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건 중 9건만 뽑힌 연극계에선 곧 파문이 일었다. 15년 이상 된 중견 축제나 장르를 대표하는 축제 등 연극 생태계의 큰 축이던 축제들이 존폐 위기에 놓였다. 30여개 연극 단체, 13개 아동청소년극 단체, 12개 축제 측은 성명을 냈다.
사태의 발단은 기획재정부가 축제를 소모성, 선심성 사업이라 판단해 총예산을 줄인 데서 비롯됐다. 더욱이 매년 약 10%씩 예산이 감소될 예정이라니 연극계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현장의 아우성과 문화체육관광부, 예술위 등의 노력으로 우여곡절 끝에 추경에 반영됐지만 응급 조치일 뿐이다.
축제는 공연예술의 플랫폼이다. 과거부터 예술창작집단들은 축제로 공연예술 시장을 만들고 시장 성장에 필수인 동료 예술가, 관객과의 네트워크를 형성했다. 예술가들은 저렴한 공연료로 참여하기도 하고 금전으로 환산할 수 없는 노동력으로 축제 속에서 공생했다.
기재부 지적대로 공연 축제는 사업 수지로만 보면 매우 소모적이다. 순수공연예술 자체도 그렇다. 인건비가 60~70%를 웃돌고 투자 대비 회수율은 턱없이 낮다. 이미 1960년대 미국 경제학자 보몰과 보웬이 ‘공연예술의 경제학적 딜레마’를 통해서도 밝힌 구조다. 다만 예술은 경제적 가치나 숫자로 환산할 수 없는, 국민의 변화와 성장을 선사하는 무형의 가치를 가졌다.
국민에게 공연예술의 향유를 제공하는 현장에선 예술의 특수성이 고려된 보다 섬세한 정책에 목말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