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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송유관 해킹에 ‘한 밤의 주유전쟁’… 휘발유값 6년만에 최고

美 송유관 해킹에 ‘한 밤의 주유전쟁’… 휘발유값 6년만에 최고

이경주 기자
이경주 기자
입력 2021-05-12 13:44
업데이트 2021-05-12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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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발유 품절우려, 밤 10시에 20여대 차량 줄서
미 동부 최대 송유관 중단에 문닫은 주유소 속출
송유관 운영 정상화되는 주말까지 사재기 예상
11일(현지시간) 밤 10시쯤 휘발유 부족 현상에 차량들이 미국 버니지아주 폴스처치의 한 주유소에 줄을 서 있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11일(현지시간) 밤 10시쯤 휘발유 부족 현상에 차량들이 미국 버니지아주 폴스처치의 한 주유소에 줄을 서 있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휘발유 주유가 안 된다니까요.”
“1갤런에 2.99달러짜리 떨어진지 꽤 됐어요. 3.5달러짜리 넣으세요.”
“그래도 안 된다니까요.”
“그럼 여기서 계산하고 다시 넣어보세요.”

미국 버지니아주 폴스처치의 한 주유소에서는 11일(현지시간) 밤 10시 고객과 점원 사이에 고성이 오갔다. 8대가 주유할 수 있는 주유소 내부는 휘발유가 떨어지기 전에 주유하려는 일부 차량이 역주행하면서 마비됐고, 경적 소리가 연이어 울렸다.

미국 최대 송유관 운영업체인 콜로니얼 파이프라인이 사이버 공격을 받아 중단하면서 휘발유 공급이 힘들어지자 이른바 ‘한밤의 주유전쟁’이 벌어진 것이다.

밤 10시에 도착한 주유소에는 이미 20여대의 차량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차량에 이어 몇 개의 기름통에 연이어 휘발유를 채우던 50대 백인 남성 밥은 “픽업트럭으로 건설 자재를 옮기는 일을 하는데 며칠간 휘발유가 떨어질 것 같아서 준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버지니아주뿐 아니라 조지아·노스캐롤라이나주 등지에서도 휘발유가 바닥나 문을 닫은 주유소 사진이 대거 게재됐다.

주유를 위해 기다리던 다른 시민은 “뉴스를 보다가 휘발유 부족이 심각하다고 해서 나왔는데 20분이나 기다렸다”며 “다들 불안하니 나온 것 같다”고 했다. 이날 랠프 노덤 버니지아주 주지사는 휘발유 부족 상황에 대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콜로니얼 파이프라인은 길이 5500마일(약 8851㎞)의 송유관으로 미국 남부 텍사스주 멕시코만에 밀집한 정유시설에서 생산한 각종 석유정제 제품을 미 동북부 뉴욕주까지 운송한다. 하루 1억 갤런(약 238만 2000배럴)의 휘발유와 디젤유, 항공유 등을 공급하는데, 미국 동부 석유류 공급량의 45%나 된다.
11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폴스처치의 한 주유소에 있는 주유기. 가장 비싼 휘발유에만 다 떨어졌다는 문구가 붙어 있지만 가장 저렴한 휘발유 역시 소진된 상태였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kdlrudwn@seoul.co.kr
11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폴스처치의 한 주유소에 있는 주유기. 가장 비싼 휘발유에만 다 떨어졌다는 문구가 붙어 있지만 가장 저렴한 휘발유 역시 소진된 상태였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kdlrudwn@seoul.co.kr
이번 공격으로 총 18개주가 영향을 받게 된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특히 2014년 이후 처음으로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3달러를 넘보고 있다. 코로나19 백신으로 경기가 살아나면서 서서히 오르던 휘발유 가격에 송유관 해킹 공격이 불을 붙인 셈이다.

백악관도 이날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자 오후 6시에 “조 바이든 대통령은 정기적인 브리핑을 받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강력한 연방 대응을 동원했다”며 안심시키기에 나섰다.

하지만 휘발유 대란은 이번 주말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콜로니얼 파이프라인이 전날 일부 송유관이 단계적으로 재가동되고 있지만 “주말까지 운영 서비스를 상당 부분 재개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사태가 커지면서 외려 다크사이드는 다크웹에 “파트너들이 해킹그룹 몰래 송유관을 공략하기로 했다”, “우리의 목표는 돈을 버는 것이지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려는 게 아니다”라는 등의 글을 올렸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지난해부터 급부상한 신생 해킹 범죄단체인 다크사이드가 이번 공격의 배후라고 공식 발표한 바 있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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