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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가져가세요” 살인 한파 속 정전, 먹통된 계산대서 텍사스 마트 온정

“그냥 가져가세요” 살인 한파 속 정전, 먹통된 계산대서 텍사스 마트 온정

강주리 기자
강주리 기자
입력 2021-02-22 15:25
업데이트 2021-02-22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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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적 강추위에 대규모 정전 사태…텍사스 H-E-B 마트 인류애 결단 눈길

마트 측 한파 뚫고 생필품 사러온 손님들에
반출 허용…위기 속 ‘공짜’ 선물에 훈훈
기저귀·우유 등 계산대 통과에 60대 눈물
노인이 눈에 카트 못 밀자 모두 나서 도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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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스턴서 구호식품 전달하는 미 민주당 하원의원들
휴스턴서 구호식품 전달하는 미 민주당 하원의원들 20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한 구호식품 공급 센터에서 (왼쪽부터)실라 잭슨 리(텍사스),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스(뉴욕), 실비아 가르시아(텍사스) 민주당 연방 하원의원들이 최근 이곳을 강타한 최악의 한파로 전기와 식수가 끊긴 주민들을 위해 구호식품 전달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휴스턴 AFP 연합뉴스 2021-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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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파에 지진에...반도체 공급 대란 가시화
한파에 지진에...반도체 공급 대란 가시화 한파와 폭설로 멈춰선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의 전경. H-E-P 마트에 물건을 사러 온 시민들의 긴 줄이 보인다. 오스틴 AP 연합뉴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속에 기록적인 초강력 한파가 몰아친 미국 텍사스주의 한 마트가 정전으로 손님들이 결제를 할 수 없게 되자 공짜로 생필품을 내어준 사실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알려지면서 얼어붙었던 시민들의 마음을 녹이고 있다.

마트 측 “조심히 운전해 귀가하세요”
일부 손님, SNS에 마트 경험담 공유

미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지난 16일(현지시간) 텍사스주 린더시에 있는 슈퍼마켓 체인 H-E-B 마트에서 정전이 발생했다.

그러자 카트에 물건을 잔뜩 싣고서 계산대 뒤에 줄지어 서 있던 손님들 사이에서 한숨이 터져 나왔다.

눈이 잘 내리지 않는 남부 지역 텍사스에 북극 한파가 덮치자 놀란 시민들이 쌓인 눈을 겨우 뚫고 비상용 먹거리와 생필품을 사러 나왔지만, 계산대가 먹통이 되면서 빈손으로 돌아가야 했던 상황이었던 셈이다.

사람들은 한숨과 절망에 휩싸였다.

그 순간 마트 측은 현금이 없어 계산하지 못하는 손님들로부터 돈을 받지 않고 물건들을 가지고나갈 수 있도록 계산대를 과감히 열었다.

기저귀, 우유, 과자 등을 높게 쌓은 카트들이 계산대를 그대로 지나가는 모습을 본 한 60대 남성은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아내와 함께 장을 보러 갔던 팀 헤네시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페이스북에 당시 상황을 전하면서 카트를 끌고 계산대 앞에 선 자신들에게 직원이 그냥 지나가라고 손짓하며 “조심히 운전해서 귀가하세요”라고 인사했다고 말했다.

헤네시의 페이스북 게시글은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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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파 정전에 난방용 가스 충전 나선 미 텍사스 주민들
한파 정전에 난방용 가스 충전 나선 미 텍사스 주민들 기록적인 폭설과 한파로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한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17일(현지시간) 비가 오는 가운데 주민들이 난방용 프로판 가스를 충전하기 위해 줄지어 서 있다.휴스턴 로이터 연합뉴스 2021-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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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 한파에 담요로 온몸 꽁꽁 싸맨 미 휴스턴 시민
최악 한파에 담요로 온몸 꽁꽁 싸맨 미 휴스턴 시민 최악의 한파가 덮친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조지 R. 브라운 컨벤션 센터’에 마련된 한파대피소 밖에서 16일(현지시간) 한 시민이 담요로 온몸을 꽁꽁 싸맨 채 앉아 있다. 겨울 폭풍이 몰고 온 북극발 맹추위는 눈 구경하기 힘든 텍사스 등 미 남부지방까지 덮쳐 대규모 정전 사태를 유발하면서 인명 재산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휴스턴 크로니클 제공]휴스턴 AP 연합뉴스 2021-02-17
“마트 덕분에 4살 아이 음식 구했어요”
그는 “지난해 말부터 나라에서 정말 많은 일들이 벌어졌다. 분열도 심해지고 여러 일들이 일어났다”면서 “특히 텍사스는 이런 날씨에 대비를 못 한 상태다. 이런 힘든 시기에도 정말 좋은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또 눈이 쌓인 탓에 카트를 앞으로 밀지 못하던 한 할머니를 손님들이 십시일반으로 나서 도와주기도 했다면서 “모두가 서로를 돕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손님은 현지 지역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당시 줄을 서 있던 도중 전기가 나가 생필품을 사지 못할 줄 알았다면서 마트 덕분에 4살 아들을 위한 음식 등을 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해당 마트는 WP의 문의에 답하지 않았지만, H-E-B 측은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헤네시의 게시글 내용이 사실이냐고 묻는 한 네티즌에게 “사실입니다”라고 답했다.

