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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체불 등 항의 땐 해고·투옥” 中 고속 성장 그림자 ‘배달 노동자’

“임금체불 등 항의 땐 해고·투옥” 中 고속 성장 그림자 ‘배달 노동자’

입력 2021-01-28 19:15
업데이트 2021-01-28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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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업체 톱 2곳 노동자만 700만명
영하 20도 뚫고 봉쇄 속 생필품 배달
보호대책 없이 ‘코로나 영웅’ 칭송만
저임금 농민공 활용해 ‘플러스 성장’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음식 배달 플랫폼 ‘어러머’의 한 노동자가 베이징에서 눈보라를 헤치고 주문 음식을 운반하고 있다. 베이징 로이터 연합뉴스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음식 배달 플랫폼 ‘어러머’의 한 노동자가 베이징에서 눈보라를 헤치고 주문 음식을 운반하고 있다. 베이징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11일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충격적인 영상이 올라왔다. 장쑤성 타이저우에서 음식 배달 노동자 류진(48)이 “피 같은 내 돈을 달라”며 몸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붙인 것이다. 알리바바의 음식배달 업체 ‘어러머’가 임금 4750위안(약 80만원)을 주지 않자 홧김에 일을 저질렀다. 한 누리꾼은 웨이보에 “중국에서 배달 노동자가 얼마나 무력한 존재인지 잘 보여 준다”면서 “우리 사회는 ‘(기업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법에 의해 지배’된다. 자본가들은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중국이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나 ‘플러스 성장’을 일궈 낸 가운데 경제 회복 견인차 역할을 한 배달 노동자들의 열악한 처우가 도마에 올랐다. 지방에서 혈혈단신 대도시로 올라와 저임금 근로에 시달리는 농민공(이주노동자)을 중국 정부와 빅테크 기업들이 ‘소모품’ 취급을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27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중국의 양대 음식배달 서비스인 메이퇀뎬핑과 어러머에서만 700만명 넘는 배달 노동자가 일한다. ‘긱 워커’(고용주의 필요에 따라 일회성 일을 맡는 근로자)로 불리는 이들은 시간당 50위안 안팎을 받는다. 장기 계약을 맺으면 매달 4000~8000위안(약 68만~137만원)을 손에 쥘 수 있다. 쥐꼬리만 한 돈이라도 꾸준히 벌려면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일주일에 6일씩 일하는 ‘996’ 근무를 받아들여야 한다.
지난 11일 중국 장쑤성 타이저우의 스쿠터 배달 노동자 류진(48)이 플랫폼 서비스 ‘어러머’에 임금 체불을 항의하려고 분신을 시도하자 주민들이 소화기로 불을 끄고 있다. 웨이보 캡처
지난 11일 중국 장쑤성 타이저우의 스쿠터 배달 노동자 류진(48)이 플랫폼 서비스 ‘어러머’에 임금 체불을 항의하려고 분신을 시도하자 주민들이 소화기로 불을 끄고 있다. 웨이보 캡처
이들은 종종 영하 20도 밑으로 떨어지는 베이징의 겨울 추위를 뚫고 하루 종일 야채와 쌀, 고기, 기저귀 등을 나른다. 이 때문에 중국 스쿠터 배달 일은 전 세계에서 가장 고된 노동 가운데 하나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중국 상당수 지역이 감염병으로 봉쇄되자 배달원들은 격리 가정을 돌며 생필품을 제공해 ‘영웅’이 됐다. 하지만 근로자를 위한 실질적인 보호 대책은 지금도 전무하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심지어 ‘온라인 주문 배달 노동자’가 정식 직업으로 등재된 것도 지난해 코로나19가 퍼져 배달 업무의 중요성이 알려진 뒤로, 2001년 10차 5개년 계획에서 유연 고용을 도입한 지 20년이 지나서다.

미국 뉴욕의 인권단체 ‘차이나 레이버 워치’의 리창 이사는 “중국의 배달 노동자가 법적 통로로 플랫폼 기업과 싸우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이어서 대부분은 투쟁을 포기하고 다른 직업을 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노동자들이 임금 체불이나 가혹한 근로조건에 항의하면 ‘사회 질서를 무너뜨리려 한다’는 이유로 해고되거나 투옥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베이징 류지영 특파원 superryu@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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