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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철 “정치적 신뢰를 배신으로 갚았다”… 정의당 존폐 위기

김종철 “정치적 신뢰를 배신으로 갚았다”… 정의당 존폐 위기

기민도, 이민영 기자
입력 2021-01-25 18:04
업데이트 2021-01-25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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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평등 내세웠던 ‘진보 2세대’의 추락

정의당, 일주일 만에 조사 뒤 직위해제
비공개 회의 열고 재창당·보선 등 논의
당직자·당원들 충격 “참담한 심정이다”
성평등 조직문화 개선 대책 마련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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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젠더인권본부장인 배복주(왼쪽) 부대표와 정호진 수석대변인이 25일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김종철 전 대표의 성추행 사건과 관련한 대표단의 결정 사항을 발표하고 있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정의당 젠더인권본부장인 배복주(왼쪽) 부대표와 정호진 수석대변인이 25일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김종철 전 대표의 성추행 사건과 관련한 대표단의 결정 사항을 발표하고 있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진보정치 2세대의 대표주자이자 지난해 10월 취임 이후 선명 진보 야당의 존재감을 드러냈던 김종철 대표가 전격적으로 물러나면서 정의당은 창당 이후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페미니즘을 핵심 가치로 삼는 진보정당 대표가 같은 당 소속 의원에게 성추행을 가한 후 직위해제된 전례 없는 사태로, ‘김종철의 정의당’에 기대를 걸었던 이들의 꿈도 흔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의당은 25일 대표단회의를 비공개로 열고 당 징계 절차인 중앙당기위원회 제소를 결정하고 당규에 따라 김 전 대표를 직위해제했다. 앞서 김 전 대표가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지만, 대표단의 판단으로 엄정하게 처리한다는 뜻에서 당기위 제소와 직위해제를 결정했다. 김 전 대표는 “피해자는 평소 저에 대한 정치적 신뢰를 계속해서 보여 주셨는데 저는 그 신뢰를 배반하고 신뢰를 배신으로 갚았다”며 성추행을 인정했다.

당직자·당원들도 충격에 빠졌다. 정호진 수석대변인은 “많이들 놀랐고 충격을 받았다. 참담한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강민진 청년정의당 창당준비위원장은 “끊임없이 불에 데이고 있는 것 같은 심정”이라고 했다.

앞서 당의 간판 격인 노회찬 당시 원내대표가 2018년 7월 숨지면서 혼돈에 빠졌던 정의당이 이번에는 당 대표의 성추행이란 초유의 사태에 놓이면서 당의 존폐를 걱정하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이날 대표단회의에서 당의 재창당과 보궐선거 출마 여부에 대한 논의도 나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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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대표단 관계자는 “재창당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그건 과도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럼에도 재창당 수준의 성평등 문화 혁신이 필요하다는 건 모두 공감하는 내용”이라고 전했다.

정의당은 현재 서울·부산시장 재보궐 선거에 후보가 출마한 상황이다. 정의당은 그동안 재보궐 귀책 사유가 있는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후보를 내지 말아야 한다며 강하게 비판해 왔다. 당 관계자는 “당의 쇄신이라는 측면에서는 보궐선거도 여러 가지를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진보정치 1세대인 심상정(당시 대표) 의원 체제를 마무리하고, 90년대 학번이자 진보정당 운동을 통해 성장한 2세대인 김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서며 정의당은 정치권과 진보성향 지지자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김 대표는 ‘금기를 깨는 진보’를 외치며 거대 양당과 정책 경쟁을 하는 선명한 진보 야당을 내세웠다. 진보정당 대표가 연금개혁과 노동개혁까지 언급하며 국가의 미래를 걱정하고 대안을 내놓는 모습은 기성 정치인들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그동안 당내 권력에서 주도권을 잡지 못했던 좌파(민중민주·PD) 계열 출신의 당 대표라 ‘민주당 2중대’ 논란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컸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김 전 대표의 정치생명이 사실상 끝이 난 것은 물론 정의당의 위상도 걷잡을 수 없이 흔들리게 됐다.

다만 정의당이 김 전 대표의 성추행 사실을 접수한 지 일주일 만에 조사를 마무리하고 김 전 대표를 직위해제한 것을 두고 내부 자정 시스템이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작동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안희정, 오거돈, 박원순 등 민주당 소속 지자체장의 성비위 사실이 알려졌을 때의 뜨뜻미지근한 대처와는 달랐다는 것이다. 정의당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성평등한 조직문화 개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2021-01-26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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