최근 미국 남부 일부 지역엔 한파주의보가 발령됐으며, 이례적인 추위로 전력 공급이 끊기기도 해 곳곳에서 정전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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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 한파’ 미 텍사스에서 식료품 나눠주는 자원봉사자들
‘최악 한파’ 미 텍사스에서 식료품 나눠주는 자원봉사자들 최악의 한파가 덮친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에서 19일(현지시간) 자원봉사자들이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운영되는 푸드뱅크의 식료품을 주민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한파 직격탄을 맞은 텍사스주는 대규모 정전 사태에 이어 식수와 식량난까지 겹치면서 주민들이 삼중고를 겪고 있다.
샌안토니오 AP 연합뉴스 2021-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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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 한파’ 미 텍사스주 푸드뱅크 앞에 줄 선 차량
‘최악 한파’ 미 텍사스주 푸드뱅크 앞에 줄 선 차량 최악의 한파가 덮친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에서 19일(현지시간)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운영되는 푸드뱅크 앞에 주민들이 타고 온 차량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한파 직격탄을 맞은 텍사스주는 대규모 정전 사태에 이어 식수와 식량난까지 겹치면서 주민들이 삼중고를 겪고 있다.
샌안토니오 AP 연합뉴스 2021-02-20
기록적 한파에 최소 15명 사망
텍사스 인명피해 속출…2억명 한파 경보

미국 500여곳 최저 기온 깨져
텍사스주 32년 만에 최저기온
정전 속 11살 소년 동사 비극


겨울 폭풍이 몰고 온 북극발 맹추위에 하와이와 알래스카를 제외한 미국 본토의 4분의 3이 눈에 뒤덮였고 주민 2억명에게 경보가 발령됐다. 이번 한파는 눈 구경을 하기 힘든 텍사스와 루이지애나, 아칸소 등 남부 지방까지 덮치면서 인명·재산 피해도 커졌다.

CNN방송은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국립해양대기관리국(NOAA) 분석 자료를 인용해 본토 48개주(州) 전체 면적 가운데 73%(45개주)가 눈에 쌓였다고 보도했다. 2003년 이후 가장 넒은 지역에 눈이 내린 것이다. 기상청은 맹추위가 20일까지 이어질 것이라며 주민 2억명에게 겨울폭풍 경보를 발령했다.

텍사스 등 7개주는 비상사태를 선언했고, 캔자스주는 재난 상황을 선포했다.

CNN 방송에 따르면 이번 한파로 숨진 사람은 현재까지 최소 15명이다. 빙판길 차 사고로 12명이 숨졌고, 수백명의 부상자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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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폭풍’으로 폭설 내린 시내 걷는 미 미주리주 주민
‘겨울 폭풍’으로 폭설 내린 시내 걷는 미 미주리주 주민 15일(현지시간)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에서 폭설이 내린 시내를 한 시민이 걷고 있다. 미 기상청은 북부의 메인주에서 남부의 텍사스주까지 25개 주에 겨울 폭풍 경보 등을 발령했으며 최소 1억 5000만명이 한파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보했다. [세인트루이스 포스트 디스패치 제공]
세인트루이스 AP 연합뉴스 2021-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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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 한파로 550만 가구 정전 사태 빚어진 미국
최악 한파로 550만 가구 정전 사태 빚어진 미국 최악의 한파가 덮친 미국 텍사스주 오데사에서 16일(현지시간) 눈 덮인 발전소 옆 도로를 차량이 지나고 있다. 맹추위는 발전 시설까지 멈춰 세우면서 미국 내 18개 주 550만 가구에 전력 공급이 끊기는 대규모 정전 사태를 초래했다고 CNN 방송 등 미언론이 보도했다. 이중 텍사스주가 430만 가구로 정전 피해가 가장 컸다. [오데사 아메리칸 제공]오데사 AP 연합뉴스 2021-02-17
텍사스주 휴스턴에선 노숙자 1명이 동사했고, 2명은 추위를 피하려고 차고 안에서 승용차에 시동을 켜둔 채 장시간 머물다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사망했다.

