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 매일 목욕시킨 아빠 변호사, 아기욕조에 집단소송

신생아 매일 목욕시킨 아빠 변호사, 아기욕조에 집단소송

오달란 기자
오달란 기자
입력 2020-12-11 13:06
업데이트 2020-12-14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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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소·쿠팡에서 판매된 코스마 아기욕조
프탈레이트 기준 612.5배 초과…리콜명령
대륙아주 이승익 변호사 공익소송 제기 검토
인터넷 쇼핑몰에서 여전히 판매 중인 리콜명령 받은 코스마 아기욕조. 2020.12.11  쇼핑몰 화면 캡처
인터넷 쇼핑몰에서 여전히 판매 중인 리콜명령 받은 코스마 아기욕조. 2020.12.11
쇼핑몰 화면 캡처
가성비 좋은 제품으로 평가받던 아기욕조에서 기준치를 무려 612.5배 초과하는 프탈레이트계 가소제가 검출돼 소비자들이 분노하고 있다.

이 욕조를 사용해 매일 아기를 목욕시키던 아빠 변호사가 피해자들을 위해 집단소송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은 지난 10일 어린이 용품 등 1192개 제품의 안전성 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 가운데 유해 화학물질 등 안전 기준을 심각하게 위반한 66개 제품에 대해 리콜(수거) 명령을 내렸다.

리콜 대상에는 대현화학공업이 제조한 ‘코스마 아기욕조’가 포함됐다. 욕조 바닥에 배수구를 막는 회색 플라스틱 뚜껑에서 기준치(0.1% 이하)의 612.5배에 달하는 프탈레이트계 가소제인 DINP(디이소노닐프탈레이트)가 검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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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치의 612.5배인 프탈레이트 가소제가 검출돼 리콜명령을 받은 코스마 아기욕조. 빨간 사각형 안에 배수구에서 프탈레이트계 가소제가 검출됐다. 2020.12.11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 제공
기준치의 612.5배인 프탈레이트 가소제가 검출돼 리콜명령을 받은 코스마 아기욕조. 빨간 사각형 안에 배수구에서 프탈레이트계 가소제가 검출됐다. 2020.12.11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 제공
●욕조 바닥 배수구에서 간 손상 위험물질 검출
프탈레이트는 냄새와 색이 없는 액체 화학물질로 플라스틱에 넣으면 탄력성과 내열성, 광택성을 향상시킨다. 딱딱한 플라스틱을 말랑말랑하게 해주는 역할을 해 어린이 장난감 등에 사용된다.

하지만 동물실험에서 간, 신장, 심장, 폐, 혈액에 유해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아토피와 천식에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나 어린이 제품일수록 사용에 주의가 필요하다.

산업부는 해당 제품을 보유한 소비자는 즉시 사용을 중지하고 제조업체인 대현화학공업에 연락(031-222-6580~1)하거나 방문해 수리, 교환, 환불 조치를 받으라고 권고했다.

경기 화성에 있는 대현화학은 오전 내내 통화 중이어서 전화가 연결되지 않았다.
법무법인 대륙아주의 이승익 변호사가 11일 인터넷 맘카페에 올린 아기욕조 소송 관련 글. 2020.12.11  인터넷 화면 캡처
법무법인 대륙아주의 이승익 변호사가 11일 인터넷 맘카페에 올린 아기욕조 소송 관련 글. 2020.12.11
인터넷 화면 캡처
●제조사는 통화중…쿠팡·옥션서 아직도 판매중
정부의 리콜 명령에도 생활용품 상점인 다이소에서는 5000원에, 쿠팡, 옥션, 11번가 등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6000원~14000원대에 팔리는 코스마 아기욕조는 지금도 여전히 판매되고 있다.

이 제품은 저렴하면서도 크기가 적당하고 아기가 미끄러지지 않도록 등받이 부분에 고무패킹이 있어 인기가 많았다고 한다. 인터넷 블로그와 맘카페에도 추천글이 여러 건 올라올 정도였다.

믿었던 아기 욕조의 배신에 소비자들은 분노했다. 해당 욕조를 사용했던 대형로펌 대륙아주의 이승익 변호사가 피해자들을 대신해 소송 준비에 나섰다.

150일 된 아기를 키우는 이 변호사는 11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로펌 일이 워낙 바빠서 육아에 제대로 참여하지 못했는데 유일하게 아기를 목욕시키는 일만은 매일 제가 했다”면서 “다이소에서 아기 씻기 편리하게 생긴 욕조를 직접 골랐는데 건강을 해치는 성분이 들어 있었다는 소식을 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코스마 아기욕조 리콜상세 정보. 2020.12.11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 제공
코스마 아기욕조 리콜상세 정보. 2020.12.11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 제공
●아빠 변호사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해야”
이 변호사는 이날 오전 2시쯤 인터넷 맘카페에 글을 올려 “우리 아이를 위해 변호사인 제가 직접 제조사 등을 상대로 법적조치를 취하려 한다”며 소송에 동참할 뜻이 있는 부모들에게 위임장을 접수 받겠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돈 벌 생각으로 이 소송을 진행할 생각이 없다. 피해자 분들에게 소송비용 등 최대한 금전 부담을 안 드리려고 공익소송 차원에서 진행할 예정”이라며 구체적인 소송 계획은 오는 14일 밝히겠다고 했다.

이번 소송을 통해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싶다는 게 이 변호사의 생각이다.

그는 “안전기준을 준수하지 않은 아기용 제품 판매가 반복되는 상황을 묵과할 수 없다”며 “정부가 어린이 생활용품에 대한 검증을 강화해야 한다. 잘못을 저지른 기업에게 무거운 손해배상 책임을 물리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도입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기욕조 안전 책임은 제조업체에만
문제가 된 코스마 아기욕조는 제조업체가 물건 출고 전에 직접 제품시험을 실시하거나 제3자에게 제품시험을 의뢰해 안전기준에 적합한지 스스로 확인하는 ‘공급자 적합성 확인’ 대상이다. 안전기준 확인 책임이 오롯이 제조업체에만 있는 것이다.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에 따르면 제품안전 대상품목은 ▲안전인증 ▲안전확인 ▲공급자 적합성 확인 ▲안전기준 준수 등 4가지로 분류된다.

안전인증은 소비자의 생명과 신체에 위해를 가하거나 재산상 피해, 환경 훼손 우려가 큰 생활용품으로 안전인증기관에 인증받아야 판매할 수 있다.

안전확인은 제조업자가 안전확인시험기관으로부터 안전기준에 부합하는지 확인한 후 안전인증기관에 신고하는 제도로 소비자 생명 위해, 재산상 피해, 환경 훼손 우려가 있는 제품에 적용된다.

공급자 적합성 확인은 소비자가 취급, 사용, 운반하는 과정에 사고가 발생하거나 위해가 입을 가능성이 있거나 소비자가 성분, 성능, 규격 등을 구별하기 곤란한 생활용품에 적용된다.

안전기준 준수제도는 안전성 검증시험을 받지 않아도 기준에 적합하면 판매할 수 있는 제도로 사고 발생 가능성은 적지만 소비자가 성분, 성능, 규격을 구별하기 곤란한 제품에 적용된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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