금을 찾으려는 주민들이 길게 줄을 선 모습도 보였다. 탈레반의 장악 뒤 은행들은 영업을 중단했다가 최근 재개했는데, 현금이 부족해 인출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2021-09-01 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