텍사스주의 이민 온 마리아 피네다라는 여성은 지난주 한파로 대규모 정전 사태 속에 자신의 11살 아들이 동사했다며 전력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고 ABC방송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의 11세 아들 크리스티안은 텍사스주에 한파가 몰아쳐 정전 사태가 난 16일 휴스턴 외곽의 이동식 집에서 사망했다. 그는 소장에 “죽기 전날 눈싸움을 했을 만큼 건강했던 크리스티안은 체온으로 추위를 견디려고 세살 동생과 한 침대에서 담요를 둘러싸고 있었다”면서 “깨워도 반응이 없어 911에 신고해 심폐소생술을 했지만 숨졌다”라고 사망 경위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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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파 속 대규모 정전’ 텍사스주 전력 복구 총력
‘한파 속 대규모 정전’ 텍사스주 전력 복구 총력 미국 텍사스주를 강타한 기록적인 폭설과 한파로 대규모 정전 사태가 이어지는 가운데 18일(현지시간) 전력회사 기사들이 오데사 지역의 파손된 전신주 수리작업을 벌이고 있다. 오데사 AP 연합뉴스 2021-02-19 14:5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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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파대피소로 몰리는 미 텍사스 주민 차량
한파대피소로 몰리는 미 텍사스 주민 차량 미국 텍사스주에서 최근 최악의 한파로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한 가운데 17일(현지시간) 주민들을 태운 차량이 갤버스턴 지역에 마련된 한파대피소로 들어가기 위해 줄지어 서 있다. 갤버스턴 로이터 연합뉴스
2021-02-18
정전 550만 가구,
밤새 추위에 ‘덜덜덜’


맹추위는 발전 시설까지 멈춰 세우면서 대규모 정전사태를 초래했다. 텍사스, 오리건, 켄터키, 웨스트버지니아, 버지니아 등 18개주 550만 가구에 전력 공급이 끊겼다.

텍사스주가 430만 가구로 피해가 가장 컸고, 오리건, 오클라호마, 루지지애나, 켄터키, 웨스트버지니아에서도 각각 10만 가구 이상이 정전 피해를 봤다.

미국 기상청은 텍사스와 아칸소, 오클라호마 일부 지역은 알래스카주 페어뱅크스(영하 16도)보다 최저 기온이 낮았다고 전했다. 텍사스주 휴스턴과 아칸소주 리틀록은 1989년 이후 가장 낮은 영하 10도와 영하 18도를 각각 기록했다.

전력 차단으로 수도 공급마저 끊겨 이중의 고통을 겪는 주민들도 나왔다. 텍사스주 애빌린에선 정전으로 정수장 가동이 중단되면서 12만 3000명에게 수도 공급이 차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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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파로 수도 끊겨 공원서 물 긷는 미 텍사스 주민들
한파로 수도 끊겨 공원서 물 긷는 미 텍사스 주민들 기록적인 한파로 상수도가 끊긴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18일(현지시간) 주민들이 헤든공원의 수도에서 물을 긷고 있다. 텍사스에서는 한파로 인한 정수장 가동 중단, 수도관 동파와 수압 저하 등으로 주민 1천200만 명에 대한 상수 공급이 중단됐다. 주 정부는 주민들에게 식수 오염 가능성에 대비해 물을 끓여 먹으라는 주의보를 내렸다.
휴스턴 AP 연합뉴스 2021-02-19
대형 유통체인 월마트는 이번 한파 때문에 500개 이상의 점포를 폐쇄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월마트는 성명에서 “직원과 고객의 안전을 위해 매장 문을 닫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혹한은 극지방 소용돌이에서 초래됐다. 차갑고 건조한 공기 덩어리인 극 소용돌이가 평소 제트기류 때문에 북극에 갇혀있다가 기후 변화에 따른 북극 온난화로 제트 기류가 약해지자 냉기를 품은 극 소용돌이가 남하하면서 미국 전역에 한파를 몰고 왔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일주일 동안 미국 500여곳에서 최저 기온 기록이 깨졌다고 전했다. 콜로라도주 유마에선 섭씨 영하 41도, 캔자스주 노턴에서는 영화 31도를 찍는 등 살인적 강추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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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폭풍’으로 폭설 내린 도로 정리하는 미 제설 차량
‘겨울 폭풍’으로 폭설 내린 도로 정리하는 미 제설 차량 14일(현지시간) 미국 오클라호마주 오클라호마시티에서 제설 차량이 폭설이 내린 도로를 정리하고 있다. 미 기상청은 북부의 메인주에서 남부의 텍사스주까지 25개 주에 겨울 폭풍 경보 등을 발령했으며 최소 1억5천만 명이 한파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15일 예보했다. 오클라호마시티 AP 연합뉴스 2021-02-16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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