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안에서 새는 바가지는 밖에서도 새는 법. 과거 일본은 중일전쟁을 일으켜 수많은 중국인을 강간하고 생명을 빼앗았다. 일본은 조선과 수많은 동남아시아 국가를 침략했고 태평양전쟁도 일으켜 인류에게 씻을 수 없는 피해를 주었다. 지금은 2011년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가 파괴된 뒤 나오는 방사능 오염수를 태평양에 방출하려는 중이다. 일본은 방사능 오염수를 희석시킨 뒤 기준치에 부합하는지 모니터링도 하지 않고 그냥 태평양 앞바다에 내보내겠다고 한다. 후쿠시마 인근 어부의 간절한 요구도 저버리고 태평양을 낀 다른 국가들의 안전도 아랑곳 않고 오염수 방출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계획대로라면 8월 8일, 꼭 한 달 뒤에 올림픽이 끝난다. 올림픽이 끝난 뒤 역사에 어떻게 기록될까. 일본 정부가 희망하는 대로 올림픽이 일단 시작돼 세계신기록이 쏟아져 나오고 선수들이 금메달을 따기 시작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반대 여론도 사라질 것인가.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극복해 낸 일본의 우수성을 과시한 올림픽이 될 것인가.
인류의 문명사에서는 도쿄올림픽 흥행 여부 자체는 중요한 문제가 결코 아니다. 도쿄올림픽이 전염력이 막강한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배양접시 또는 더 강력한 변이 바이러스의 진앙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이 과거 전쟁에서 전 세계에 입힌 인명과 경제적 피해보다 더 큰 피해가 도쿄올림픽으로 생길까 우려된다. 메이와쿠의 일본이라면 지금이라도 도쿄올림픽을 취소해 인류의 재앙을 막는 게 더 낫지 않은가.
2021-07-07 2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