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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만원 술접대 받은 검사 처벌 못 해? 청탁금지법 다시 도마에

96만원 술접대 받은 검사 처벌 못 해? 청탁금지법 다시 도마에

민나리 기자
민나리 기자
입력 2020-12-09 18:08
업데이트 2020-12-09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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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탁금지법 금품 기준 100만원 논란
檢, 검사 2명 불기소에 비판 여론 확산
“기막힌 술값 계산법… 제 식구 감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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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 연합뉴스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
연합뉴스
검찰이 지난 8일 김봉현(46·구속 기소)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으로부터 술접대를 받은 검사 3명 중 2명에 대해 “접대 금액이 모자란다”며 불기소 처분하자 청탁금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의 취지가 퇴색됐을 뿐 아니라 검찰이 ‘제 식구 감싸기’를 한다는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징계를 통해 검찰이 내부 자정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서울남부지검 ‘검사 향응수수 등 의혹 사건’ 수사전담팀(팀장 김락현 형사6부장)은 김 전 회장과 술자리에 함께했던 현직 검사 1명을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불구속 기소하면서 동석했던 다른 검사 2명에 대해선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형사처벌 기준인 100만원에서 고작 3만 8000원이 부족하다는 이유였다.

이에 대해 “검사는 100만원 미만의 접대는 받아도 무방하단 거냐”는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검찰시민위원회가 만장일치로 ‘나머지 검사도 기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다.

부정청탁 관행을 근절하자는 청탁금지법의 도입 취지가 오히려 퇴색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 제정 당시에도 이런 우려가 있었지만 당시 정부는 “공직선거법 등 다른 입법례 등을 충분히 고려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실제로 마신 술잔을 계산했느냐는 힐난도 쏟아진다. 검사 2명이 술자리 당일 오후 11시에 귀가하기 전까지 계산된 금액은 총 481만원, 1인당 96만 2000원이고, 이를 근거로 불기소 처분을 내렸기 때문이다. 정의당 장태수 대변인은 “피의자로 입건해야 할 사람이 검사가 아니었으면 이 기막힌 술값 계산법이 적용됐을지 궁금하다”며 “자리에 있었던 사람 각자가 마셨던 술잔 수와 음식량을 계산하지 그랬느냐”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해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을 지낸 양홍석 변호사는 “수수액이 100만원을 넘지 않는다면 기소하더라도 형사처벌을 받긴 어려웠을 것”이라면서도 “국민의 상식이나 요구수준을 고려하면 해당 기준 자체를 다시 논의해 볼 순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기소되더라도 엄벌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실제 대법원 홈페이지에서 청탁금지법 도입 이래 해당 법률 위반으로 기소돼 확정판결을 받은 사례 17건을 분석한 결과 실형을 받은 사례는 2건에 그친다. 그마저도 청탁금지법 외에 배임수재 등이 함께 적용된 사례로 수수액이 1억 1500만원이 넘는 경우였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전관 변호사와 피의자가 있는 자리에 동석했다는 것만으로도 뇌물죄를 적용했어야 할 사안”이라며 “남은 건 확실한 내부 징계뿐”이라고 덧붙였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2020-12-1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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