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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안 듣는다고 말에게 말도 안 되는 주먹질한 코치

말 안 듣는다고 말에게 말도 안 되는 주먹질한 코치

최영권 기자
최영권 기자
입력 2021-08-08 22:26
업데이트 2021-08-09 0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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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 거부한 말 폭행해 올림픽 출전정지
시간 따지면 몇 시간밖에 안 돼 ‘물징계’

제비뽑기로 말 배정받아 교감시간 짧아
낯선 선수에게 채찍질당하며 가혹 경기
독일 근대5종 여자 국가대표 아니카 슐로이가 지난 6일 일본 도쿄 경기장에서 열린 근대5종 승마 종목에서 제비뽑기로 고른 말 ‘세인트보이’가 말을 듣지 않자 울면서 경기를 치르고 있다. 도쿄 로이터 연합뉴스
독일 근대5종 여자 국가대표 아니카 슐로이가 지난 6일 일본 도쿄 경기장에서 열린 근대5종 승마 종목에서 제비뽑기로 고른 말 ‘세인트보이’가 말을 듣지 않자 울면서 경기를 치르고 있다.
도쿄 로이터 연합뉴스
독일의 근대5종 여자 국가대표 아니카 슐로이(31)의 코치가 경기 도중 ‘말(言)을 듣지 않는 말(馬)’에게 주먹질을 하는 장면이 중계방송 화면에 포착돼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다.

8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국제근대5종연맹(UIPM)은 슐로이의 코치인 킴 라이스너가 지난 7일 도쿄올림픽 근대5종 승마 경기에서 말 ‘세인트보이’를 때린 점을 인정하면서 대회 남은 기간 출전정지 징계를 내렸다.

하지만 징계 당일 근대5종은 이번 대회 마지막 일정인 남자 개인전을 치르고 있었기 때문에 라이스너에 대한 출전정지 징계는 몇 시간 만에 끝나는 등 ‘물징계’나 다름없었다.

앞서 슐로이는 이번 대회에서 수영(24위)과 펜싱 중간합계 551점을 받아 선두로 치고 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 6일 일본 도쿄스타디움에서 열린 근대5종 승마 종목에서 문제가 생겼다.

근대5종 승마는 선수가 제비뽑기로 말을 배정받아 경기를 치른다. 함께 훈련해 온 자신의 말로 경쟁하는 일반 승마 경기와 달리 근대5종은 말과 친해질 시간이 20~40분 정도만 주어진다. 이때 라이스너 코치가 세인트보이를 주먹으로 때리는 장면이 TV 중계방송 화면에 포착됐다.

슐로이는 장애물을 넘지 않는 등 말을 듣지 않는 말 때문에 0점을 받아 31위로 추락해 메달의 꿈을 접어야 했다. 그는 2016년 리우올림픽 근대5종 여자 개인전에서 4위를 차지한 바 있다.

UIPM은 “라이스너는 주먹으로 말을 때린 것으로 보인다”면서 “규칙을 어긴 것으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라이스너가 슐로이에게 말을 더 강하게 채찍질하라고 반복적으로 외친 점도 부적절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말과 친해지는 시간을 20~40분 정도만 주는 것이 가혹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제대로 교감이 이뤄지지 않은 기수에게 채찍질을 당하며 경기를 치르게 하는 것은 말에게 너무 가혹하다는 것이다. 독일의 엘리트 선수 권리 보호단체인 아틀레텐 도이칠란트는 “동물을 보호하고 선수들이 적절한 방식으로 경쟁할 수 있도록 근대5종의 규칙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2021-08-09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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