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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싫어” 아이 말에 버럭… 저소득층 부모 ‘공감’ 방전됐다

“마스크 싫어” 아이 말에 버럭… 저소득층 부모 ‘공감’ 방전됐다

송수연 기자
송수연 기자
입력 2021-02-21 20:56
업데이트 2021-02-22 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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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세대 보고서-2021 격차가 재난이다] <3>초등생 학부모 심층조사
코로나에 부모·자식 관계도 양극화

저소득층, 스트레스 표현에 부정적 반응
‘아이가 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등
의사소통 어렵고 우울감 상대적으로 커
중산층 이상, 아이 마음 표현하도록 배려
경제적 상황 악화가 불안·우울감 키운 탓
“코로나 길어져 저소득층 심리방역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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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차상위층 부모들은 자녀들의 코로나19 스트레스에 대해 공감하기보다는 더 부정적이고 엄격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적 요인이 부모와 자녀 관계에도 소득계층별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신문이 정윤경 가톨릭대 심리학과 교수와 함께 지난달 18일부터 지난 9일까지 초등학생 학부모 200명(저소득·차상위층 72명, 중산층 이상 12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심층조사 결과, 저소득층 부모들은 자녀가 스트레스를 표현했을 때 부정적 양육 태도를 보이는 경향성이 2.5점(5점 만점)으로 ‘중산층 이상’(2.3점)보다 높았다.

예를 들어 ‘자녀가 외출 시 마스크가 답답하다며 신경질을 부릴 때’라는 상황이 제시됐을 때 ‘울음을 그치지 않으면 밖에 안 나갈 것이라고 한다’고 압박하는 태도를 드러낸 가정은 저소득층이 2.4점으로, 중산층 이상(2.2점)보다 더 높았다. ‘자녀가 코로나로 학교에 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슬픔, 화, 짜증 같은 감정을 보일 때’도 이에 대해 화를 내는 가정 역시 저소득층이 2.1점으로 중산층 이상(1.8점)보다 많았다.

중산층 이상은 각각 같은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마스크를 좀더 편하게 잘 쓸 수 있을지 고민한다’, ‘아이의 속상한 마음을 충분히 표현할 수 있도록 한다’ 등 배려하는 태도를 더 많이 보였다.

양육 스트레스 척도 조사에서도 저소득층의 경우 자녀와의 의사소통을 더 힘들어했다. 양육 스트레스는 부모 개인의 고통 양상과 자녀 기질과 의사소통 등 세 가지 영역으로 나눠 조사됐다.

의사소통 부문에서 ‘아이가 나를 별로 좋아하지 않고, 나와 가까워지려고 하지 않는다’는 문항에 대해 저소득층은 1.8점으로, 중산층 이상(1.5점)보다 높았다. ‘내 아이는 다른 아이들만큼 잘 웃지 않는다’, ‘내가 내 아이를 위해 어떤 일을 했을 때의 노력이 별로 효과가 없다’고 느끼는 부정적 점수도 0.2점~0.4점 차로 저소득층에서 더 높이 나타났다.

개인적 우울감 조사에서도 저소득층은 ‘나는 아이가 태어난 이후로 하고 싶은 일을 거의 할 수 없었다’거나 ‘나는 최근 내 옷을 샀을 때 그리 즐겁지 않았다’ 등 부정적 감정을 더 많이 드러냈다. 코로나 장기화로 인한 소득 감소 등 경제적 상황 악화가 불안감과 우울감을 더 키우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저소득층의 경우 전체 조사 응답자의 61.1%가 ‘코로나 영향으로 가계소득이 줄어들었다고 답했다. 중산층은 28.9%만 코로나로 가계소득이 줄었다고 답한 것과 비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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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가 지난 18일 보도한 사례 중 한부모 가정인 엄마 양모(41)씨는 지난해 8월 코로나 영향으로 면세점에서 실직한 후 딸과의 관계가 극도로 악화된 상황이었다. 양씨는 인터뷰에서 “경제적으로 힘들어지다 보니 우울감이 커졌다”면서 “학교에 가지 않고 온종일 스마트폰만 보는 딸과 부딪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매일같이 전쟁을 치르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코로나가 장기화될수록 경제적인 지원 외에도 무엇보다 저소득층 가정에 대한 ‘심리 방역’이 필요하다. ‘자녀의 스트레스에 부모가 어떻게 적절하게 대처해야 하는가’, ‘부모의 역할이 무엇인가’ 등에 대한 적극적인 교육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탐사기획부-안동환 부장, 박재홍·송수연·고혜지·이태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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