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스벨트 따라하는 바이든… 역풍 맞은 ‘40개 행정명령’ 속도전

루스벨트 따라하는 바이든… 역풍 맞은 ‘40개 행정명령’ 속도전

이경주 기자
이경주 기자
입력 2021-01-27 18:02
수정 2021-01-28 0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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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100일간 사인한 31개보다 많아
초고속 변화에 지지자들은 환영하지만
텍사스주 새 이민법 일시중단은 ‘제동’

경기부양·최저임금 등 의회 협조 필요
“루스벨트의 100일 벤치마킹 경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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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런 첫 여성 재무장관 취임… 신고식 받는 여성 부통령
옐런 첫 여성 재무장관 취임… 신고식 받는 여성 부통령 미국의 첫 여성 재무장관에 오른 재닛 옐런(왼쪽) 신임 장관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야외에서 남편이자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경제학자인 조지 애컬로프가 든 성경에 왼손을 얹고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카멀라 해리스(오른쪽) 부통령이 주재한 이날 취임 선서식은 코로나19 방역지침을 지키기 위해 마스크를 쓰고 6피트(약 1.8m) 이상 떨어진 거리를 두고 진행됐다.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에 올랐던 옐런 장관은 이제 재무장관까지 모두 역임한 최초의 인사가 됐다.
워싱턴DC AF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 1주일 만에 무려 40개의 행정명령을 쏟아내며 전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을 지우는 정상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트럼프가 취임 100일간 내놓았던 31개를 이미 넘어섰다. 초고속 변화에 바이든 지지자들은 크게 환영하고 있지만 비판과 역풍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26일(현지시간) “텍사스주 연방법원이 ‘비시민권자 추방을 100일간 유예하라’는 바이든의 행정명령에 대해 14일간 일시 중단 명령을 내렸다. 이는 미국 전역에 적용된다”고 보도했다. 새 이민법이 의회를 통과할 때까지 국경 추방을 ‘일시 정지’시키기 위해 행정명령 카드를 썼던 바이든의 시도를 트럼프 지지세가 강했던 텍사스주에서 좌절시킨 것이다.

이민법뿐 아니라 경제·산업 분야에서도 행정명령 비판 기류가 감지된다. 이를테면 바이든이 전날 연방정부 조달 물품에 미국산을 우선 사용하는 ‘바이 아메리칸’ 행정명령에 서명하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비용을 늘리고, 공공 사업을 지연시킬 조치”라며 사설로 비판했다. 이미 미국산 부품만으로 완제품 구성이 힘든 실정인데, 괜히 바이든이 보호주의로 회귀할까 외국 기업들의 우려만 키운 조치란 비판이다.

지난 20일 취임식 당일 내린 행정명령 중 하나였던 캐나다·미국 간 송유관 사업인 ‘키스톤XL 파이프라인 건설’ 백지화 조치를 놓고도 뒤늦게 찬반 논란이 불거졌다. 바이든은 송유관이 환경파괴를 초래한다는 주장을 수용해 행정명령을 내렸지만, 공화당과 산업계는 ‘행정명령으로 1만 1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고 맞불을 놓았다.

공화당은 또 ▲1조 9000억 달러(약 2100조원)에 이르는 코로나19 경기부양책 ▲불법이민자 1100만명이 8년간의 절차를 통해 시민권을 획득할 수 있게 한 새 이민법 ▲현재 7.25달러(약 8000원)인 시간당 최저임금을 15달러(약 1만 6500원)로 두 배 가깝게 인상하는 법안 등을 반대하고 있다.

바이든의 무더기 행정명령이 비판받는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입법에 비해 민주적 합의 절차에서 먼 제도라는 행정명령의 속성에서 비롯된다. 바이든 자신도 지난해 12월 인권단체 지도자들과 진행한 비공개 화상회의에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을 뒤집는 행정명령을 남발하기보다 의회와 협력해 오래 지속되는 정책을 펼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바이든의 행보가 대공황 때 취임해 4선의 재임 기간 총 3721건, 연평균 307건으로 역대 미국 대통령 중 가장 빈번하게 행정명령을 발동한 프랭클린 D 루스벨트 전 대통령을 연상시킨다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알라스데어 로버츠 애머스트대 교수는 윌슨 쿼털리 기고에서 “(바이든이) 루스벨트의 100일을 벤치마킹하려는 유혹을 참아야 한다. 현재 미국은 1933년과 다른 종류의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더 복잡한 사회”라고 지적했다. ‘속도’도 중요하지만 정치적 양극화의 심화, 복잡한 이해 구조를 감안해 조율에도 신경써야 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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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2021-01-28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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