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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섶에서] 매미 알람/박록삼 논설위원

[길섶에서] 매미 알람/박록삼 논설위원

박록삼 기자
입력 2021-08-19 20:18
업데이트 2021-08-20 0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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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는 쉬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아파트 앞 감나무에 매달린 매미는 목이 쉬도록 울어댔다. 매미야 날개를 비비고 목청을 찢더라도 멀리서 아련히 들려오는 치르륵 맴맴 소리는 그저 여름의 정취쯤으로 받아들이기에 나쁘지 않았다. 물론 한두 마리가 아니라 떼로 모여서 울어대기 일쑤인 데다, 잊고 지내다가도 신경 쓰기 시작해 한 번 소음으로 여겨지기 시작하면 제법 시끄러운 것은 사실이다. 도로 위 자동차 주행 소음(67㏈)보다 더 큰 70~100㏈ 정도이다.

특히 최근 새벽녘마다 방충망에 찰싹 매달려 빽빽 울어대는 고약한 녀석이 있었다. 같은 녀석인지 확인할 길은 없지만 하루도 빼놓지 않고 새벽잠을 깨웠다. 이제 창문을 빼꼼히 열어 두기만 해도 밤잠을 청할 만큼 선선해진 틈을 노렸음에 틀림없다. 어지간한 알람 소리는 저리 가라 할 정도다. 한데 2~3일 전부터 이 녀석이 나타나지 않았다.

가을 기운이 스멀스멀 느껴진다. 매미 울음도 점점 잦아들어 간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매미의 마음에도 조바심이 생겼을 테다. 새벽잠이야 푹 잘 수 있게 됐지만 괜스레 매미의 행방이 궁금해졌다. 새벽마다 방충망에서 목청을 높이던 그 녀석이 짝짓기에 제대로 성공했을까. 그래서 후회 없이 한 생을 마감했을까.

박록삼 논설위원 youngtan@seoul.co.kr
2021-08-20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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