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파고스 명물 바위 붕괴
폭 23m 아치 무너지고 기둥만 남아
엘니뇨로 침식 활발… 관광객도 급증
남태평양 ‘생물 다양성의 보고’ 위기
디캐프리오 보호 기금 487억원 약정
갈라파고스 명물 ‘다윈의 아치’ 사라졌다
진화론의 창시자인 찰스 다윈의 이름을 딴 갈라파고스제도의 명물 ‘다윈의 아치’가 17일(현지시간) 파도에 자연 침식돼 무너져 내렸다고 에콰도르 환경부가 발표했다. 붕괴 전 16일에 촬영한 다윈의 아치(왼쪽), 17일 붕괴 후 두 개의 기둥만 남은 다윈의 아치(오른쪽). 갈라파고스 AFP·AP 연합뉴스
에콰도르령 갈라파고스제도의 명물 ‘다윈의 아치’ 바위를 배경으로 잠수사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 사진은 파도에 의한 침식으로 아치 부분이 무너져 내리기 전인 2013년 8월 촬영된 것이다.
갈라파고스 로이터 연합뉴스
갈라파고스 로이터 연합뉴스
다윈의 아치 주변은 스쿠버다이빙 명소로도 유명하다. 갈라파고스 제도가 에콰도르 서쪽 해안으로 1000㎞ 떨어진 남태평양 복판에 위치해 섬과 바닷속 생태계 모두 생물 다양성의 보고를 이루고 있어서다. 1835년 갈라파고스제도에서 섬마다 독특하게 변이를 일으킨 핀치새들을 관찰한 덕에 다윈은 진화론에 관한 책인 ‘종의 기원’을 쓸 수 있었다.
명소이던 해안의 기암괴석이나 바위기둥이 파도 침식으로 무너지는 일은 이전에도 있었는데, 남호주의 그레이트 오션 로드에서 조망하던 12사도 바위가 대표적이다. 2003년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라던 신용카드 광고의 배경으로 등장해 국내에도 잘 알려졌던 곳이지만, 이후 바위들이 잇따라 침식돼 지금은 7개 바위기둥만 남았다. 커다란 바위도 파도 앞에선 무너져 내릴 수밖에 없는 법이긴 하지만, 인간의 활동이 다윈의 아치 붕괴를 촉진했다고 보는 관점도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유네스코가 기후변화 영향에서 가장 취약한 곳 중 하나로 갈라파고스제도를 지목해 왔음을 상기시켰다. 3개의 해류가 교차하는 길목에 위치한 갈라파고스제도의 해안선이 엘니뇨 때문에 한층 거세진 태풍에 노출돼 침식이 빨라졌다는 것이다. 엘니뇨는 태평양 바다 수온이 상승하는 이상기후 현상을 말한다.
같은 이유로 남태평양에 위치한 또 다른 섬인 이스터섬 해변의 침식 작용도 활발해져, 이 섬의 모아이 동상 바로 앞까지 해수가 들어찬 곳도 있다고 NYT는 전했다. 2007년에 비해 2016년 갈라파고스제도를 찾는 관광객이 90% 늘었다는 집계도 있다.
갈라파고스제도가 기후변화의 직격탄을 맞게 되자, 섬 생태계를 지키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2010년 갈라파고스제도에서 직접 스쿠버다이빙을 하며 환경 다큐를 제작하기도 했던 배우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는 4300만 달러(약 487억원) 기부 약정을 맺고 글로벌야생동물보호와 함께 ‘리:와일드’라는 국제야생보호기구를 출범시켰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2021-05-20 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