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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불 코앞까지 온 탈레반…미국, 아프간서 대사관 직원 철수 개시

카불 코앞까지 온 탈레반…미국, 아프간서 대사관 직원 철수 개시

신진호 기자
신진호 기자
입력 2021-08-15 14:43
업데이트 2021-08-15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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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아프간 34개 주도 중 25개 점령
이날 카불 동쪽 인접도시 잘랄라바드 장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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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서부도시 헤라트 장악한 탈레반
아프간 서부도시 헤라트 장악한 탈레반 지난 12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서부 헤라트 지역을 점령한 무장반군 탈레반의 군인들이 14일 총을 들고 거리를 순찰하고 있다. 2021.8.15
AP 연합뉴스
미군 철수를 계기로 대규모 공세를 펼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의 이슬람 반정부 무장조직 탈레반이 수도 카불만 남겨놓고 아프간 내 거의 모든 대도시를 장악하는 데 성공했다.

이에 미국은 카불 주재 대사관 외교관들의 철수 작전에 착수했다.

탈레반, 수도 제외한 거의 모든 대도시 장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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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에 점령된 아프간 서부 헤라트
탈레반에 점령된 아프간 서부 헤라트 지난 12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서쪽의 헤라트가 무장반군 탈레반에 장악된 가운데 14일 한 남성이 길거리에서 탈레반 깃발을 팔고 있다. 2021.8.14
AP 연합뉴스
15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전날 밤 아프간 북부 최대 도시 마자르-이-샤리프(발흐주 주도)에 이어 이날 카불과 인접한 동쪽 낭가르하르주 주도 잘랄라바드까지 탈레반의 손에 넘어갔다.

발흐주의 한 의원은 정부군이 먼저 항복하는 바람에 친정부 민병대의 사기가 떨어져 탈레반의 공격에 굴복하고 말았다고 전했다.

민병대를 이끌고 저항하던 군벌 출신 아타 모함마드 누르 전 발흐주 주지사와 압둘 라시드 도스툼 전 부통령도 달아났다고 외신은 전했다.

인구 50만명의 마자르-이-샤리프와 인구 35만명의 잘랄라바드는 아프간에서 4번째와 6번째로 큰 도시다.

마자르-이-샤리프의 함락으로 북부 지역 전체가 반정부군 손에 넘어가게 됐다.

수도와 근접해 있는데다 전략적으로 워낙 중요한 지역이라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이 지난 11일 이곳을 직접 찾아 방어 태세를 살펴보기도 했지만, 정부군의 사기를 끌어올리지는 못한 셈이다.

또 잘랄라바드가 반정부군에 넘어가면서 카불 동쪽 방어벽 또한 무너지게 됐다.

탈레반으로서는 두 도시를 장악함으로써 카불을 제외한 주요 대도시를 사실상 모두 차지하게 됐다.

아프간에서 2번째와 3번째로 큰 대도시인 남부 칸다하르와 서부 헤라트는 지난 12일 탈레반에 장악됐다.

탈레반은 같은 날 카불 남서쪽 150㎞ 지점의 거점 도시 가즈니(가즈니주 주도)를 차지했고, 다음날 카불에서 50㎞ 떨어진 로가르주의 주도 풀-이-알람까지 점령하며 수도권도 압박했다.

파죽지세로 진격해 속도를 낸 탈레반은 전날에 카불 남쪽 11㎞ 지점 로가르주 지역까지 밀고 들어와 정부군과 전투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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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내전에 고향을 떠난 주민들
아프간 내전에 고향을 떠난 주민들 아프가니스탄 정부와 탈레반 반군 간 전투를 피해 북부 지역에서 집을 잃고 떠난 주민들이 14일(현지시간) 수도 카불의 공원에서 임시 천막을 짓고 지내고 있다. 2021.8.15
EPA 연합뉴스
전날 탈레반은 마자르-이-샤리프 외에도 동부 아사다바드(쿠나르주 주도), 가르데즈(파크티아주 주도), 북부 마이마나(파리아브주 주도), 중부 닐리(다이쿤디주 주도) 등 여러 도시를 손에 넣었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외신 등을 종합하면 탈레반은 현재 아프간 34개 주도 중 25개를 점령한 상태다.

정부군 통제 지역은 중부와 카불 정도에 불과해 탈레반이 수도 카불을 공격하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탈레반은 지난 5월 미군 철수 본격화를 계기로 공세를 강화했으며, 미국은 이달 말까지 철군을 완료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미국, ‘철수작전’ 위해 해병대 3천명 파병…英도 철수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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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감 감도는 주아프간 미국 대사관
긴장감 감도는 주아프간 미국 대사관 아프가니스탄의 주요 도시들이 무장반군 탈레반 세력에 점령되는 가운데 14일(현지시간) 수도 카불의 미국 대사관이 긴장감에 휩싸여 있다. 2021.8.14
AP 연합뉴스
이처럼 수도 카불 코앞까지 탈레반이 밀고 들어오자 미국은 카불 주재 대사관 외교관들의 철수 작전에 착수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익명의 미국 관료는 “소규모 인원이 현재 (대사관을) 떠나고 있으며, 대다수 직원 또한 떠날 준비가 돼 있다”면서 “대사관은 계속해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미국 외교관들은 민감한 문서나 자료 등을 폐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미국 정부는 지난 12일 자국민 대피 작전을 위해 3000명의 병력을 아프간에 보내기로 했다.

이날 미 해병대 일부가 카불에 도착했고, 선발대는 전날 먼저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군 측은 작전 기밀을 이유로 구체적인 병력 숫자를 밝히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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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카불 인근까지 진격
탈레반 카불 인근까지 진격 아프가니스탄의 주요 도시들이 무장반군 탈레반에 속속 점령되는 가운데 14일(현지시간) 수도 카불의 공항에서 아리아나 아프간 항공의 비행기가 이륙하고 있다. 2021.8.14
AP 연합뉴스
영국 정부도 로리 브리스토 아프간 주재 영국 대사를 오는 16일 저녁 전까지 아프간에서 탈출시킬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외무부는 브리스토 대사를 비롯한 일부 관계자들을 공항에 남겨 이달 말까지 대피 작전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아프간 내 상황이 악화하면서 기존 계획을 변경했다.

영국 대사관 측은 이날 기준 주아프간 영국 외교관과 정부 관계자 규모를 기존 500명에서 수십명 안팎으로 줄였다고 밝혔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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