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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가장 부유한 저항집단 탈레반, 기부-아편-세금-광물 수입원과 규모

세상 가장 부유한 저항집단 탈레반, 기부-아편-세금-광물 수입원과 규모

임병선 기자
입력 2021-08-28 14:32
업데이트 2021-08-28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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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은 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저항단체의 하나로 손꼽힌다. 20년 동안 미국과 동맹국에 맞서 싸울 수 있었던 것도 든든한 재력 덕분이며 이제 미국을 몰아내고 국토를 장악했다. 영국 BBC는 어떻게 이렇게 든든한 재력을 갖추게 됐는지 27일(현지시간) 팩트 체크해 눈길을 끈다.

옛 소련에 맞서 이겨냈지만 20년 전에는 미국에 축출됐다. 10년 전에는 3만명 정도로 조직이 쫄아들었는데 현재 7만~10만명 수준으로 회복된 것으로 추정된다. 유엔에 따르면 2011년 연간 수입이 4억 달러 정도로 추정됐는데 BBC 심층취재에 따르면 2018년 말 15억 달러로 네 배 가까이가 됐다.

방송은 아프가니스탄과 해외에서의 인터뷰를 통해 탈레반이 정교한 금융망과 납세망을 운영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생각보다 다양한 수입원을 거느리고 있는데 그 중 중요한 네 가지를 간추려 살펴본다.

첫째로 해외 기부. 아프간과 미국 정부 관리들은 파키스탄을 비롯해 이란과 러시아가 탈레반에 재정 원조를 한다고 의심해왔다. 물론 그들은 관성적으로 부인해왔다. 하지만 파키스탄과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등 걸프만 국가들의 민간인들이 상당한 돈을 기부하는 것으로 보인다. 정확한 액수를 측정하기 어렵지만 탈레반 수입 가운데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전문가들은 연간 5억 달러 정도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런 연결고리는 오래됐다. 기밀로 분류된 미국 정보기관 보고서는 2008년에 탈레반이 해외, 특히 걸프만 국가들로부터 1억 600만 달러의 수입을 거둬들였다고 추정했다.

둘째로 마약 거래. 탈레반은 오래 전부터 불법 마약 거래에 세금을 부과해 저항운동에 보태왔다. 아프간은 세계 최대 아편 주산지인데 정제하면 헤로인 원료가 된다. 연간 15억~30억 달러 정도를 수출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세계 헤로인 공급량의 압도적 다수를 차지할 정도로 아편은 큰 사업이다. 2019년 유엔 조사에 따르면 아편 경작으로 12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된다.

아프간 정부 관리들에 따르면 아편 재배자에게 10%의 세금을 매긴다. 아편을 헤로인으로 가공하는 공장은 물론 불법 밀수업자들에게도 세금을 징수한다. 이런 식으로 불법 마약경제로 1억~4억 달러를 벌어들인다. 아프간 주둔 미군 사령관인 존 니콜슨은 2018년 아프간재건 특별감사실(SIGAR) 보고서에 마약거래 수입이 탈레반 연간 수입의 60%를 차지한다고 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이 수치가 지나치게 부풀려진 것이라고 했다.

탈레반은 종종 마약산업과의 관련성을 부인하며 권좌에 있던 2000년에 이미 아편 경작을 금지했다는 것을 선전해왔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많이 나오는 라피스 원석. 세상에서 가장 기가 센 광물로 알려져 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많이 나오는 라피스 원석. 세상에서 가장 기가 센 광물로 알려져 있다.
셋째로 납세 영역을 끊임없이 확장해왔다. 2018년 공개서한을 통해 탈레반은 자신들이 통제하는 구역 안을 오가는 아프간 무역업자들에게 연료와 건설자재 같은 다양한 재화들에 세금을 물리겠다고 경고했다. 아프간 정부에 의해 축출된 뒤에도 주요 교역로, 국경 검문소 등을 장악해 수출과 수입 품목에 세금을 매겨 뜯어갔다.

이렇게 지난 20년 서방의 상당한 돈이 의도치 않게 탈레반의 주머니에 들어갔다. 서구가 뒷돈을 댄 도로와 학교, 병원 등 사회기반시설에도 세금을 매겼다. 심지어 곳곳에 흩어진 동맹국 군 기지에 보금품을 전달하는 트럭 기사들로부터 많은 돈을 뜯었다. 심지어 정부의 대민 서비스 활동에까지 손을 뻗쳐 돈을 뜯어갔다.

이 나라 전력회사 사장은 2018년 BBC 인터뷰를 통해 탈레반이 여러 지역의 전기 소비자들로부터 매년 200만 달러를 뜯어갔다며 혀를 내둘렀다. 탈레반이 미군 등의 기지를 접수할 때마다 무기와 자동차, 무장 차량 등을 압수해 챙겼다.

마지막으로 광물 수입이다. 광물과 보석 원석, 희귀 금속이 다양한데 오랜 혼란 때문에 제대로 발굴되지 않았다는 장점이 더해진다. 연간 10억 달러의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받는다. 채굴 작업의 대부분이 소규모로 진행되며 불법으로 진행된다. 이제 정국을 장악했으니 탈레반은 채굴 장소를 장악해 불법이든 합법이든 돈을 쌓게 됐다. 유엔 감시기구의 2014년 연간 보고서에 따르면 탈레반은 남부 헬만드주에서만 25~30곳의 불법 광산에서 연간 1000만 달러 이상을 벌어들였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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