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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마지막 수송기 떠나자… 탈레반 축포 쐈다

美 마지막 수송기 떠나자… 탈레반 축포 쐈다

김정화 기자
입력 2021-08-31 17:48
업데이트 2021-08-31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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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20년 주둔 끝났다” 공식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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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국민 모두 구출 못하고 떠나는 美
자국민 모두 구출 못하고 떠나는 美 30일(현지시간) 밤 11시 59분 마지막 C17 수송기가 카불 국제공항을 이륙하면서 미국이 ‘31일 아프가니스탄 철군 완료’ 목표를 하루 먼저 달성했지만, 100명가량의 자국민은 현지에 남겨졌다. 마지막 한 명을 구출할 때까지 미군은 카불 현지에 있을 것이라는 약속은 공수표가 됐다. 미국 내에서는 정보·작전·정책·구출 모든 면에서 종합적 실패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카불 AFP 연합뉴스
30일(현지시간) 밤 11시 59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서 C17 수송기가 날아올랐다. ‘최후의 미군’ 크리스토퍼 도너휴 육군 82공수사단장과 로스 윌슨 아프간 주재 미국 대사대리를 태운 비행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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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됐다 철수한 킴벌리 헤르난데즈(오른쪽) 일병이 30일(현지시간) 워싱턴 근처 덜레스 국제공항에 도착해 버스를 타는 아프간 피란 소녀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워싱턴DC AP 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됐다 철수한 킴벌리 헤르난데즈(오른쪽) 일병이 30일(현지시간) 워싱턴 근처 덜레스 국제공항에 도착해 버스를 타는 아프간 피란 소녀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워싱턴DC AP 연합뉴스
철군 완료 시한인 31일을 1분 남겨 두고 미군의 마지막 수송기가 하늘을 가르자 이를 자축하는 탈레반의 축포가 터져 나왔다. 공항 주변과 카불 시내에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국가 중 한 곳에서 가장 강한 군대를 몰아냈다고 자축하며 울리는 자동차 경적과 휘파람, 총소리가 가득했고 탈레반 차량은 경주하듯 공항 활주로를 돌아다녔다. 시내 곳곳에선 불꽃놀이와 총성이 밤하늘을 가득 메웠다. 미국 역사상 최장기 전쟁이 20년 만에 끝나는 순간이었다.

탈레반의 카불 장악 이후 17일간 최대 규모의 공수작전을 벌이며 자국민과 협력자 등에 대한 대피 작전을 펼쳐 온 미국은 마지막까지 숨 가쁜 일정을 진행했다.

미 국방부는 이날 오전까지도 “임무의 마지막에 도달하고 있다”고 두루뭉술하게 발표했으나, 결국 예정 시한인 31일보다 하루 앞당겨 철군 종료를 발표했다. 철군 마무리 시점은 철저히 보안이 유지됐다. 케네스 매켄지 미 중부사령관은 대피 작전에서 탈레반이 이착륙장 보안 등을 지원해 도움이 됐으며, 이들에게도 철군 시점을 알리지 않았다고 했다.

탈레반은 즉각 텅 빈 공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완전한 독립을 얻었다”고 선언했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대변인은 “미국뿐 아니라 세계와 좋은 관계를 맺고 싶다”며 “모두와의 외교 관계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탈레반 간부인 아나스 하나키는 트위터에 “우리는 다시 역사를 만들었다. 미국과 나토의 20년 점령이 오늘 밤 끝났다”고 했고 또 다른 탈레반 대원은 “우리의 희생이 빛을 봤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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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의 마지막 수송기가 아프간 수도를 떠난 30일 밤 11시 59분을 기점으로 아프간의 ‘완전한 독립’을 선언한 탈레반이 쏜 축포의 섬광이 밤하늘을 가르고 있다. 카불 AFP 연합뉴스
미군의 마지막 수송기가 아프간 수도를 떠난 30일 밤 11시 59분을 기점으로 아프간의 ‘완전한 독립’을 선언한 탈레반이 쏜 축포의 섬광이 밤하늘을 가르고 있다.
카불 AFP 연합뉴스
그러나 이들의 환호성과 달리 현지에 남은 이들은 여전히 불안감과 공포감에 사로잡혀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군의 철수 전 공항 주변은 아프간을 빠져나가려는 인파가 한꺼번에 몰려 대혼란이 이어졌지만, 시한을 하루 남겨 놓고는 체념의 분위기로 뒤덮였다고 전했다. 마지막까지도 탈출 비행기에 오르지 못한 수백명은 여전히 탈레반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불안 속에 대기했다.

서방에 협력했다는 이유로 위협받는 현지 의사 등 의료인, 기자와 카메라맨 등 언론인들도 각종 국제단체와 유엔에 호소하고 있다. 이들은 탈레반 치하의 미래에 무슨 일이 생길지 알 수 없다며 자신의 생명은 물론 가족, 재산에 대한 위협이 커지는 상황을 고려해 달라고 밝혔다.

카불 시내의 은행 앞에는 현금을 찾으려는 주민들이 길게 줄을 선 모습도 보였다. 탈레반의 장악 뒤 은행들은 영업을 중단했다가 최근 재개했는데, 현금이 부족해 인출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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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내고 “20년간 우리 군대의 주둔이 끝났다”고 아프간전 종식을 공식 선언했다. 철군 과정에서 보여 준 혼란으로 대내외적 비판에 직면한 그는 “8월 31일 이후로 아프간 주둔을 연장하지 않기로 한 결정에 관해 31일 대국민 연설을 하겠다”고 밝히고 “탈레반이 아프간을 떠나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안전한 통행을 약속했다. 전 세계가 이 약속을 지켜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2021-09-01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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