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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코스닥 뛰어넘었는데… “코인, 제도권으로 인정해야”

코스피+코스닥 뛰어넘었는데… “코인, 제도권으로 인정해야”

유대근, 윤연정 기자
입력 2021-04-26 18:08
업데이트 2021-04-27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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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전문가가 본 암호화폐 제도화

美 금융자산으로 인정하고 투자자 보호
日 허가된 코인만 매매… 세율 최고 55%
中·인도·터키는 거래 자체 불법으로 간주

韓, 3년 전 ‘코인 광풍’ 때 제도 마련 못해
“불량 코인·세금 문제 등 세분화 정책 필요
최소한 보호책 마련하고 방향 제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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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등 나선 비트코인
반등 나선 비트코인 26일 서울 강남구에 있는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 라운지의 전광판에 각 코인들의 가격이 표시돼 있다. 이날 오전 한때 비트코인은 개당 5900만원선에서 움직였지만 오후엔 반등해 6200만원대에 거래됐다.
뉴스1
“제도권에 안 들어왔으면 좋겠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 이 발언에는 암호화폐를 바라보는 금융당국의 솔직한 속내가 담겨 있다. 금융 자산으로 공식 인정하면 ‘코인 광풍’이 더 거세질 것이라는 우려가 깔려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금융당국이 모래 속에 머리를 박은 타조처럼 행동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올 1분기에만 250만명이 암호화폐 투자에 뛰어들었고, 하루 거래액은 이미 코스피와 코스닥 거래액을 합친 것을 넘어설 만큼 급증한 상황이다. 인정하고 싶지 않아도 이미 제도권 금융시장에 자리를 잡은 셈이다. 한 금융 전문가는 “캐나다에서는 암호화폐 연계 상장지수펀드(EFT)까지 출시됐기에 암호화폐의 제도화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됐다”고 평가했다. 결국 정부가 현실을 인정하고, 투자자의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최소한의 보호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논리에 힘이 실린다.

세계 각국이 암호화폐를 바라보는 시각은 크게 미국·일본의 길과 중국·인도·터키의 길로 나뉜다. 미국과 일본은 암호화폐를 금융상품<으로 인정하고, 법령을 통해 투자자 보호를 한다. 세금도 걷는다. 반면 중국과 인도, 터키는 암호화폐 거래 자체를 불법으로 간주한다. 전문가들은 자본시장이 발전한 미국이나 일본이 택한 정책에서 힌트를 얻어 우리도 제도 정비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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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가장 앞서 암호화폐를 제도권으로 품고 있는 나라다. 초기에는 암호화폐 성격을 두고 치열하게 논쟁했지만 일단 금융자산으로 인정한 뒤에는 강한 규제를 통해 투자자를 보호하고 있다. 라이선스(면허)를 발급받은 업체만 가상자산 교환업(거래소)을 할 수 있고 거래소에서는 일본 금융청이 허가한 코인만 사고팔 수 있다. 코인 매매로 벌어들인 차익은 ‘잡소득’으로 분류해 최고 55%의 세율을 적용해 세금을 걷는다. 미국은 가상자산 발행의 경우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연방법 차원에서 규제하고, 유통시장은 개별주법으로 규제한다. 특히 암호화폐별 성격에 따라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상품 성격이 짙은 코인은 상품선물거래위원회가, 그 밖의 코인은 증권거래위원회가 증권으로 보고 규제한다.

반면 우리 정부는 2017~2018년 ‘1차 코인 광풍’ 이후에도 최소한의 제도조차 마련하지 않았다. 암호화폐업계 관계자는 “우리 정부가 일관되게 써 온 유일한 정책은 ‘암호화폐는 산업이 아니다’라고 부인해 온 것뿐”이라면서 “가상자산 산업이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당국이 방향을 정해 주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우선 기존의 법망을 활용해 투자자 보호를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말한다. 리걸테크산업협의회장인 구태언 변호사는 “국내 상장 코인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지불형 토큰이나 유틸리티 토큰(게임 머니 등)은 일반 자산이어서 기존 법을 이용해 방송통신위원회나 공정거래위원회, 경찰, 검찰 등 유관부처가 다단계 사기 등으로부터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는데 능동적으로 나서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암호화폐업계에서는 산업 전체를 규제하는 ‘업권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데, 법안 마련에 시간이 걸리는 만큼 유관 부처들이 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모든 코인을 뭉뚱그려 ‘불량 제품’으로 보는 대신 세분화된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조원희 법무법인 디라이트 변호사는 “투자자 보호정책의 핵심은 사기성 있는 코인을 안 사게 하는 것”이라면서 “우리 정부는 2018년 암호화폐공개(ICO) 자체를 유사수신 행위로 보고 깡그리 금지했는데, 게임 머니 같은 토큰은 법상 금지할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과세 문제도 잘 따져 봐야 한다. 정부는 당장 내년 1월부터 가상자산 투자로 얻은 소득을 로또 당첨금과 같은 기타소득으로 분류해 과세하기로 했다. 암호화폐 투자 수익을 일시적이고 우발적인 불로소득으로 본 것이다. 하지만 김용민 전 한국블록체인협회 세제위원장은 “통상적인 경제 활동에 따라 일어나는 암호화폐 거래 이익에 대해 기타소득(세금)을 부과하는 건 조세 원리상 맞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업계에서는 “소득이 생겼을 때 높은 세율을 매기는 양도세 대신 암호화폐를 매매할 때마다 낮은 세율로 세금을 거두는 거래세를 매기는 게 합리적”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더 근본적으로는 암호화폐 투자에 주력하는 20~30대의 욕구를 제대로 분석해 대책을 찾아 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은미 한국금융소비자보호재단 전임연구원은 “구직시장에서 가까스로 일자리를 찾아도 근로소득만 모아서는 집을 살 수 없을 만큼 가격이 올랐기에 청년층이 한 방에 돈을 벌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현 국면에서 당국의 역할은 코인 시장에서 투자자들이 쉽게 정보를 얻고, 상황 판단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윤연정 기자 yj2gaze@seoul.co.kr
2021-04-27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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