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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쇼로 남는 백신 맞고 싶어요” 10곳 헤맸는데 예약 거절당해

“노쇼로 남는 백신 맞고 싶어요” 10곳 헤맸는데 예약 거절당해

이주원 기자
입력 2021-05-02 18:14
업데이트 2021-05-02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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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Z백신 ‘노쇼’를 잡아라

자가격리 면제 등 혜택 노쇼 줄고
해외 출장 예정자 등 수요는 늘어
대기자 이름 올려도 접종 어려워
“정부 체계적 관리 시스템 마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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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 선 화이자
멈춰 선 화이자 일요일인 2일 광주 북구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 앞에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광주시 일부 구는 3일 화이자 백신 수급 불안으로 하루 동안 백신 접종을 일시 중단한다고 밝혔다.
광주 연합뉴스
“하루 노쇼(No show) 물량이 하나도 없을 때가 있어서…. 솔직히 언제 맞을 수 있을지 장담드리지 못합니다. 그래도 접수해 드릴까요.”

지난달 30일 경기 고양시 A의원에 전화를 걸어 백신 접종이 가능한지를 묻자 “확신할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전화를 받은 병원 관계자는 이날 오전 현재 대기자만 40명이라고 귀띔했다. 인천 소재 B의원도 상황이 비슷했다. B의원은 “언제쯤 접종이 가능하냐”는 문의에 “백신이 급하시면 인근 모든 병원에 예약을 걸어 놓고 기다리는 편이 낫다”고 권했다. 이날 기자가 서울·경기도 일대의 백신 접종 병원에 무작위로 문의한 뒤 돌아온 답변은 같았다. ‘노쇼 백신’을 원하는 사람이 많아 맞기 어렵거나 오랜 시간 대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달 28일부터 당일 접종자가 나타나지 않아 발생한 백신 잔여량을 누구나 맞을 수 있도록 하면서 ‘노쇼백신’ 접종 희망자들이 몰린 결과다.

보건 당국이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 대상의 ‘노쇼’로 남는 백신의 폐기를 최소화하기 위해 일반 시민의 접종을 허용하면서 백신을 구하려는 시민들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현재 보건소와 위탁의료기관은 백신 접종 예약자가 당일 나타나지 않으면 개봉한 백신의 폐기를 방지하기 위해 예비명단에 있는 사람들에게 백신을 접종한다. 시민들은 혹시라도 남는 백신을 구하려 여러 의료기관에 직접 전화를 돌리며 발품을 팔고 있다. 지난해 초 마스크 파동을 연상케 하는 대목이다.

2일 서울 동대문 보건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백신 접종과 관련 하루 문의전화가 100통 이상 걸려왔다. 주로 해외 출장 계획이 있거나 여러 사람을 상대하는 사람들이 백신을 찾고 있었다.

하지만 실제 노쇼 사례가 많지 않아 시민들은 백신 접종에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동대문 보건소의 하루 백신 접종자는 평균 1000명인데 노쇼 비율은 3%에 불과했다. AZ에 대한 불신이 컸던 때에는 하루 80~90명이 접종을 회피했지만 최근에는 자가격리 의무를 면제하는 등 혜택을 제공하며 ‘그래도 맞는 게 낫다’는 분위기가 조성돼 30명대로 줄었다.

대기자 명단에 들어가는 것도 쉽지 않다. 성동구에 거주하는 C씨는 “10곳이 넘는 병원에 전화를 돌렸지만 전부 대기인원이 너무 많다며 예약을 거절했다”며 “예약조차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이렇다 보니 네티즌들은 온라인에서 서로 인근 병원의 대기자 수를 공유하며 예약 가능 병원을 확인하는 모습도 보였다. 지역이나 병원마다 접수 방식과 기준이 제각각이다 보니 지역별로 대기시간의 편차가 발생하기도 했다. 충북 청주에 사는 한제규(51)씨는 지난달 29일 청주의 한 접종센터에 접종 대기 순번을 올렸다가 다음날 바로 접종에 성공했다.

여분 백신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정부가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접종 대상자가 접종할 수 없는 사정이 생기면 반드시 사전에 사유를 제출해야 한다거나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공지를 해 노쇼를 최대한 막아야 한다”며 “또 지역별 위탁의료기관이 지닌 백신 여분을 실시간 확인할 수 있는 전산 홈페이지를 통해 시민들에게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2021-05-03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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